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 무너지면 갈등과 분열 극심

기사입력 2010.08.1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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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 교사들의 징계를 유보해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와 교육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김 교육감은 전교조 경기지부 집행부 14명에 대한 검찰의 기소 처분을 통보받고도 1개월 안에 징계 의결을 요구하지 않아 교육공무원 징계령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수원지범 형사 11부(재판장 유상재 부장판사)는“교사 시국선언에 대한 위법성에 대해 사회적 논란과 의견이 분분해 김 교육감이 신속한 징계보다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자는 신중한 접근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재량권 일탈이나 남용이 아니다.”고 무죄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김 교육감의 징계 의결 유보가 직무유기에 해당하는지를 가리는 것이었을 뿐 교사 시국선언의 합법성을 따지는 판결은 아니다. 따라서 김 교육감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무죄 선고를 교사 시국선언에 대한 무죄 판결인 것처럼 확대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교육공무원징계령에는‘교육기관의 장은 수사기관으로부터 소속 교사들에 대한 범죄 처분 통보를 받으면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한 달 안에 징계위에 징계 의결을 요구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김 교육감은 사법부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징계하는 것은 무죄 추정 원칙에 어긋난다며 징계를 거부했고, 재판부는 이를‘상당한 이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번 판결처럼 검찰이 기소를 했는데도 징계권자가 징계 여부를 재량껏 판단한다면 공무원 징계제도는 있으나 마나한 것이 되기 쉽다.

징계제도는 형사 처벌과 별개로 공무원 조직의 질서 유지와 국민 신뢰 확보를 위해 만든 제도다. 공무원은 술에 취해 행패만 부려도 품위 손상으로 징계를 받는다.

 만약 무죄 추정 원칙을 따라야 한다면 공무원이 어떤 비리를 저질러도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징계를 할 수 없게 된다. 시국선언을 한 전교조 교사들은 지금까지 1심 8건에서 유죄 2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무죄 2건마저 2심에선 유죄를 받았다.

유죄 판결을 내린 법원은 한결같이 시국선언이 교사들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반대나 비판을 담은 것이어서 교사들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김 교육감은 시국선언이 위법인지,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 고민스럽다는 이유로 징계를 거부했고 재판부는 이를 교육감의 재량권이라고 인정했다.

이번 판결에 기대서 총리실 민간인 사찰 관련자들이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는 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럴 바에 아예 모든 공무원 징계는 대법원 판결 후에 하라고 규정을 모두 바꿔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교사들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일탈해 정치판을 교묘히 넘나들어도 법적 처벌 외에는 제재할 뾰족한 행정적 수단이 없음을 의미한다. 교사의 정치적·이념적 성향은 학생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교육계는 시급히 보완 정치를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작금의 혼란에 법원의 책임은 무겁다.

김 교육감 무죄 선고 이유와 관련, 재판부는“시국선언 행위가 집단행위금지 등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행위인지, 아니면 헌법상 국민에게 보장된 기득권(특히 표현의 자유) 행사 범위 내의 행위인지에 관해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고 있다.”며“대법원의 관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국 법원에서 열린 전교조 시국선언에 대한 1심 재판은 유죄와 무죄가 엇갈렸고, 1심의 무죄가 2심에서 유죄로 뒤바뀌는 등 판결조차 뒤죽박죽이다. 법치가 무너지면 갈등과 분열이 갈수록 극심해지는 나라를 지탱할 방법이 없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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