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자유로운 영혼을 담아 춤을 추는 무희...발레리나 이선영(Sunny Lee)

아름다운 발레리나 이선영
기사입력 2015.01.2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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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영혼을 담아 춤을 추는 무희<아름다운 그녀>
 
[선데이뉴스=박희성 기자]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발레리나 마코트 폰테인 (1919~1991)은 예순이 넘는 나이에도 무대에 올랐다. 그런데 한국은 왜 안 되는 걸까? 그것은 관객의 호응에 부응하기 위해 현란해진 기술이 무용수의 생명을 짧게 만든 탓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보다 많은 이야기가 있는 듯하다. 예전에는 대학교수들도 앞다투어 공연했는데, 어느덧 발레는 ‘젊은 사람들의 춤’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현실 속에 아름다운 그녀(펫북 친구들 사이에서 그녀를 부르는 이름)는 왜 많은 발레리나들이 그만두는 시점에 다시 토슈즈를 신고 사람들을 울리고 있는 걸까?
작년 12월28일, 겨울연가 OST작곡가로 알려진 데이드림 (연세영)의 팬들과 송년파티가 강남의 율하우스에서 있었다. 그녀는 올해 데이드림의 출시예정 곡<아름다운 사람>에 맞추어 춤을 선보이게 되어있었다. 문에서 걸어나오는 작고 갸냘픈 어깨를 숨죽이며 지켜본 것은 단 6분, 그 짧은 순간에 그녀는 모든 사람이 울리고 말았다.

이선영 안무, 데이드림곡<아름다운 사람>
발레 <아름다운 사람>은 죽은 연인을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든 그녀가 꿈속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해후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춤에 몰입한 두 무용수는 다시 헤어져야만 하는 이별이 아쉬워, 공연도중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고 관객과 10cm안되는 무대공간 속은 춤을 추는 사람들의 감정이 관객에게 전이되어 공연장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이것이 그녀가 지향하는 무대, 춤을 찾아오는 사람들, 그녀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춤을 추고 싶고 그렇게 춤으로 소통하여 상처받은 영혼을 가슴으로 안아주고 싶다고…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단 6분공연에 팬들에게 날아온 공연사진이 300장이 넘는다. 그날의 공연을 위해 오랜만에 서는 무대가 다소 두려웠던 그녀는 작년 12월 댄스씨에트르사하르의 신작 <한여름 밤의 호두까끼인형>에서 계란요정으로 대학로의 아르코극장에 올랐다. 그런데 그녀가 공연할 때마다 그녀를 쫓는 자유로운 카메라들이 따라다닌다. 그리고 하루가 마다 않고 그녀의 펫방에는 새로운 친구가 찾아 든다. 그녀는 소틍을 위해 바쁜 와중에도 꼭 하나하나 답변을 한다. 대중과의 소통이 그녀가 진정 바라는 목표이기 때문에 요사이는 정말 쉴 틈 없어도 신경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선화예술학교와 선화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였고 그 뒤 성균관대학교 무용과를 진학하였으나, 그녀가 서른 다섯에 택한 대학원은 모교 스포츠과학과였다. 대학졸업 후 그녀는 유니버셜발레단의 연수장학생으로 지목되어 특전을 누렸으면서도 발레를 하지 않았다. 작은 키로는 발레단 입단이 불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모저모로 발레와의 인연을 이여 가려고 했으나 11년전, 친구의 공연 때,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3막에 나오는 파드듀를 끝으로 토를 신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대학 때부터 신었던 수십 켤레의 토를 버리지 못하고 여기저기로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수 차례의 이사에도 불구하고. 춤을 추면 죽을 것만 같아서 죽지 않기 위해 춤이 없는 인생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순간에도 그녀는 토를 버리지 않는 것에 대해 그녀는 ‘나’는 몰라도 ‘신’은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춤을 떠나 살수 없다는 것을 신을 알고 있었던게 아니냐며 해맑게 웃는 그녀였다. 
현재 그녀의 이력은 춤보다는 요가가 풍부하다.  대한생활요가협회에서 다양한 지도자과정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으며 특히, 카이베(KYBE: Kids Yoga Ballet in English)라는 키즈발레 프로그램은 쑥쑥닷컴의 동영상 강좌로도 만들어 졌다. 그 밖에도 뽀뽀뽀출연은 물론   기업특강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모교에서 인정받아 박사학위 취득 후 요가전담 초빙교수가 되었다.  또한 운동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신체활동이 주가 되지 않는 학과에서도 그녀의 독특한 이력을 높이 평가하여 그녀에게 강의를 의뢰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왜 갑자기 토를 신고 우리를 찾아왔을까?
그것은 한 음악가와의 만남이 계기가 되었다. 데이드림은 그녀의 출신학교인 선화의 선배이다.  제작년 여름, 그는 그녀에게 <아름다운 사람>을 선사하며,  춤을 부탁하였다. 년초에 그녀는 춤을 다시 추어볼 생각으로 발레클라스에 참석하여 얼마 되지 않아 점프를 한 후 착지동작에서 오른쪽 아킬레스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해 수술을 받은 후, 보조기를 풀고 신을 신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런 상황 속에도 그녀는 왠지 거절할 수 없는 숙명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다시 토를 신어야 했던 이유는 그녀의 꿈과 우리나라 무용계의 현실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교수임용이 목표인 그녀는 무용과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공연에 대한 실적이 필요하다고 한다. 교수가 되어 이루고픈 궁극적인 목표가 그녀를 여기까지 있게 하는데, 이는 자신과 같이 춤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가진 학생들이 중단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싶은 것이라 한다. 작년에 선배의 논문을 도우며 무용과의 현실을 다시 한번 직시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무용과학생들의 전공지속의사가 다른 학과에 비해 낮았던 것. 오랜 시간 지속해 온 무용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지옥 같은 시간인지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녀의 꿈에 한발 다가선걸까… 그녀와 함께 춤을 추었던 남자무용수는 무릎십자인대 파열로 춤을 중단한 상태였는데 그녀의 제안으로 함께 춤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춤을 계속 추면 죽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춤 밖에 없는 나의 인생에서 춤이 없는 인생을 만들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어요. 물론 춤은 계속 추었어요. 라인댄스, 밸리, 탱고… 발레로써 받은 적 없는 콩쿨입상을 2년이나 라인댄스를 통해 받은 적도 있어요. 제가 말하는 건 토 위에서의 춤이죠. 그런데 그 사이 제가 갖춘 다양한 이력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사람들이 저를 다시 춤을 추는 사람으로 만들었어요. 펫북에서 사람들은 그날 이후 ‘아름다운 그녀, 혹은 ‘천상의 무희’라고 저를 불러주어요…(중략)…제가 원하는 발레요? 사람들과 소통하는 발레이죠. 발레가 너무 멀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에 담아지는, 그래서 애잔한 그런 정서를 표현하고픈데, 요새 발등이 계속 고장 나네요. 하는 데까지 해보고 안되면 안무를 예쁜 학생에게 주어야죠.”
인터뷰 내내 그녀는 웃음을 잃지 않았지만 중간 중간, 눈에 눈물이 고이며 애써 있음이 보였다. 흘러간 시간만큼이나 많은 이야기와 고뇌가 있었을 것 같지만 그녀의 얼굴은 수심보다는 꿈꾸는 소녀처럼 빛났으며 삶을 초연한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강남에 사는 그녀는 한 달에 두 번 한 시간 이상 운전하여 고양시의 박애원으로 가 조현병 환자들을 위한 동작치료봉사도 한다. 그녀는 정녕 아름다웠으며 이토록 ‘아름다운 그녀’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발레리나 이선영)                                                                
현재 성균관대 초빙교수, 동덕여대, 상명여대 시간강사. 선화예술학교 및 예술고등학교 졸업 성균관대학교 무용학과 졸업,석사,박사. / 유니버셜발레단 주최 하계스쿨에서 장학생으로 선정 워싱톤 키로프발레스쿨 연수 / 댄스씨에트르 사하르의 신작 <한여름 밤의 호두까끼인형>에서 솔리스트로 출연,"아름다운 사람" 안무 및 주역 외 다수 많은 작품에 출연함.
[박희성 기자 phspkc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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