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칼럼]법치주의를 확립하라

기사입력 2015.07.3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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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박근혜 대통령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 방침을 공식화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금 국민들 삶에 어려움이 많은데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민정수석에게 사면 범위와 대상을 검토하도록 주문했다. 이번에 사면이 실시되면 지난해 1월에 이어 임기 중 두 번째로 박 대통령이 특별사면권을 행사하게 된다. 지난해 설 특사는 서민 생계형 사범에 한정됐으며 정치인과 기업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부정부패와 사회지도층 범죄를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가 발전’과 ‘국민대통합’이란 명분을 내건 만큼 사면 대상에 재벌총수 등이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헌법적 고유 권한이다. 형이 확정된 특정 범죄인에 대해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고 형 집행을 면제, 경감하거나 형 선고의 효력을 없애주는 제도이다. 당연히 특사는 볍률이 국민의 개발적 정상을 참착하지 못하거나 자의적 사법권에 의해 형벌이 부과된 경우에 한해 지극히 예외적으로 실시돼야 한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사면권의 엄격한 제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사 로비 의혹이 불거진 뒤에도 “사면이 힘 있는 사람들에 대한 특혜처럼 비쳐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정치 불신을 야기하는 일이 되풀이돼 왔다”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광복절 특사 방침이 다소 뜬금없이 느껴지는 까닭이다.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 때문에 30대 그룹 사장단이 경제난 극복을 위한 공동성명에서 기업이 가석방 등을 요청한 게 반영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현재 형이 확정돼 수감 중인 기업인 중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구본상 LG넥스원 전 부회장이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석방됐지만 집행유예 기간 중이다.

이 중 최태원 회장은 징역 4년형 가운데 2년 6월을 복역해 대기업 총수로는 가장 오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이번 광복절 기준으로 형기의 65%를 마쳐 가석방 기준(형기의 3분의 1)을 넘어선 상태다. 역대 대통령들은 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측근과 정치인, 기업인을 임기 말에 무더기로 사면해 법치주의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

이번 광복절 사면이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이런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무엇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사면 기준을 분명히 밝히고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계가 요청하고 있는 대기업 총수와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 역시 엄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검토해야 한다. 기업인이라고 해서 특혜를 줘서도 안 되지만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된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올해 메르스 여파로 경제적 손실은 물론 정치, 사회적 분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당·청간 갈등도 사회적 분열을 초래했다. 여기다 그리스의 구제금융을 둘러싼 논란과 중국 증시의 혼란 등 대외적 변수도 우리 경제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사면 방침은 국가 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위해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재벌 총수에게 은전을 베푼다고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는 등 경제가 활성화될지 의문이다. 오히려 시민의 법감정과 사회적 정의 관념에 어긋나는 사면권 남용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법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특별사면이 국민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대신 좌절감과 상실감만 안겨주는 제도로 전락해선 안 될 것이다. 여당은 물론 야당과도 화합하는 통 큰 정치, 대통합의 정치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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