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법 만인에게 평등한가

기사입력 2015.02.08 13:48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과거사나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한 변호사들이 위원회 결정에서 파생한 소송의 변호인을 맡은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과거사위나 의문사위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의혹 사건을 조사한 뒤 인혁당 민청학련 등 200여 사건에 대해 정부에 의해 조작됐다며 재심 청구를 했다. 이후 피해자 측은 국가를 상대로 줄줄이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국가기관인 위원회에서 활동한 변호사들이 이들의 소송대리인을 맡는 것은 불법이다. 변호사법은 공무원으로 직무상 취급했던 사건의 수임을 제한하고 있고 과거사법은 위원은 공무원으로 본다고 돼 있다. 법관이나 검사가 재직시 맡았던 사건을 퇴직 후 수임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다.

재심 결정이 내려진 과거사 사건 중 상당수는 법원에서 개인당 수억원 혹은 수십억원의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한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은 소송가액 총 4000억 원의 관련 소송을 독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변호사들이 관행대로 약 20%의 성공 보수를 받는다면 공직을 수행하면서 얻은 정보로 막대한 사적 이익을 얻은 셈이다. 수사선상에 오른 변호사는 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로 알려졌다.

민변은 지난해 유우성간섭 의혹 사건에서 국가정보원의 증거 조작을 밝혀내 이를 사실상 묵인한 검찰에 패배를 안겨줬다. 이후 검찰은 집회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민변 변호사 2명을 징계해 달라고 변협에 요구했다. 검찰과 민변 사이에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이번 수사가 진행돼 민변이 반발하고 있다. 민주화운동을 하다 고문이나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라도 생활자금 등 보상금을 받았다면 국가로부터 손해를 배상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유신헌법 반대 성명을 발표한 뒤 불법 연행돼 가혹행위를 당한 문인 간첩단사건 피해자와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 같은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민주화운동 보상법 조항을 근거로 원고들이 보상금 지급에 동의한 이상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기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판결을 요약하면, 가혹행위로 거짓 자백을 강요당해 간첩 누명을 쓴 사람들에게 1000만원 안팎의 생활지원금을 줬으니 위자료는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판결이다.

굳이 법률가가 아니더라도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과 인도적·호의적 차원의 손실보상이 다른 개념이라는 건 시민적 상식에 속한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도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불법행위에 대한) 정신적 손해에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 판결은 과거사 청산 작업의 취지에 역행한다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크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 5인은 재심으로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해주고도 상응하는 배상을 하지 않는 것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기본법등의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민주화운동보상법 182항을 대법원이 판단·근거로 들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서울지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국가배상청구권을 제한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 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하급심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며 현재에 심사를 요청해 놓았는데 대법원이 그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판단한 셈이다. 대법원과 헌재가 최고 사법기관의 위상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것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국가기관 간 자존심 다툼으로 무고한 시민이 피해를 입어서야 되겠는가! 대법원의 거듭된 과거사 역주행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