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칼럼]국민 혈세로 축재 억장 무너진다

기사입력 2015.04.1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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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경택>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맹지는 말 그대로 눈먼 땅, 도로와 접하지 않아 이용가치가 떨어지는 땅이다. 길과 연결되지 않으니 집과 건물을 지을 수도 없다. 그래서 보통 주변 땅값의 반에 반도 안 되는 값에 시세가 형성된다. 이런 맹지를 반듯한 도로가 지나도 비싼 땅으로 만드는 신통한 도술을 부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국회의원들이다.
 
나라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의원들이 자신이 소유한 땅 앞에 도로를 내기 위해 예산을 끌어가 개인적 이익을 챙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맏긴 격이다. 새누리당 강길부 의원(울산 울주)는 280억 원의 국가 예산을 유치해 울주군 산업단지에 진입로를 추가 건설했는데 새 진입로 근처에 자기 땅이 있었다. 도로가 생긴 후에 그의 땅값은 10년간 5200여만 원에서 4억여만 원으로 8배가 됐다. 이 정도라면 의원들이 유력 지주들의 부탁을 받고 도로를 내준 맹지도 많을 것이다.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대학과 연결된 인터체인지(IC) 확장 예산을 따온 의원, 자기 소유 오피스텔이 있는 지역 근처를 빨리 개발하라고 압력을 넣은 의원 등 부동산 이익을 챙기는 방식이 다양하다. 공직자윤리법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공직자가 수행하는 직무가 공직자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되어 공정한 직무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야기되지 않도록 이해충돌 방지에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새정치연합 주승용(여수 을) 의원은 지난해 여수시 소라면과 화양면을 잇는 지방도로 확장공사에 265억 원 규모의 예산을 따냈다. 주 의원은 이 도로를 따라 24곳에 땅을 보유하고 있다.

그 뒤 주 의원의 땅을 포함해 공사 예정지 부동산 값이 오르고 있다고 한다. 새누리당  박대동(울산 북구) 의원은 올해 의정보고서에서 지역구 내 도로 신설 예산 541억 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도로는 박 의원이 형제 6명과 공동 소유하고 있는 땅 바로 옆을 지나게 돼 있다. 새누리당 홍문종(의정부 을) 의원도 2012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 건물 인근의 호원 IC 건설과 국도 39호선 확장에 필요한 예산을 관철시켰다.

일부 의원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토지”라고 해명했다. 지역구 개발 사업 예산을 따내면서 자기 소유 부동산 값이 오를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턱이 없다. 개발 차익이 더 커지기를 기다해며 예산을 따내려고 동분서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도 달리 할 말이 없게 됐다.

설혹 처음부터 사적인 이익을 노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헌법상 보장될 국회의원의 예산 심의·확정 권한을 개인적인 축재에 활용했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혈세인 예산 심의 권한을 개인적인 축재에 활용했다는 비판을 들어 마땅하다. 이런 형태를 눈감으면 400조원 가까운 정부 예산을 의원들이 심의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사익을 챙길 수 있게 된다.

매년 정부 예산 심사에서 의원들이 민원을 넣는 ‘쪽지 예산’만 3조원이다. 지역구 발전에 필요한 사업이 대부분이겠지만 의원의 사적 이해가 연관됐을 가능성도 크다. 앞으로 의원들이 자신의 땅이 있는 곳에 예산을 요구할 경우 사전 신고를 의무화하고, 사후에 발생한 차익은 환수하게끔 법제화해야 한다. 또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김영란법)’에 빠진 이해충돌 방지규정을 되살려 의원이 사적 이익과 연관된 법안·예산은 다룰 수 없도록 원천 차단해야 한다.
 
국민이 위임한 공적 권한을 사익 추구에 악용하는 것은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일탈 행위이다. 국민 세금을 잘못된 사업에 쓴 것도 공금을 유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의원들의 이런 탈선을 견제하기 위해 의원들 재산을 사적이익과 관련 잇는 정책이나 예산 심의에는 참여하지 못하도록 ‘이해 충돌 방지’ 법규도 만들어야 한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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