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칼럼]국회의원 뭉칫돈 철저히 밝히다

기사입력 2014.10.0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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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군주의 근심은 사람을 믿는 데서 비롯된다.
사람을 잘못 믿으면 그 사람에 의해 제어당하게 된다. 군신은 혈육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다. 신하는 군주의 권세에 눌려 할 수 없이 섬기는 것에 불과하다. 신하는 군주의 마음을 엿보며 노리게 되니 잠시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춘추전국시대 한나라의 귀족 한비자는 군주와 신하 · 지도자와 부하는 서로의 욕망을 추구하기 위해 투쟁하는 관계라고 썼다. 부하의 마음이 달라진 것을 모르고 여전히 충성스럽다고 여길 경우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군주와 신하는 서로 철저하게 계산하는 사이라는 것이다. 기원전 221년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한비자 이론을 통치원리로 삼았다.

성악설을 주창한 순자의 제자가 한비자다. 조선시대 삼강오륜에서는 ‘조위신강(신하는 임금을 섬긴다)’과 ‘군신유의(임금과 신하 사이에는 의로움이 있어야 한다)’를 강조했다. 임금과 신하의 관계를 부자나 부부 같은 운명적 관계로 보는 것이다. 백성의 충성심, 의리를 은근히 강조한다.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 운전기사가 현금다발 3000만 원이 든 가방을 들고 검찰에 찾아가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신고했다. 사회적 이목을 끄는 대형 수뢰사건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물이 운전기사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친선일 세중나모 회장, 홍사덕 전 새누리당 의원 금품 사건에 모두 운전기사가 나온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을 쥐가 듣는다.’는 말이 있지만 뒷좌석의 주인이 통화하는 내용까지 모두 듣는 것이 운전기사다.

박 의원 차에서는 뒷좌석의 주인과 앞자리 운전기사가 동상이몽이었던 것 같다. 돈 가방을 들고 가 검찰에 신고한 운전기사를 배은망덕했다고 나무라기도, 정의를 구현했다고 박수 치기도 애매하다. 한비자처럼 경계하든지, 그것이 아니라면 비밀을 무덤까지 갖고 갈 정도로 궂은 사이로 만들어야 하나. 배신을 탓하기 전에 차주인의 처신부터 바로하고 볼 일이다. 박 의원의 뭉칫돈을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박 의원 측이 지역구 의원사무실 앞에 세워둔 차량에서 현금 2000만 원이 없어졌다고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박 의원이 운전기사가 검찰에 돈다발을 들고 찾아가 “정치자금”이라고 폭로하면서 단순 도난 사건에서 정치자금 사건으로 비화했다. 도난당한 액수도 2000만 원이 아닌 3000만 원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검찰이 박 의원의 아들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6억 원대의 외화 등이 발견됐다. 박 의원 측은 3000만 원이 의원실 경비로 사용하기 위해 은행에서 인출한 돈이라고 했다. 하지만 은행에서 인출된 흔적이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박 의원은 인천 중구 · 동구 · 옹진군을 지역구로 정치권에서 해운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온 대표적 인사다. 그의 지역구에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 해운을 비롯한 선사들과 해운조합, 각종 하역회사가 들어서 있다. 박 의원은 국회 연구모임인 ‘바다와 경제 포럼’을 주도하면서 한국선박협회 지원으로 외유성 시찰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 구설수에 올랐다. 박 의원은 선주들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법안이나 결의안을 수차례 발의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이와 별개로 보좌관의 급여를 지역 건설회사가 대신 지급하도록 하고, 비서에게 급여 절반을 후원금으로 내도록 강요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모두 당사자인 전직 보좌진이 직접 제보한 사안들이다. 도대체 국회의원 한 사람이 이토록 많은 의혹에 휩싸인 적이 있었던가! 기막히고 어처구니가 없다. 검찰은 신속하고도 엄정한 수사를 통해 박 의원이 연루된 모든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해운업계와 정 · 관계의 유착 의혹을 파헤치는 일이다. 그것이 세월호 피해자와 가족들의 눈물을 조금이나마 닦아주고, 2의 세월호 참사를 방지하는 길일 터이다.

 
<칼럼 나경택>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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