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칼럼]해외자원개발 국민의 혈세 낭비

기사입력 2014.12.1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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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1974년 사우디 제다시 미화 프로젝트를 맡은 기업에 사우디 내무부가 긴급 요청을 했다. “메카 순례가 시작되기 전까지 도로 공사를 끝내달라.” 수천 근로자가 낮에 쪽잠 자고 밤에 횃불 밝혀 철야 작업에 매달렸다. 일렁이는 횃불 물결에 파이잘 국왕이 난동이 났느냐고 물었다. 사정을 알고선 “공사를 더 많이 맡기라.”고 했다.

삼환은 메카행 8차로 확장 공사를 약속한 40일 안에 끝냈다. ‘사우디 횃불 신화’다. 현대건설은 2년 뒤 9억 3000만 달러에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따냈다. 10m 깊이 바다를 길이 84m, 폭 2km로 메워 항구와 기반 시설을 만드는 대역사였다. 입찰 보증금 2000만 달러가 없어 발을 구르던 회사가 44개월짜리 공사를 3년 만에 해냈다. 대림은 이란에서, 대우·동아는 리비아에서 향수병과 싸우고 모래밥 삼켜가며 기적을 만들었다. 새벽부터 체로와 구호로 하루를 열어 일사분란하게 공기를 앞당겼다.
 
중동인들은 ‘피를 나눈 형제’라며 반겼다. 리비아 원수 카다피는 “오래 머물러 달라.”고 했다. 중동 진출을 시작한 1993년 우리 경제는 말이 아니었다. 오일 쇼크 탓에 원유사느라 쓰는 돈이 3억 달러에서 1년 만에 11억 달러로 뛰었다. ‘호랑이(달러) 잡으려면 호랑이 굴(중동)에 들어가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한 해 많게는 17만 근로자가 오일 달러 넘치는 중동으로 달려갔다.

첫해 2400만 달러였던 수주액이 7년 만에 82억 달러로 늘어났다. 그때 벌어온 달러가 한강의 기적을 일군 밑거름이 됐다. 김포공항엔 돈 벌러 떠나는 아버지를 배웅하는 행렬이 이어졌다. 남편이 피땀 흘려 부쳐준 돈 아내가 탕진했다는 ‘춤바람’ 뉴스엔 온 국민이 분개했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자원외교에 대한 부실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을 앞세워 해외에 투자했던 사업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았거나 헐값 처분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캐나다 석유개발업체 하베스트의 자회사 ‘날(NARL)’을 모두 2조 원을 들여 인수했다가 사업이 여의치 않자 투자금의 100분의 1에 불과한 200억 원에 처분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업성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보고 사업을 접은 것이다. 이들 공기업의 투자손실은 막대한 부채로 쌓이고 결국은 국민의 혈세로 메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투자 실패의 원인과 책임을 철저히 가려 응분의 징계와 처벌을 내려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석유공사와 해외투자사업 자문사 선정 과정에서의 특례 의혹을 포함해 자원외교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와는 별도로 정의당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부실 해외자원개발 의혹이 제기된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 가스공사 등의 전·현직 사장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이상 부실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진상조사와 수사는 불가피해졌다.

감사원은 이미 자원외교 관련 사업에 대한 저일 검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찬현 감사원장은 국회에서 “공기업들의 해외자원 개발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 손해가 확정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진행중인 사업의 중단여부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자원개발과 자원외교는 특정 정원을 떠나 장기적인 국익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사업의 의사결정 과정이 불투명하고, 경제 외적 요인에 의해 무리하게 추진됐다면 그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우리는 부실 의혹이 제기된 자원외교 관련 사업에 대해선 우선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부실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는 ‘대통령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흔히 벌어지는 이런 문제를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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