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공포 속에서 침착한 국민성

기사입력 2011.04.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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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을 비교할 때 흔히 등장하는 나라가 프랑스·영국·독일이다.
프랑스 역사가 쥘 미슐레는프랑스는 개인이고 영국은 제국이며, 독일은 민족이다.”라고 압축했다
.‘프랑스인은 달린 후에 생각하고, 독일인은 생각한 후에 달리고, 영국인은 걸으면서 생각한다.’는 일화도 있다.
 프랑스인은 대혁명 같은 역사적 사건을 일단 저질러 놓은 뒤 사태를 추스른다.
독일인은 패망으로 끝난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 보듯 목표를 세우면 돌진한다.
영국인은 경험을 쌓고 신중히 전개하는 타입이라고 한다.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다.
 유엔에서 나라별로 대표가 나와 자국의 국민성을 이해시키는 자리를 마련했다.
 프랑스는예술’, 영국은신사’, 독일은근면이라며 장황하게 설명했다.
듣고 있던 한국인이 도중에 튀어나왔다.“거 좀 빨리빨리 하고 들어갑시다.”라고 했다.
 성마른 한국인의 특성을 재치 있게 그려낸 묘사다.
국가라는 공동체 아래 살다보면 같은 가치관, 행동양식, 기질 등이 쌓여 국민성이 형성된다.
 나라마다 각양각색 문화가 있어 우열을 가릴 순 없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역사적 연구에서사회의 쇠퇴나 문명의 몰락은 외부가 아닌 내부적 요인에 기인한다.” 고 갈파했다.
 그리고 인류 역사상 업적을 남긴 민족의 특성을진실한 국민성굳건한 단결력에서 찾았다.
 국민성이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꾸는 것이다.
 한 나라의 역사는 국민성이 응축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대참사 앞에서 보인 일본의메이와쿠 가케루나 문화에 세계가 놀랐다.
우리 말도 떼지 못한 딸아이가 일본에 살며 세 살 때 배운 말은 차례 순서를 뜻하는준반이었다.
 이 말을 가르쳐준 건 보육원 교사가 아니라 또래 아이들이었다.
 놀이터에서 미끄럼을 타려던 아이들은 다투지 않고준반준반을 외치며 줄을 서 차례를 기다렸다.
 먼저 미끄럼을 타려던 딸도 어느새준반을 외치며 줄을 섰다. 일본 엄마들은남에게 폐(메이와쿠)끼치지 말라.”는 말로 가정교육을 시작한다.
 지하철에선다리를 꼬거나 뻗으면 남에게 폐가 됩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하루 종일 나온다.‘국화와 칼의 저자 루스 베네딕트는일본인들은 남이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에 민감하다.”고 했다.
 남을 배려하고 자신을 절제하는수신 문화. 일본 47개 도도부현에는메이와쿠 방지 조례라 하여남에게 현격적 폐를 끼치는 행위는 법으로 금하고 있다.
200911월 부산 사격장 화재로 10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숨졌을 때도 부산에 온 가족들은 통곡 대신 침통하게 무릎을 꿇은 채 흐느낄 뿐이었다.
자신의 슬픔을 드러내는 것조차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일본의 장례식은 조용하고 차분하다. 대진에서 외신들은 일본인의 인내와 질서를인류정신의 진화라며 극찬했다.
 다리를 다친 환자는 구조대가 도착하자 미안해하며나보다 더 급한 환자가 없느냐.”고 물었다. 생필품이 부족해도 약탈이 없고, 슈퍼마켓 앞에는 수백 미터의 줄이 이어졌지만 새치기가 없다.
 지하철회사는 운행을 제한했고, 시민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절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네티즌들은파친코와 유흥업소 사장님들, 조금만 참자.”는 메시지를 올렸다.“남편과 연락이 안 된다.”며 애끓는 구조 요청을 할 때 피난소 여인은 절규 대신 고개만 숙였다.
 비극 속에서도 내 자유와 권리를 주장할 땐 남의 자유와 권리도 존경해야 한다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곧잘 극단으로 치닫는 우리네 모습과 영 달랐다.
천지불인이라는 노자의 통찰력에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자연은 인간에게 너그럽지 않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추구, 즉 짚으로 만든 개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에게도 엄청난 천재지변이 닥칠지 모른다.‘빨리빨리 신화가 만들어낸다이내믹 코리아로 그런 험난한 도전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일본에서 본받아야 할 것은 많고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할 길도 멀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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