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공짜정책 무모한 카드

기사입력 2014.11.2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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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30명 가운데 80명이 참여한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이라는 이름의 포럼이 주택공급 방안은 또 하나의 포풀리즘이다. 이 포럼은 “공공 임대주택을 1000만 채 추가로 늘리고 5~10년 동안 신혼부부들에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젊은이들이 주택 마련 부담으로 결혼을 기피하는 문제를 풀기 위한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이 포럼 소속 홍종학 의원은 “당장 내년도 예산에 2432억원을 반영해 신혼부부 5망 쌍을 지원하겠다.”며 “국민주택기금의 여유 자금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연간 25만 쌍에 이르는 초혼 부부 중 자발적 주택구입자를 제외한 10만 쌍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장기적으로는 모든 신혼부부가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공 임대주택 건설 물량은 연평균 10만 채 안팎으로 신혼부부들에게 해마다 10만 채씩 주는 일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혹시 실현되더라도 사회적 약자들이 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기초수급 대상자나 고령자 장애인 등 영구 임대주택에 입주하려는 대기자는 4만 7000명에 이른다. 저소득층 등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국민주택기금을 꺼내 쓰겠다는 것도 국민주택기금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공공 임대주택을 새로 100만 채 공급하려면 채당 평균 1억원을 잡아도 무려 100조 원이 필요하다. 홍 의원은 “공짜 무상이 아니라 다가구 주택 입주 시 한 달 20만~30만 원, 소형아파트 입주 시 50만~60만 원씩 저렴한 임대료를 받고 제공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이라면 애당초 신혼부부와 부모들의 표심을 노린 ‘과대 포장 신상품’이 아니냐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지난 대선 때 여야가 경쟁적으로 쏟아냈던 무상 급식과 무상 보육 공약의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재정이 뒷감당을 못 하자 곳곳에서 복지 디폴트 선언이 나오고 수혜층 간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층·세대 간 갈등이 표면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허울좋은 공짜 정책의 ‘그림자’다. 이런 마당에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니, 새정치연합이 과연 집단 지성이 작동하는 정당인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무책임한 복지 공약으로 인한 혼란과 국민적 우려를 초래한 데 대한 사과는커녕 새로운 무상 정책을 들고 나오는 건 인기연합주의의 전형이다. 야당에는 이런 무모한 카드를 걸러낼 ‘싱크탱크’ 기능조차 없는가! 김진표 전 의원이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정책에 대해 “실현 가능성과 재정 뒷받침을 고려한 숙성된 정책을 내놔야지 슬로건 위주 발표는 야당 신뢰를 갉아먹을 뿐.”이라고 말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관훈토론회에서 “신혼부부 주택과 관련, 무상의 ‘무’자도 안 나왔다.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라는 이름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었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이 내놓은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이라는 정책의 신의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더 따져볼 문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총출동하다시피 ‘무상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2년 전 대선 때 여야가 어떻게 하면 상대보다 더 큰 보따리를 풀 것인가 하면서 무상 공약 경쟁을 벌였던 것과는 딴판으로 분위기가 바뀌어버린 것이다.

사실 ‘무상’이라고 해도 돈이 하늘에서 떨어져 공짜 혜택을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결국은 국민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으로 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복지를 공짜로 주는 것처럼 유권자들을 현혹해왔다. 세금을 이렇게 자기 선거운동에 갖다 쓰는 것은 유권자 매수 행위라고 볼 수도 있다. 다행인 것은 이젠 국민이 무상 복지의 허상을 어느 정도 알게 됐고, 정치인들도 ‘무상’ 딱지가 자기들 이마에 붙는걸 조금씩 부담스럽게 생각하게 됐다는 점이다. 그간 치른 대가가 작진 않지만 무상 공약의 혼란이 이 수준의 시행착오에서 멈출 수 있다면 국가적으론 귀중한 깨달음이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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