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탄식만 할건가.

기사입력 2010.08.18 09:52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이 대독한 하계포럼 개회사에서“나라가 올바르게 나아가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아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정부나 정치권이 국민에게 국가적 위기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국민도 위기인지 아닌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세종시 같은 국가 중대사업이 당리당략에 밀려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4대강 사업도 반대세력의 여론몰이로 혼선을 빚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조 회장의 발언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당국자들이 대기업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쏟아 놓는 상황에서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대통령은“전경련도 대기업의 이익만 옹호하려는 자세를 가져서는 곤란하며 사회적 책임도 함께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기업들의 행태에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협력업체인 중견·중소기업과의 거래에서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횡포를 부리는 일이 적지 않다. 중소기업이 어렵게 일궈 놓은 영역에 뒤늦게 뛰어들어 이득을 챙기거나,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도용하는 사례도 있다. 일부 기업인들의 도덕적 해이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투자 없이 해택만 누리려는 형태도 잘못이다.

이 대통령이 최근 친서민·친중소기업 기조를 강조하며 대기업 비판의 소리를 부쩍 높이고 있다.“재벌소유의 금융회사 일수 이자 받듯이 높은 이자를 받는 것은 사회정의상 맞지 않는다.”,“대기업은 몇 천억 원 이익이 났다고 하는데 없는 사람들은 죽겠다고 한다.”,“대기업이 현금 보유가 많은데도 투자를 안 하니 서민이 더 힘들다.”. 한나라당 당직자들까지 대기업 비판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올 상반기 7.6%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아직도 대다수 서민층과 중소기업들은 경기가 풀렸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67%가 경기 회복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 생계와 맞물려 돌아가는 도소매·음식숙박업 취업자는 13만 명이나 줄었다.

경제에선 대기업을 억누른다고 중소기업이 자동적으로 솟아오르지는 않는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며 대기업을 압박한 결과 빈부격차가 더 심해졌다. 반기업 분위기를 조성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기업이 투자를 더 머뭇거리게 돼 성장률이 떨어지고 일자리도 줄거나 제자리걸음을 했기 때문이다.

회사 안에 돈을 쌓아놓고 돈을 벌 기회가 눈에 보이는데도 일부러 투자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돈을 갖고 있는 기업이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는 대부분 투자이익이 불확실하거나 앞으로의 경제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기업이 해외에는 활발히 투자하면서도 국내 투자에 소극적일 때는 그 원인이 노사문제에 있는지 토지 사용과 건축 인·허가 등과 관련된 규제 때문인지를 먼저 살펴 해법을 찾는 게 올바른 순서다.

대기업들도 자성해야 할 대목이 숱하다. 대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납품업체들 중에는 더 어려워졌다는 곳이 적지 않다.

중소기업의 44%가 원자재 값이 올라도 납품단가는 한 푼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원자재 값이 내릴 때는 중소기업이 그 해택을 보기도 전에 대기업이 납품가를 후려친다.

실적이 좋아진 것은 상당 부분 정부의 고환율·재정 확대 정책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다.

대기업이 정부의 정책 지원으로 얻은 이익의 일부라도 중소기업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물길을 열어야 대기업을 향한 이런 불만이 폭발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재계는 서로를 비판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부터 되돌아볼 일이다.

[나경택 기자 ]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