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막말 정치 국민모독

기사입력 2015.06.1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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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은 여러 차례 막말 논란을 빚었다. 2012년 새해의 사자성어로 ‘명박박명’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미인박명’에 빗대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빨리 죽으라는 저주의 말을 퍼부은 것이다.

2013년에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을 비판하면서 ‘바뀐 애는 방 빼, 바꾼 애들은 깜빵(감방)으로’라는 글을 올렸다.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와 비슷한 ‘바뀐 애’라고 비하해 부르면서 물러나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고 비죽거렸다. 주 의원이 4·29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려다 번복한 것을 공격한 것이다. 화가 난 주 위원은 문재인 대표가 말리는 것도 뿌리치고 나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 문 대표는 정 위원에게 사과할 것을 주문했으나 정 위원이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거부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뒤숭숭한 새정치연합이 하루 종일 막말 소동으로 어수선했다. 정치인의 수준은 곧 말의 수준이다.

정치인이 신랄한 비판을 하고 싶다면 위트를 사용할 수도 있다. 촌스러웠던 소련 서기장 흐르쇼프도 ‘정치인은 강이 없는 곳에서 다리를 놓아준다’ 같은 멋진 말을 할 줄 알았다. 정 위원이 말로만 사퇴를 떠든 주 위원을 비판하고 싶었다면 ‘사퇴는 말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비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공갈 같은 거친 표현은 한판 붙겠다는 생각이 없으면 누군가의 면전에서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정 위원은 문 대표가 2월 취임직후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의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자 “독일이 유대인의 학살을 사과했다고 유대인이 히틀러 묘소를 참배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두 전 대통령이 독재를 하긴 했지만 유대인 600만명 이상을 죽인 히틀러에 비유한 것은 균형감이 없다.
 
당시 새누리당은 정 위원을 ‘최고위원 아닌 최악위원’이라고 비꼬았다. 최고위원다운 말의 품격을 갖추라는 것 자체가 정 위원에게는 무리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이 ‘공갈 막말’ 파문의 당사자인 정 최고위원에게 1년 당직자격 정지 처분을 내린 건 의미깊다. 정 위원의 최고위원직과 지역위원장직(마포을)을 정지시켰다. 정 위원은 당적은 유지되지만 ‘당직자격 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공천 심사 때 10% 이하의 감점을 주도록 한’ 당규를 감안하면 중징계의 성격이 있다. 아직 공천 룰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최악의 경우 마포을이 사고지구당이 되면 공천 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어 정 위원으로선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이번 결정이 나온 건 막말 파문이 당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지지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위기의식과 함께 “도저히 이번엔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정서가 반영된 결과다.

막말과 폭언, 눈살 찌푸리게 하는 비상식적 행동으로 스스로 품격을 떨어뜨려온 정치권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정 위원과 새정치연합은 물론 정치권 전체가 의미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정치권은 시정잡배나 다름없는 욕설과 폭언, 저질스러운 막말이 다반사로 벌어지는 풍토가 돼버렸다. 유사한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여성 대통령을 향해 ‘그X’이라는 말을 쓰는가 하면, 태어나선 안 될 존재란 의미의 일본말 ‘귀태’라고 한 의원도 있었다. 의원들끼리 회의 석상에서 “닥쳐 이 XX야” “너 인간이야?” 라며 상식 이하의 욕설과 비방을 버젓이 주고받는 게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물의를 빚어도 주의·경고 같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거나 심지어 당사자를 감싸는 비상식이 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소한의 자정 기능도 작동하지 않은 정치 풍토에서 새정치연합의 정 위원에 대한 징계가 정치권에서 막말을 영구히 추방하는 이정표가 되길 기대한다. 정치인의 막말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며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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