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칼럼]건방떨다 국제적인 망신

기사입력 2015.01.0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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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논란에 또 고개를 숙였다. 조 회장은 “딸자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바란다.”고 했다. 사고 직후 귀국길에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쳐 사과드린다.”고 한 데 이은 두 번째 사과다. 그는 “조현아는 검찰과 당국의 조사결과에 관계 없이 대한항공 부사장직과 모든 계열사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회장이자 조현아의 아비로서 사과한다.”고 했다.
 
말 그대로다. 파문의 1차 책임은 조 전 부사장에게 있지만 사태를 이렇게 키운 건 총수인 그의 책임이 더 크다. 조 전 부사장도 당국의 소환에 응하면서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일이 사과 한마디로 끝날 일은 아니다. 검찰 수사도 예고돼 있다. 재벌 오너라도 250여명의 승객안전이 걸린 항공기를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항공기 운항을 방해한 것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다.

법 위에 군림하는 총수 일가의 전횡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검찰이 본때를 보여야 한다. 더 한심한 것은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대한항공의 몰상식이다. 사고 후 대한항공은 “기내서비스를 담당하는 조 전 부사장의 정당한 권한 행사”라고 했다. 자기 맘에 안 든다고 승무원 사무장을 무릎 꿇리고 행패를 부린 게 당연하다는 말인가! 입단속 하느라 승무원들의 카톡을 검열하고 짜맞추기를 강요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진솔한 반성과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변명과 거짓말로 화를 키운 것은 다음 아닌 회사 수뇌부다. 오너만 바라볼 뿐 회사의 주인인 주주, 임직원과 서비스 이용자인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야말로 안하무인이다. 이게 한국 10대 재벌에 속한다는 대한항공의 현주소다. 총수 일가의 일탈 행위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직원을 종 부리듯 하는 것은 다반사고 ‘맷값 폭행’ 등으로 오너 일가가 구속되기도 했다. 그때마다 대기업은 거짓 해명과 변명으로 국민적 공분만 키웠다. 재벌에 대한 국민 불신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다.

회사야 망가지든 말든 오너만 챙기면 된다는 그릇된 대기업의 인식과 황제경영이 낳은 폐해다. 이번 파문 와중에 대한항공 수뇌부 중 책임지겠다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해 국토 교통부가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국토부는 대한항공에 대한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운항 담당자가 아님에도 위력으로 비행기를 후진시킨 조 전 부사장의 행동에 대한 법적·행정적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국토부는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이 ‘승객은 항공기와 다른 승객의 안전한 운항과 여행에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된다’라는 항공보안법 제23조(승객의 협조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토부는 항공보안법 제46조(항공기 안전운항 저해 폭행죄)에 대한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의 법리적 판단에 따르기로 하고 그동안의 조사자료 일체를 검찰에 송부했다.
 
국내외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하고 여론의 뭇매를 맞은 회항 사태가 승객의 안전과 편의에도 위해를 가했다고 정부가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국토부가 조 전 부사장 한 명을 고발하고 대한항공에 불이익을 준다고 이번 사건으로 단단히 상처를 입은 고객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느냐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당시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 전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재발 방지책을 내놔야 한다. 정당한 절차와 합리적인 판단 근거도 없이 누군가의 일방적인 지시로 비행기가 되돌려질 수 있는 권위적이고 비합리적인 기업문화는 반드시 청산해야 할 구시대의 전폐다. 대한항공은 고객 서비스 매뉴얼이 아니라 승객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부터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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