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사회’ 사랑의 무지개

기사입력 2010.09.1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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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사회가 지배적 개념이 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처음 제기한 이후 국정 전반이 새로운 잣대가 됐다

. 더군다나 총리·장관 후보자 낙마와 외교부의 특채 파동이 겹치면서‘공정’은 기득권 세력의 부정과 불공정을 응징하는 칼날이 됐다.

 사실 ‘공정성’은 한 사회를 유지하는 데 지극히 당연한 도덕률이다. 공정이 전제되지 않는 통치는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

개인 간에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국가 기능의 기본이 공정이다. 너무나 당연한‘공정’이란 말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건 우리 사회가 그만큼 공정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그런 점에서는‘공정한 사회’지향은 올바른 목표 설정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최근 확산되는‘공정’논의엔 우려할 대목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공정’이 보편적 가치를 넘어 통치의 한 수단으로서 이념화하고 있는 조짐이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고정한 사회는 구체적 실체가 불분명하다.

그렇다보니 오히려 온갖 사안을‘공정’이란 이름으로 재단하려 한다는 인상마저 풍긴다. 자칫 입맛대로‘공정’을 갖다 붙이는‘이현령비현령’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특정 이념을 모자 씌우기 해 밀어붙이는 방식은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와도 맞지 않다. 불공정은 권력과 있는 자가 힘으로 이익을 추구할 때 생긴다.

 따라서 공정은 국민에게 요구할 규범이 아니라 권력층과 있는 자들이 지켜야 할 도덕률이다. 특히 권력층부터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무의미해진다. 사회 일각에서 공정한 사회 주장에 냉소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권력은 과연 공정한가라는 원초적 의문에서 출발한다.

 그동안의 인사 난맥상부터가 그렇다. 대통령과의 지연·혈연·학연에 인사가 흔들린다고 비친다면 아무리‘공정’을 외친들 설득력이 없다. 정권 말기로 갈수록 정권 내부의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도‘공정한 사회’는 정권 내부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청와대 참모들은“청와대부터 정부부터 희생을 감수할 각오를 이미 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역대 대통령의 장기 독재와 같은 권력구조의 탈선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이뤄냈을 뿐 아직도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민주주의의 제도화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총리실에서 민간인 사찰 기구를 운영하고 국회가 국회 안에서조차 법치를 구현하지 못하고 사법부는 법관 개인의 이념적 색깔에 의해 판결이 달라지는 형편이다.

후진성의 유산인 사회적 격차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인식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생각하는 공정한 사회의 개념이 정확히 무엇이며, 그것을 이룰 수단은 또 무엇인지가 명확히 보이지 않아 궁금하다.

 법이 사회의 위·아래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기회의 균등이 보장되는 사회, 즉 형식적 법치 사회가 공정한 사회일까 아니면 정치·사회적으로 뒤쳐진 사람에게 정치적·사회적 이익이 더 배당되는 사회가 진정한 공정한 사회일까. 이 문제에 대한 정치철학적 판단이 우선 제시돼야 한다.

 이것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정치권과 재계에선 벌써 공정한 사회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사정의 칼이 동원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그럴싸하게 퍼지고 있다.

 이것도 공정한 사회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의 하나이지만 그것은 정권이 쓸 수 있는 여러 정책 수단 중‘하지하책’에 지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를 내걸고 각종 대중연합적 경쟁을 동원했던 좌파 정권에 대한 국민의 반발을 발판으로 집권했다.

그렇다면 그 정권과는 다른, 보수 정권만이 이룰 수 있는 공정한 사회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달성할 것인지를 국민에게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10년 만에 등장한 보수정권의 실책과 실상에 대해 이미 적잖이 실망하고 있는 국민이 다시 이 정권에 희망을 걸 수 있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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