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칼럼]공직자의 전쟁선포

기사입력 2014.10.0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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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는 국민의 달라진 눈높이를 여실히 보여준 일대 사건이다. 공직자가 돈과 명예를 다 움켜잡는 것을 국민이 더는 눈감아 주지 않는다. 공직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 부패라면, 공직에 있었다는 이유로 큰돈을 챙기는 전관예우 역시 부패라 할 수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현직 공직자와 관피아의 부패가 대한민국을 침몰시킬지 모른다.

공직자와 가족들이 금품이나 청탁을 받는 데 엄격한 제한을 두는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국회 통과가 시급한 이유이다. 5월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무산된 이유는 국회의원들이 이 법안 통과를 못마땅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회 정무위원회 새누리당 김모 의원은 “사회적 비난이 무서워 김영란법에 문제가 있는데도 반대하지 못했다.”며 “참회한다.”고 말했다.

모든 공직자와 가족이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100만 원 이상은 형사처벌하고, 100만 원 미만은 과태료를 매긴다는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볼수록 그냥 넘길 수 없는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뇌물죄로는 공무원이 평소 기업인이나 지역 유지들로부터 촌지와 골프 · 술 접대를 받으면서 스폰서 관계를 맺어 왔다 하더라도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 국회의원과 공무원은 연간 수백조원의 예산을 편성 · 집행하고 인 · 허가, 감사 수사 감독 등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권한을 행사한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부패할 가능성이 있다.
 
공무원이 부패하면 법 질서가 무너지고 그 피해는 시회 전체가 보게 된다. 세월호 참사는 그 대표적 사례다. 이런 공무원 부패를 막기 위해 국가는 공무원들에겐 특별한 혜택을 제공한다. 형사처벌이나 징계를 받지 않으면 정년 때까지 직장을 보장하고, 20년 이상 근무하면 국민연금의 2~3배 되는 연금도 평생 준다. 뇌물을 받지 말고 맡은 업무에 충실하라는 뜻이다. 따라서 공무원이 금품을 받으면 일반 국민과 다른 잣대로 엄중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 · 공립 학교 교사는 공무원 신분이긴 하다. 일부 교사가 학부모들로부터 받는 촌지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이 오가는 사례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언론사 기자는 예산을 편성 · 집행할 권한도, 무슨 인 · 허가를 해줄 권한도 없다.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런 기자들을 공무원과 똑같은 방식으로 규제하겠다니 국가가 기자에게 월급 주고 연금이라도 보장해주겠다는 것인가! 국회는 정부가 작년 8월 제출한 김영란법을 이제껏 내버려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세월호 참사가 공직 부패 척결 여론이 높아지자 뒤늦게 논의에 나서더니 공직자 범위에 교사와 기자들까지 포함시키자고 나왔다. 이 경우 김영란법의 작용을 직접 받는 대상자 숫자가 186만 명이나 되고,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시킬 경우 최소 550만 명, 최대 1786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국회가 법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시켜 해당 집단들의 반발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어 김영란법 처리를 유야무야시키자는 속셈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민관유착의 고리를 반드시 끊겠다.”며, ‘관피아의 전쟁’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퇴직 공무원의 공직유관기관 재취업을 어렵게 하겠다고 밝혔다. 국가개조 수준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에서 일명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닥금지법안이 주목받는 건 이 때문이다.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씨가 국민권익위원장 시절에 마련한 이 법안은 비리의 냄새만 풍겨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해 소위 ‘공직자의 무덤’이라고 부를 만하다. 국회의원들 행동은 ‘우리부터 김영란법을 지킬 자신이 없다.’고 인정하고 있는 꼴이다. 대한민국 국회의 윤리 수준이 이렇다.


<칼럼 나경택>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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