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칼럼]대형참사 강력 단속하라

기사입력 2015.01.2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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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안전한 곳이 없다.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로 그 옆의 고층 아파트 주민들까지 불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불길은 외벽을 타고 삽시간에 번졌다. 건물 외벽은 스티로폼에 얇게 시멘트를 발라 붙여 불길이 닿자 유독성 땔감으로 변했다. 애초 화재에 취약한 이 건물엔 초기 진화 장치인 스프링클러가 어디에도 없었다.

아파트 간 간격은 1.5m 불길은 쉽게 옆 동으로 건너가 옮겨 붙었고 건물 뒷벽을 타고 거세게 번졌지만 뒤쪽으로 철도와 붙어 있어 소방차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유가 드러난다. 주민들은 탈출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불이 아파트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한데다 비상계단이 업성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옥상으로 대피하거나 창문에서 뛰어내리지 못한 주민들은 방안에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했다. 화재 당시 대피 안내 방송도 없었고, 소방차 진입로에는 불법 주차 차량이 많아 초기 진화를 어렵게 했다. 불을 키우고 쉽게 옮기되 끄기는 어렵게 만든 구조다. 문제는 이런 허술한 건물 구조가 모두 건축법상으로 불법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는 이른바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건축법상 비상출구를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고 방염처리가 안된 단열재 사용도 규제를 받지 않는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이명박 정부가 2009년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소규모 주택을 도심에 대량 공급한다는 명분으로 도입했다. 그러면서 사업 활성화를 위해 각종 건축 규제를 완화했다.

건물 간격이나 주차장 설치, 소방진입도로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화재 확산 방지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도 크게 낮췄다. 부동산 정책 성공을 위해 무분별하게 ‘안전 빗장’을 연 것이 결국 화를 키운 셈이다. 문제는 도시형 생활주택이 전국, 도시에 우후죽순으로 늘어만 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만 10만 가구가 넘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20만 호 추가 공급을 약속하기도 했다. 값싼 주택 공급을 위해 소방·주차시설 등의 의무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안전 규제마저 풀어버림으로써 수십만 명의 거주자가 안전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안전은 우리사회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곳곳에 구멍은 뻥뻥 뚫려있다.

포기해선 안 되는 기본적 안전 규제에 대해서도 들쑥날쑥한 기준을 적용한다. 안전에 대한 관공서의 인식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 이번 화재사고는 말로만 안전을 외치며, 실제로 안전사회를 만드는 일엔 손 놓고 있었던 우리의 부끄러운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젠 수십만 수백만 명의 생명이 걸린 주택안전 문제부터 다시 찬찬히 뜯어봐야 할 때다. 기존의 허술한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이미 지어진 건물이라도 기본적인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판교 지하 환풍구 붕괴, 담양 펜션 화재 참사 등은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심각한 경고등을 울렸다. 정부가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며 국민안전처까지 만들었지만 안전의 불감증은 계속되고 있다. 당국의 무사안일주의와 의식도 여전하다. 여객선, 환풍구 펜션 바비큐장 등 지난해 대형 사고가 발생했던 시설을 점검한 결과 정부에서 27개 제도 개선 과제를 내놓았음에도 현장은 달라진 것이 별로 없었다.

당국은 이번 사고를 게기로 도시형 생활주택의 안전을 점검하고 안전 시설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다시는 정책 목표와 생활 편의를 ‘최소한의 안전’과 맞바꾸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정치적 목적으로 생명이 달린 규제를 함부로 바꾼 사람에 대해서는 지위고하와 전·현직을 가리지 말고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물려야 할 것이다.

<칼럼 나경택>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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