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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칼럼]정신질환자의 묻지마살인
[나경택 칼럼]정신질환자의 묻지마살인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몇 년 전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 정신과에 북한 간첩이 자신을 미행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조현병 환자가 들어왔다. 그는 택시 기사를 간첩으로 보고 폭행도 했다. 입원해서 약물치료를 받으니 상태가 좋아졌다. 그는 회진 의사에게 “이제 퇴원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의사가 “나가서 뭐 할 거냐?”고 묻자 환자는 “김정일을 만나 남북문제를 담판 짓겠다”고 했다. 의사는 약물 용량을 더 올리고 입원 기간도 늘렸다. 요즘은 병원이 정신과 환자의 퇴원을 막을 수 없다. 2018년 시작된 정신보건법 개정안 때문이다. 강제 입원토록 하려면 가족 두 명이 동의하고, 정신과 의사 두 명이 같은 진단을 내리고, 다른 병원 의사가 합의해야 한다. 전보다 훨씬 엄격해졌다. 정신질환은 환자 스스로 입원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다. 90% 이상이 자해·타해를 막으려는 비자의 입원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요즘 ‘입원 환자’가 동네를 돌아다닌다고 걱정한다. 조현병을 앓던 환자가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주민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나 사망케 했다. 이 남자는 전에도 오물 투척과 난동을 부린 적이 있다니 관리되지 않은 환자로 보인다. 치료에 순응하는 정신질환자는 범죄율이 일반인보다 낮지만, 그렇지 않으면 더 높다. 얼마 전 임세원 정신과 교수를 진료실서 살해한 이도 방치된 환자였다. 이들이 내는 ‘사고’는 흉악하고 무차별적이다. 상대가 나를 죽이려 한다는 피해망상이 있거나 누군가가 명령하는 환청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키는 문제는 어느 나라나 민감하다. 미국은 법원 판단에 맡긴다. 통제되지 않는 환자를 구금하는 셈이다. 일반인도 입원 필요 여부를 문의할 수 있다. 독일은 행정권 차원에서 경찰이 개입하고, 이어 법원 판단을 받는다. 영국은 정신보건 전문요원이 후견인으로서 입원 결정권을 갖고, 나중에 정신건강 심의기구에 맡긴다. 우리처럼 환자 가족과 의사에게만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 환자 인권도 보호돼야 하고 지역 사회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역 사회의 정신질환 관리 시스템이 그 전제다. 우리는 통제되지 않는 '동네 환자'를 강제로 외래 치료를 받게 하는 제도 역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정신질환자 입원·치료·관리 절차를 현실에 맞게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5명이 희생된 경남 진주 ‘묻지마 칼부림’ 사건 피의자 안인득의 가족이 사건 발생 2주 전부터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으나 제도의 벽에 막혀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인득의 형은 진주경찰서를 방문해 ‘응급입원’의 방법으로 동생을 입원시키려 했으나 도움을 얻지 못했다. 안인득의 가족은 최종적으로 ‘행저입원’의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의 힘을 빌려 보려 했으나 역시 소용이 없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하에서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키는 방법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의 진단과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본인이 정신과를 방문해 진단을 받으려 하지 않으면 말짱 헛것이다. 응급입원과 행정입원은 경찰이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설 때만 실효성이 있다. 정부는 응급인원과 행정입원이 잘 활용되지 않는 것은 경찰이나 지자체가 보호자를 찾지 못해 병원비를 떠맡게 될 상황을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으나 이번 사건에서 보듯 보호자가 적극 나설 때조차도 경찰과 지자체는 소극적이었다. 정부는 1996년 제정·시행된 정신건강법을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이름까지 바꾸고 강제입원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강제입원을 더 어렵게 만들 때는 병원 밖에서 관리를 더 강화하는 방법이 따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정부는 뒤늦게 정신건강복지센터와 경찰의 협력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으나 사생활보호의 벽이 높아 정신질환자의 병력을 조회할 수 있는 길이 쉽게 열릴지는 의문이다. 졸지에 정신질환자의 범죄에 억울하게 희생된 가족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나경택 칼럼]여론과 국회 외면한 임명
[나경택 칼럼]여론과 국회 외면한 임명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36억 주식 투자’ 의혹의 이미선 후보자와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 문형배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강행 임명했다. 현 정권에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은 4명으로 늘어났다. 역대 정권에서 30여 차례 헌재소장·재판관 인사청문회가 있었지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대통령이 강행 임명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런데 이 정권에선 재판관을 뽑을 때마다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더니 재판관 절반 가까이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재판관 인선을 정권과 코드가 맞는 자기편 위주로 하다 보니 벌어진 결과다. 9명 중 4명이 이렇다는 것은 헌법재판소 구성 자체가 심각한 도덕적 흠결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민주적 정통성까지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미선·문형배 재판관이 임명되면서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우리법·인권법연구회 출신 헌법재판관이 4명이나 된다. 대통령이 민정수석 시절 비서관을 지낸 민변 회장 출신도 재판관이 됐다. 법조계 신주류로 불리는 정권 코드 집단 출신들이 헌법재판소를 사실상 장악한 것이다. 우리 사회 핵심 이해와 가치에 대한 헌법적 판단이 이들 손에 맡겨지게 됐다. 야당에선 “마음에 들지 않는 법이나 적폐로 규정한 법을 무더기 위헌 결정 하려는 것” “좌파 독재의 마지막 키가 완성된 것”이라고 한다. 법조계 등에선 사형제나 국가보안법 폐지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재판관은 자기 재산과 관계 있는 기업의 주식을 거래한 의혹 등이 불거져 야당으로부터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설사 검찰 수사와 금융당국 조사를 거쳐 많은 의혹이 해소된다 쳐도 괜찮은 행위였다고 보는 국민은 많지 않다. 이해충돌이 많은 현직 판사가 거액의 주식투자를 했다는 것 자체에 국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청와대가 국민과 국회의 반대 속에 임명을 강행하면서도 이해와 양해를 구하는 설명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강행은 야당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직후 문 대통령 순방지에서 전자결재로 서둘러 이뤄졌다. ‘헌법재판관의 공백이 하루라도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상투적 변명이 나왔지만 그게 전부다. 시간이 좀 가면 잠잠해질 거란 안이한 판단은 국민을 무시하고 얕보는 발상이다. 강행은 코드 때문으로 보인다. 헌재는 위헌법률 심판 권한을 가진 최종적인 헌법 해석자다. 헌법 해석을 통해 입법을 통하지 않고도 사실상 입법자 역할을 한다. 이 재판관 임명으로 과반수가 진보성향 단체 출신이 됐다. 대통령·대법원장·여당 지명 재판관들로만 독자적 위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족수도 채웠다. 다양성과 균형이 깨진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좁은 인재 풀과 코드 인사를 넘어 정권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까지 묻는 국민은 늘고 있다. 도덕성을 앞세우는 문재인 정부에서 도덕성에 문제 있는 후보자가 유독 많고, 똑같은 일이 거듭 반복되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경실련이 실시한 국정평가 조사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낮게 평가한 대목 역시 인사 정책이었다.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졌다고 해서 마음대로 하라는 뜻은 아니다. 결함이 있든 말든, 반대가 크든 작든 그저 임명을 밀어붙일 생각이라면 청문회를 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독선·독주와 불통에서 벗어나라’는 4·3 재보선 민심의 경고를 받은 게 불과 얼마 전이다. 헌재는 국민 기본권은 물론 대통령 탄핵, 정당 해산, 정부 부처간 권한 쟁의 등에 관한 최종 결론을 내리는 기관이다. 파급력이나 영향력이 정부 부처 이상이고 대법원보다도 적다고 할 수 없다. 그런 만큼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고 무엇보다 권력으로부터 독립이 절실하다. 헌법이 재판관 인선 권한을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행사하도록 배분해 놓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나경택 칼럼]반일 감정 선동 자제하라.
[나경택 칼럼]반일 감정 선동 자제하라.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한·일 관계가 최악이다. 외교가 냉각되더니 이제는 서로 불매운동까지 벌일 조짐이 나타났다. 아베 신조 총리의 우경화 정책과 문재인 정부의 반일정서 부채질이 충돌하면서 양국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나라가 되고 있다. 두 나라 사이가 틀어진 것은 문 정부 출범 이후 위안부 합의문이 사실상 파기되고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리면서 본격화했다. 상황이 심각한 것은 외교 갈등은 언제든 외교적 노력으로 풀면 되지만 불매운동은 민간 교류에 영향을 미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 불매운동은 양국에서 동시에 고개를 들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한국은 ‘관제 민족주의’ 성격을 띠고, 일본은 언론의 과도한 ‘혐한 감정’ 부채질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정도다. 어느 쪽이 더 나쁘다고 볼 수 없지만, 양쪽 다 이성을 잃은 채 서로 도움이 되지 않는 시대착오적 행태임에 틀림없다. 한국에선 경기도의회가 먼저 나섰다. 경기도의회는 초·중·고등학교가 보유한 일본산 비품 중 20만원이 넘는 품목에 대해 ‘일본 전범 기업이 생산한 제품입니다’라고 적힌 스티커 부착을 의무화하는 조례안을 추진하고 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받은 미쓰비시중공업을 비롯한 일본 주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부추기는 것인데,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개방 경제 체제에서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감정적 대응일 뿐이다. 이런 반일 감정 선동이 확산하는 데는 문 정부의 책임이 크다. 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빨갱이와 색깔론은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 친일 잔재”라며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마치 ‘정부 정책과 코드에 이견을 보이면 친일파’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제시했다는 비판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진보 성향의 정치학계 원로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조차 문 대통령의 기념사를 두고 “친일 잔재와 보수 세력을 은연중에 결부시키며, 이를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고 지적했을 만큼 ‘관제 반일 감정’ 부추기를 우려했다. 우리 못지않게 일본에서 고개를 드는 자발적 한국 제품 불매운동 조짐도 걱정스럽다. 올해 50주년 한·일 경제인회의가 돌연 연기되면서 양국 기업 간 관계도 급격히 경색돼 왔다. 그런데 이제는 일본인들 사이에 사회적연결망(SNS)에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한국 제품 불매운동이 퍼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일본 정치권의 입장을 중계하며 연일 혐한 정서를 부추기는 일본 방송의 책임도 크다. 자제하길 바란다. 일제가 과거 저지른 전쟁 범죄와 강점기 시절의 강제징용 등 만행은 절대 잊어선 안 된다. 학교에서도 사실 그대로 정확하게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이 일제에 군수 물자를 공급하고 한국인 징용자들을 혹사시켰던 것은 80~90년 전 일이다. 그 기업 중에는 서너 세대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기업 소유권이 여러 번 바뀐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을 상대로 지금 와서 불매 운동을 벌인다는 것에 대해 기업 종업원들과 협력업체 사람들은 뭐라 생각하겠는가! 최근 전국 여러 학교에서 ‘친일’이란 딱지를 붙여 수십 년 이상 불러온 교가를 하루아침에 없애고 도로명과 동네 이름까지 바꾸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좌파 단체가 만든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오른 사람들이 만들거나 지은 교가, 도로명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은 세계에서 무역 규모 10위권을 넘나드는, 교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한국과 일본의 산업구조는 상호의존적이어서 한쪽을 배제하면 다른 한쪽도 성립하기 어렵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730만명을 넘을 만큼 인적 교류도 밀접하다. 일본을 넘어서려면 일본보다 미래지향적 발상을 가져야 한다. 감정적이고 좁은 접근법에서 벗어나 이상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나경택 칼럼]‘경제현실 외면한 정책’
[나경택 칼럼]‘경제현실 외면한 정책’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입법·사법·행정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반기업 정책과 결정들이 쏟아져 나왔다. 국회는 이른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정부는 유급휴일을 시행령으로 강제해 내년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게 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지 않기로 된 것을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모두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조치들이다.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나고 기업들이 위험한 작업을 하도급 주는 것은 개선이 필요한 문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을 기업주에게 책임을 지우면 제 돈을 투자해서 사업하고 근로자를 고용하겠다는 기운이 살아나겠나! 사업주가 전 사업장을 책임져야 하고 위반 사업주 징역형은 3배로 강화됐다. 이 법안이 고작 나흘간 심의로 통과됐다. 지금도 안전·보건·환경 규정 미준수나 작업장 사고를 이유로 사업주를 처벌하는 법률이 63개, 벌칙 규정이 2555개에 달하는데 여기에 ‘김용균법’이 더해졌다. 어디서 무슨 사고가 터지든 사업주에게 100%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김용균법이 아니더라도 사업주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규정이 583개에 달한다. 석유화학이나 건설 등 위험 작업장이 있는 기업인은 하루하루를 운에 맡기고 사는 셈이다. 공정거래위는 대주주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경제 민주화 입법이 우선 목표다. 고용부는 영세 소상공인에게도 유급 수당 지급 책임을 지우고 어기면 형사 고발한다. 검사들이 툭하면 들이대는 배임죄는 법정 형량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다. 살인죄에 버금가는 형량으로 세계에 유례가 없는 중범죄 취급을 하고 있다. 기업의 경영 판단까지 배임죄로 걸 정도로 배임죄 적용을 남용하고 있는데 그것도 모자란다며 여당은 처벌을 더 강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배임죄는 남용 가능성과 인권침해 우려 때문에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선 거의 없거나 사라져 가는 죄목이다. 금융위원회가 자영업자 지원 대책으로 연 2%대의 최저금리로 1조 8000억원을 대출해주고 6000억원의 보증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일자리안정자금, 상가 임대료 제한, 카드수 수요 인하, 편의점 출점 제한 등 연달아 발표되는 또 하나의 자영업 정책이다. 2%대 자영업 대출은 기준금리만 적용하는 노마진 대출에 무담보 신용대출이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자영업자 대출금리는 5% 중반 수준이다. 은행으로서는 이익이 전혀 없고, 회수 위험은 대단히 높다. 정부가 이 손실을 보전해 줘야 하는데 내년 예산에 2000억원을 책정해 두었다. 결국 혜택은 해당 자영업자가 받고, 생색은 정부가 내고, 최종 부담은 국민 세금으로 고스란히 돌아오는 셈이다. 6000억원 규모의 자영업 보증자원은 은행권이 마련한 사회공헌기금에서 이뤄진다. 정부의 자영업 대책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사안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밖에 자영업자의 연체 및 연대보증에 대한 빛 탕감 대책도 들어 있다. 정부가 이런 대책을 쏟아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누구나 인정하듯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다. 당장 생존의 위협에 몰린 자영업자를 위해 정부로서 긴급대책을 내놓지 않을 것이다. 우선은 문 대통령이 시사한대로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당장 최저임금이 20%가량 오르도록 한 노동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부터 보류해야 한다. 최대 65%에 달하는 상속세율 때문에 아예 기업을 접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 가운데 가업 승계를 포기하겠다는 곳이 42%까지 늘었다. 해외로 본사를 옮기는 중소기업이 지난해 3500곳으로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사업하는 것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모험이 되면 일자리는 어디서 생기나! 사업장이 있어야 안전 강화도 할 것 아닌가.
[나경택 칼럼]투기꾼 뺨치는 장관 후보자들
[나경택 칼럼]투기꾼 뺨치는 장관 후보자들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지난 정부에서 조윤선 문체부 장관의 ‘생활비’는 야당이 툭하면 공격 소재로 삼았다. 인사청문회 때 민주당은 “조 후보자는 연간 7억5000만원을 생활비로 사용했다. 월 75만원도 안 쓰는 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냐”고 했다. 정권 말 국정 농단 사태 때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조 장관 씀씀이 유명하지요. 연간 5억원, 여성부 장관 시절에는 연 7억5000만원”이라고 쏘아붙였다. 조 장관이 “과거 청문회에서 설명했는데…”라고 하자 박 의원은 “명백하지 않다”며 말을 잘랐다. 당시 민주당의 ‘연 생활비 5억~7억원’ 계산법은 이렇다. 5년간 부부 합산 근로소득이 32억원인데 재산은 4억원 감소했다. 그러니 둘을 합한 36억이 모두 ‘생활비’라는 것이다. 조윤선은 “그 돈을 부부가 다 쓴 게 아니다. 세금, 시댁·친정 보조비 등을 빼야 한다”고 했다. 보통 사람에 비해 지출이 많은 건 맞지만, 민주당 주장은 부풀렸다는 얘기였다. 고위 공직자는 소득에 비해 재산이 많이 늘었을 때 문제가 된다. 야당이 부동산 투기나 편법 증여 같은 부도덕한 방식을 쓴 것 아니냐고 따진다. 그런데 조 장관처럼 재산이 많이 늘지 않았는데 논란이 된 건 이례적이었다. 민주당이 ‘생활비 과소비’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를 ‘개척’했다고들 했다. 그러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박영선 의원이 거꾸로 그 ‘생활비’의 타깃이 됐다. 한국당은 “최근 5년간 박 후보자 부부 합산 소득이 33억원인데 재산 증가액은 10억이다. 차액이 23억이니 매년 평균 4억6000만원을 썼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조윤선을 몰아붙이던 방식 그대로다. ‘부메랑’이다. 박 후보자는 “세금 빼면 1년에 1억6000만원 정도 쓴 것”이라고 했지만, 한국당은 과거 사례를 들며 ‘박영선식 내로남불 씀씀이’라고 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국회의원 지역구 내 이른바 재개발 딱지 투자로 2년 만에 16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진 후보자 부부가 문제의 땅을 매입한 것은 철거민·경찰관 등 6명이 사망한 ‘용산 참사’로 시공사가 철수하고 사업이 수렁에 빠졌을 때였다.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 보통 사람이라면 10억여원을 투자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진 후보자가 헐값에 ‘딱지’를 매입한 바로 이듬해 대기업이 재개발 사업자로 참여하고 서울시가 주상복합 건물 재인가를 내주면서 재개발은 날개를 달았다. 용산이 지역구인 진 후보자가 재개발 재개와 관련된 정보를 사전에 알았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최고의 투자 타이밍을 고른 것은 분명하다. 이번 개각 7명의 장관 후보자 중 4명이 다주택자다. 4채를 보유한 조동호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농촌 지역에 10개월 위장 전입을 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농지 매입을 위한 ‘6개월 거주’ 요건을 맞추기 위한 것이란 의혹이 나온다. 조 후보자는 “아버지 산소 부근으로 주소를 옮겼던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 말을 납득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갭 투자’로 10억원대 평가 차익을 올렸다. 저마다 부동산 전문가 뺨치는 투자 실력을 과시했다. ‘그들만의 리그’에 낄 엄두조차 못 낼 일반 국민의 박탈감은 클 것이다. 그런데도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다. 장관 후보자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 마음대로 임명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국민의 시선을 대변하는 것이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하면서 내 마음대로 하겠다면 차라리 청문회 제도를 없애는 게 나을 것이다. 이런 게 문 대통령이 자임한 ‘소통 대통령’의 진면목이 아니길 바란다.
[나경택 칼럼] 2차 북·미 회담 결렬 진동
[나경택 칼럼] 2차 북·미 회담 결렬 진동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세기의 담판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서두르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올바른 거래’를 위해 합의도출 실패를 선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 큰 결단’을 치켜세웠던 김정은은 “고민과 인내가 필요했다”며 상응조치에만 집착했고 끝내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충분한 사전 실무협상 없이 성급하게 마련된 정상 간 톱다운식 담판의 결말이었다. 북·미 두 정상은 단독·확대회담 이후 예정됐던 업무오찬과 합의문 서명식을 전격 취소했다. 아무런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각자 회담장을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만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으나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결렬 이유를 밝혔다. 다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긍정적 진전이 있었다. 몇 주 안으로 합의되길 바란다”고 후속 협상을 벌여나갈 것임을 예고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의 이유는 북한의 과도한 요구였다.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의 폐기만을 내걸고 그 대가로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나아가 김정은은 영변을 넘어선 비밀 핵시설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 같은 ‘플러스알파(+α)’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북한 ‘핵개발의 심장부’인지, ‘쓸모없는 고철덩어리’인지 논란의 대상인 영변 폐기만으로 미국이 ‘선(先)비핵화, 후제재 해제’ 원칙을 허무는 보상조치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북·미는 비핵화의 개념에서조차 제대로 합의하지 못한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는 ‘북한의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즉 핵시설은 물론 핵물질과 핵탄두, 미사일, 대량살상무기(WMD)까지 완전히 폐기하는 것임을 재확인했다. 김정은은 회담 모두에 “비핵화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지만, 명확한 비핵화 종착점의 명시에는 끝내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정은이 지난해 6·12싱가포르회담에서 동의한 ‘완전한 비핵화’는 모든 핵의 완전한 폐기가 아니라, 이미 확보한 핵탄두·물질은 그대로 보유한 채 추가 핵개발을 중단하는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더구나 부분적 제재 완화가 아닌 전면 제재 해제는 비핵화가 완료된 시점에만 가능하다는 게 미국의 분명한 입장임을 북한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무엇을 짓겠다는 설계도도 없이 기초공사부터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 결렬을 당장 북·미 대화의 파탄으로 볼 수는 없다. 특히 미국은 이번 결렬을 ‘미완의 합의’로 보고 “몇 주 안에 합의되길 바란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군사훈련은 오래전에 포기했다”며 지난해 중단한 한미 연합 훈련의 재개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정은은 김씨 왕조 체제를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가치다. 체제 유지를 위한 유일한 안전판이 핵이라고 믿고 지난 25년 동안 나라의 모든 것을 쏟아 왔다. 90년대 중반 수십만이 굶어 죽는 고난의 행군을 감내하면서도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핵실험까지 성공한 나라가 핵을 포기한 사례는 하나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도, 심지어는 문재인 대통령도 김정은이 진짜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았을 것이다. 김정은이 진짜 핵을 내려놓겠다고 결심하는 순간은 핵을 가지고 버티려다가는 진짜 체제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을 때뿐이다. 지금으로서는 김정은을 그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갈 유일한 방법은 대북 제재뿐이다. 현재 북한 경제성장률은 2017년 -3.5%에서 2018년엔 -5%로 곤두박질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가 인내를 갖고 대북 제재를 지키면 김정은이 핵이 자신을 지켜주는지, 그 반대인지 계산을 다시 해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평화로 가는 여정이 마냥 순탄할 수만은 없다. 혼란과 불안을 걷어내고 비핵화와 평화의 궤도에 오르길 바란다!
[나경택 칼럼]김경수 살리기 사법부 압박
[나경택 칼럼]김경수 살리기 사법부 압박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더불어민주당이 19일 국회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1심 판결문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재판부를 비판했다. 율사 출신 의원들이 주축이 된 민주당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대책 특위’는 이날 외부 전문가가 발제하는 방식으로 “(1심 재판부가) 드루킹의 신빙성 없는 진술에만 의존했다” “직접 증거가 없다”며 판결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형사소송법 대원칙을 망각한 판결”이란 주장까지 나왔다. 외부 전문가의 입을 빌렸지만, 민주당의 입장과 한가지일 것이다. ‘재판 불복’이란 말만 안 했을 뿐 사실상 재판을 부정한 것과 다를 바 없다. 3권분립이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행동이다. 이해찬 대표는 전날 “(김 지사가) 20일쯤 보석을 신청할 것”이라며 “정상적인 법원 판단이라면 도정에 차질이 없도록 결정하는 게 상식”이라고 했다. 법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보석 신청을 받아들여야 정상이고, 기각하면 비정상적·몰상식한 법원이란 말인가. 바로 이런 게 재판에 간섭하는 사법농단이다. 이러면 보석 결정이 내려지거나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힌다 해도 역시 신뢰받지 못하는 사법불신의 악순환만 초래할 뿐이다. 판결에 불만이 있고 억울한 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1심 판결에 불만이 있으면 2심, 3심에서 증거를 대고 법리를 다투는 것이 순리다. 그러라고 3심제가 있는 것이다. 보통 시민들은 모두 그렇게 해오고 있다. 지금 민주당처럼 법정 밖에서 판결문을 흔들고, 법관을 인신공격하고, 항소심을 겁박하는 건 법치의 파괴나 다름없다. 만약 일반 피고인 측이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똑같은 행동을 하면 그땐 뭐라 할 것인가. 여당 의원들은 김 지사 유죄 판결이 나온 날부터 ‘양승태 적폐세력의 보복판결’이라며 재판부를 매도하고 인신공격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결정과 중형선고에 반발하는 태극기부대와 하등 다를 게 없다. 시민단체도 아닌 집권당이 특정 재판 결과를 공격하는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 개탄스럽다. 이해찬 대표는 경남 창원에서 열린 ‘김 지사 불구속재판을 위한 경남도민운동본부’ 대표단 면담에서 “정상적인 판단을 한다면 재판을 진행하더라도 도정에 공백이 없도록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했다. 사실상 항소심재판부에 석방을 압박한 것이다. 과거에도 정치권이 특정 판결에 대해 비판을 퍼부은 적은 여러 번 있지만 지금 민주당의 행태는 도를 넘었다. 판결이 난 지 20일이 넘었는데도 집권여당 지도부가 총동원돼 법원을 압박하는 전방위 공세를 펴고 외부인까지 동원해 판결문을 하나하나 뜯어가며 비난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유죄 여부를 떠나 현직 도지사를 확정 판결도 아닌데 구속하는 것이 적절한지 비판할 수는 있다. 일반인에 대한 재판은 물론이고 유력한 인사에 대한 재판도 명백히 비도덕적이고 반체제적인 범죄가 아닌 한 확정 때까지 가능한 한 불구속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1심 재판부가 김 지사를 법정 구속한 것은 전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와 재판에서 구속이 남발되는 엄벌주의가 만연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고 그런 엄벌주의를 법원에 압박한 것은 바로 현 정권과 민주당이다. 여당의 이런 행태는 김 지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항소심 재판부가 독립적으로 판단해 만약 보석을 허가하거나 1심과 다른 판결을 할 경우에도 민주당의 압박 탓으로 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당이 진영논리나 정략적으로 접근해 판결을 폄훼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어떤 경우에도 재판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집권당의 이런 대응은 사법 적폐청산의 대의를 변질시키고, 사법개혁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민주당은 ‘김경수 살리기’를 통해 일부 지지층은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더 많은 국민들을 잃게 될 것이다.
[나경택 칼럼]5·18 망언 전입가경 한국당
[나경택 칼럼]5·18 망언 전입가경 한국당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자유한국당이 중앙윤리위원회를 열어 ‘5·18 망언’을 한 세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내놨다. 이종명 의원은 제명하기로 했는데,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해서는 징계를 유보했다. ‘전당대회 후보자는 후보 등록이 끝난 때부터 당선인 공고까지 윤리위 회부 및 징계를 유예받는다’는 당 선출 규정에 따른 조치라고 당은 설명했다. 두 김 의원이 오는 27일 치러지는 전당대회에 각각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로 등록했기 때문에 그 결과가 나와야 징계한다는 것이다. 피 흘려 민주주의를 사수한 시민을 모독한 의원들에 대해 당규를 내세워 보호막을 치다니 너무나 안일하다. 진정성 없는 ‘징계쇼’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 의원에 대한 제명은 당 징계위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징계는 당 소속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해야 효력이 생긴다. 그런데 이 의원에 대한 당내 동정론이 만만치 않아 가결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한다. 또 이 의원은 당에서 제명되더라도 의원직을 유지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두 김 의원에 대한 징계 유예는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런 당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징계위에 회부했다면 한심하다. 알았다면 후보로 등록할 때까지 이들에 대한 징계를 늦춰 빠져나갈 기회를 줬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이들이 당선되어도 문제다. 한국당은 과연 제명 처분 대상자를 당 대표나 최고위원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더욱 경악할 일은 이들 징계에 대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당 내부의 인식이다. 김 위원장은 징계유예를 비판하자 “국민의 대표인 의원에 대한 징계는 명확한 사실관계를 신중하고 엄격하게 따져가며 처리해야 한다”면서 “인민재판식으로 판단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반박했다. 망언 파동 초반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더니 끝까지 시민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당 의원 상당수가 당의 단합을 거론하면서 이번 징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망언 파문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것을 보고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태도가 공당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대전 합동연설회에 이어 황교안·오세훈·김진태 당 대표 후보들의 첫 TV토론회를 개최했다. 2·27 전당대회 레이스의 막이 올랐지만 당의 미래 비전을 내건 치열한 경쟁 대신 오직 표만 노린 실망스러운 장면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대전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은 무엇보다 친박, 탈박, 배박에 대한 의견 정리에 급급했다. 황 후보는 배박 논란을 의식한 듯 박근혜 전 대통령을 아예 언급하지 않는 식으로 대응했고, 탈박을 외친 오 후보는 황, 김 후보를 싸잡아 ‘친박’으로 몰아붙였다. 김 후보는 친박의 적자임을 강조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해묵은 박근혜 프레임을 둘러싼 공방이 재연되면서 보수의 핵심가치에 대한 토론은 아예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5·18 민주화운동 모독 논란이 벌어진 행사의 주최자인 김 후보는 TV토론회에서 “직접적으로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그렇게 피해나갈 사안은 아니다. 더구나 5·18 모독 발언 이후 연설회 현장에선 강경우파 성향 지지자들에게서 더 뜨거운 지지를 받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김 후보 등 3명에 대한 지도부의 어설픈 징계로 다시 한번 당의 쇄신 노력은 훼손됐고, 중도 성향 지지층은 등을 돌렸다. 시민들은 5·18 망언을 보면서 한국당을 향해 민주정당으로서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당이 진정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면 세 의원 모두 깨끗이 제명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 퇴출에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동참하는 게 맞다. 제1야당이 5·18 망언 의원들을 감싸면서 정권을 달라고 하는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행위다.
[나경택 칼럼]시진핑과 김정은 만남
[나경택 칼럼]시진핑과 김정은 만남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1953년 11월 김일성이 중절모에 까만 코트를 입고 6·25 이후 첫 방중 길에 올랐다. 저우언라이 총리가 국경까지 달려나가 손을 잡았다. ‘동북왕’ 가오강과 국방부장 펑더화이도 국경 기차역에서 영접했다. 중국 지도부는 김일성을 최고 국빈으로 모셨다. 국·공 내전 때 김일성이 무기를 대주고 부상병과 군인 가족을 돌봐줬던 기억이 남아있었다. 김정은이 4차 방중에서 66년 전 김일성과 똑같은 옷차림을 했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일곱 중 시진핑 주석과 왕후닝 서기 둘만 김정은과 밥을 먹었다. 김정일 때만 해도 상무위원 전원이 회담이나 식사 자리에 나왔다. 김정은은 중국에 네 번이나 갔지만 한 번도 그런 경험을 못 했다. ‘상하 의전’의 시작이다. 중국 CCTV가 북·중 정상회담을 방영하면서 김정은이 시진핑의 발언을 받아 적는 모습을 일부러 서너 차례나 보여줬다. 마치 중국 주석의 훈시를 지방관이 메모하는 광경을 떠올리게 했다. 북에서 신이나 다름없는 김정은이 누구 말을 받아 적는 장면은 상상도 할 수 없다. CCTV는 김정은이 시 주석의 환대에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는데, 그 환대와 관심 부분을 ‘관화이’라고 표현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보이는 관심과 배려에 감사했다는 뜻이다. 김정은을 슬쩍 ‘아랫사람’으로 만들었다. 중국은 한국에도 그렇게 하고 있다. 주한 대사는 하급직을 보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를 두 차례나 테이블 하석에 앉혔다. 홍콩 행정장관이나 지방관이 주석에게 보고하는 자리 배치였다. 그 무렵 방중한 일본·베트남·라오스 특사는 시 주석과 대등하게 나란히 앉았다. 심지어 방중한 문 대통령까지 노골적으로 홀대받았다. 길들이려는 시도가 명백한데도 우리 정부는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한국 정권은 중국 공산당의 혁명과 통치에 환상을 가졌던 사람들이다. ‘시 황제’ 소리를 듣는 시진핑은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는 역사관을 피력한 사람이다. 중국은 1861년 외교 전담 부서를 만들기 전까지 주변국과 동등한 관계로 마주 앉은 적이 없다. 중국이 패권을 추구할 때 한반도가 어떤 운명을 겪었는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한국과 북한 모두 제 발로 중국 밑으로 기어 들어가는 형국이다. 김정은 4차 방중 이후 양쪽 모두에서 ‘두 정상이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동으로 연구·조종해 나갈 것’ ‘중국은 북한의 믿음직한 후방’이라는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북·중 수교 70년을 맞아 시진핑 주석이 취임 후 처음으로 방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북·중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난 뒤 김정은이 달라졌다”고 공개 경고하자 한동안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면서 다시 밀월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 국내 정치에서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북핵과 대중 무역 협상에서 ‘성과’를 얻는 데 급급한 나머지 한국 안보를 재앙에 빠뜨릴 엉뚱한 결정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트럼프의 돌출 행동을 막으려면 어떻게든 한·미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와 반대로 가는 것 같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10차례나 실무 협상을 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트럼프가 한국 분담금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고집하기 때문이지만 실무 협상에서 타결하지 못하고 고위급 회담을 검토하는 건 전례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언급하자 미국에선 바로 “미국과 관계를 악화시키고 북핵 폐기를 위한 노력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타임)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은 북핵 폐기의 유일한 지렛대인 제재를 한국이 기회만 있으면 흔들려 한다는 의심을 한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 기류가 심상치 않다.
[나경택 칼럼]체육계 성폭력 충격
[나경택 칼럼]체육계 성폭력 충격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심석희 성폭행 사건’ 탓에 포럼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맨 위에 올랐다. 석희는 여덟 살부터 스케이트를 탓다. “어린 영혼이 출구 없는 곳에 줄곧 갇혀 있었다”는 탄식도 나왔다. 심석희 측 변호인은 이번 일을 세상에 공개했다. 심석희가 약 4년간 전 대표팀 A코치에게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4년’은 석희가 만 열일곱이었던 소치 때부터 작년 평창올림픽 직전까지다. 그러자 A씨 측은 “성폭행 혐의는 말도 안 된다”고 부인했다. 이미 A씨는 심석희를 상습적으로 때렸다는 단순 폭행 혐의로 지난해 9월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이번에 폭로된 성폭행은 국가가 관리하는 태릉선수촌과 진천선수촌, 한체대 빙상장 등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졌다니 아연실색할 일이다. 도대체 ‘코치 선생님이 뭐길래 이런 일이 벌어질까. 한 선수는 코치를 “절대자”라고 했다. 한번 선수의 길에 들면 공부와 담을 쌓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회 출전과 상급 학교 진학, 실업팀 진출까지 인생이 걸린 일들이 코치의 말 한마디에 좌우된다고 했다. 또 훈련에 합숙까지 둘은 거의 모든 시간을 같이 보낸다. 한번 눈 밖에 나면 끝이다. 심석희도 “운동을 계속할 생각이 없느냐는 협박을 수시로 받았다”고 했다. 체육계에서 미투(나도 고발한다)가 확산되고 있다. 전 유도선수 신모씨가 고교 재학 중이던 2011년부터 졸업 후인 2015년까지 당시 코치 손모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14일 폭로했다. 신씨는 손씨를 고소했으나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한겨레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그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조재범 성폭행’ 고발을 보고 용기를 냈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다. 언제까지 피해 당사자들의 용기에만 의존해야 하나. 그들이 인생을 걸고 세상에 나설 때까지 법과 제도와 시스템은 뭘 하고 있었던 건가! 신씨에 따르면, 손씨는 신씨의 임신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산부인과 진료를 받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성관계 사실을 부인하라’며 돈을 주려 했다고 한다. 금품으로 회유하려는 데 분노한 신씨는 지난해 3월 손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피해 사실을 아는 유도계 인사들이 증언을 거절하는 바람에 수사는 답보에 빠졌다. 대한유도회는 사건이 공론화된 후에야 손씨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도회 측은 “신·손씨 모두 연락이 닿지 않아 징계를 논의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해명이 군색하다. 신씨는 지난해 말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관련 글을 올린 바 있다. 손씨는 유도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했으며, 가족 중에도 유도계 인사가 있다고 한다. 그는 한겨레 인터뷰에선 ‘과거 연인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정작 선수들을 보조해야 할 종목별 경기단체,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실상 직무를 유기해왔다. 2016년 2월 성추행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쇼트트랙 실업팀 감독 A씨를 징계하고자 열린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속기록을 보면 기가 찰 따름이다. “내 동생이, 내 오빠가 그 지도자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달라” “코치나 감독이나 지도를 위해 선수들 어깨 정도는 다 터치를 한다”며 영구제명이 아닌 자격정지 3년으로 징계를 낮췄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연이은 체육계 폭력과 성폭력 증언은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의 화려한 모습 속에 감춰져왔던 부끄러운 모습”이라며 “드러난 일뿐 아니라 개연성이 있는 범위까지 철저한 조사와 수사,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해자가 관련된 개별 경기단체 차원에서는 제대로 된 조사나 징계가 이뤄지기 어렵다. 강력한 조사권을 가진 독립기구를 만들어 스포츠계의 썩은 부분을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체육계 성폭력을 전문적·체계적으로 조사할 독립기구를 설치하는 일을 서두르기 바란다. 여성 운동선수들의 용기있는 증언이 한국 스포츠의 낡은 악습을 뿌리 뽑는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