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칼럼]개똥쑥의 노벨 과학상

기사입력 2015.11.0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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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핵 폭발로 폐허가 된 일본 히로시마에서 가장 먼저 새싹을 틔운 식물이 쑥이라고 한다
. 쑥은 생명력과 번식력이 강해 극한 환경이 아닌 곳이면 어디서든 자란다.

다른 식물과의 경쟁에도 매우 강하다. 오랫동안 넓은 지역에 야생한 역사를 갖고 있어 변종이 많은 것이 그런 특성을 반영한다. 세계적으로 400여종, 국내에는 약 300종이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 생물자원 포털이나 국가 생물종목록에 등록돼 있는 것만 보더라도 쑥, 참쑥, 산쑥, 사철쑥, 제비쑥, 뺑쑥, 개똥쑥, 더위지기 등 40~50종에 이른다.

쑥은 시경이나 구약성서 등에도 등장하지만 단군 신화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단군 신화에서 쑥은 100일 동안 끼니를 대신하는 구황적 기능과 동물을 사람으로 변신하게 만드는 약리적 내지 주술적 기능을 갖고 있음을 암시한다. 쑥을 대문 앞이나 지붕 위에 놓아 액운을 물리치는 민간 풍습이 바로 최근까지 전해진 쑥의 주술적 기능이다. 식생활에서는 지금도 쑥밥, 쑥국, 쑥나물, 쑥국수, 쑥떡, 쑥차, 쑥술 등 식품 재료로 쓰인다.

쑥한방비누, 쑥화장수 등 생활용품의 재료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약리적 기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인터넷에는 약쑥, 인진쑥, 개똥쑥, 사자발쑥, 해풍쑥 등 쑥의 약리적 효과에 대한 정보가 폭주하고 있다. 고혈압이나 심장순환기계 질환의 치료와 예방, 간 기능 보호, 백혈병성 암과 결장, 간암 세포 증식 억제, 항염증 및 진통 작용, 당뇨, 고혈당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거나 그런 기능성에 기대를 걸고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정보다. 살충이나 타식물 성장억제작용을 하는 쑥의 독소 성분을 유익한 방향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그런 쑥이 마침내 과학분야 노벨상까지 내기에 이르렀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투유유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가 개발한 말라리아 특효약이 바로 개똥쑥에서 나온 성분이다. 문화대혁명 초기인 1967년께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의 지시로 연구를 시작한 투 교수팀은 1971년 개똥쑥에서 항말라리아 효과가 있는 칭하오쑤(아르테미시닌)를 발견했다. 쑥의 만병통치에 가까운 약리효과를 애용해온 한국인들은 왜 그걸 몰랐을까!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투유유는 2010년 류사오보(평화상), 2012년 모옌(문학상)에 이은 세 번째 중국인 수상자이지만 첫 과학 분야 수상자여서 의미가 남다르다. 더구나 중국에서 최고 과학자에게 주는 원사나 박사학위, 유학 경험이 없는 ‘삼무 과학자’였다.

100
만명이 넘는 말라리아 환자를 구하는 특효약 아르테이시닌을 개발하고도 여성에다 박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간 제 몫의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저장 성 출신인 투는 1955년 베이징대 약학과를 졸업한 뒤 중의연구원에 들어가 85세가 된 지금까지 중국 전통의 천연 약물에서 실물질을 찾는 일에 몰두했다. 노벨상을 안겨 준 말라리아 퇴치약도 1600년 전의 고대 의서를 읽다가 영감을 얻어 중국 전통 약초인 개똥쑥에서 추출했다.

투의 이름 유유가 ‘사슴이 울며 들판을 풀을 뜯는다’는 서경 구절에서 따온 건데 세계적으로 이름값을 한 셈이다. 비과학적이며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중의학에 대한 비관과 불신도 이번 수상으로 상당히 해소하게 됐다.
 
전통의학에서 한국은 중국, 일본과 다른 길을 걸었다. 한의학은 서양의학과는 별도로 독자적 세력과 영역을 구축했다. 정부는 한의학을 창조적으로 계승한다는 취지로 1994년 한국 한의학연구원을 설립했으나 한약 유래 신물질 개발이나 임상시험에서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나경택 기자 sunday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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