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거 빼고 다 있어요'학교장터 화제

하동옥종초교, 전교생 제품생산 ‘창업동아리' 활동…

직접 만든 630여점 판매도

“자～ 질 좋고 값싼 물건이 왔습니다. 없는 거 빼고 다 있으니 구경하고 사 가세요!”

한 시골 초등학교 강당이 장사꾼들의 호객행위(?)로 시끌벅적하다. 오밀조밀하게 마련된 점포에 다양한 물건을 차려놓고 손님들을 그러모으려 목청을 돋운다.

물건을 파는 상인과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 간에 벌어지는 상거래 행위는 여느 시골 장터의 정겨운 모습과 너무나 닮아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8일 오후 하동군 옥종면 옥종초등학교 강당에서는 학습 활동과는 무관한 희한안 일이 벌어졌다. 학교장터가 열린 것이다. 장은 다음날 오전까지 계속됐다.

초등학교 강당에 장터가 개설된 것은 옥종초교가 도내에서 유일하게 올해 경남도교육청의 ‘경제교육 자율연구학교'로 지정되면서 비롯됐다.

학교는 경제교육 자율연구학교의 지정 취지에 맞도록 제품 생산․판매활동을 하기로 하고 전교생(128명)이 참여하는 창업동아리를 조직했다.

창업동아리는 펠트나눔반, 꿈자람이, KBB(벽시계반), 맛누리, 창업불패, 천염사아, 리본공예, 손으로 만드는 세상, 아이메이커, 장난감공장, 빨래터 등 모두 11개.

여기에 전 교직원은 아이들의 동아리 활동을 돕고 지원하는 멘토가 됐으며,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는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전교생은 11개의 동아리에 골고루 분포해 머리띠에서부터 향초, 모양시계, 쿠키, 편지꽂이, 핸드폰 고리, 부채, 천연비누, 건담에 이르기까지 실생활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생산했다.

제품 가격은 소품인 1000원짜리부터 품과 시간이 많이 든 3만원대까지 각양각색이다.

물론 제품을 만드는 재료비는 도교육청의 자율연구학교 지정 지원금으로 충당됐다. 아이들은 평소에는 여느 학교와 다름없이 교과수업을 하고, 매주 목요일 5교시 재량활동시간을 활용해 생산 활동에 나섰다.

한정된 시간 때문에 생산 활동이 여의치 않을 때는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하기도 하고, 노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짬을 내 물건을 만들었다.

그렇게 1학기동안 생산한 제품이 자그마치 630여점. 그 물건으로 장터를 개설해 판매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구매자는 동아리가 다른 아이들과 학부모, 지역의 여러 단체에서 참여했다. 이틀 동안 장터운영으로 생긴 수익금은 2학기 동아리 재료비로 재투자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즐거워해서 큰 보람이 있었어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직접 장식을 해보기도 하고, 입어보기도 하며 너무 좋아했어요.”

신대생 교장은 동아리 활동을 이렇게 요약하며 “학교가 활기가 넘쳤다”고 자랑했다.

창업동아리의 주인공인 학생들은 목요일이 기다릴 정도로 흠뻑 빠졌다.

이보현양(6년)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것도 체험하고 직접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것을 다 해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며 “선생님과 동아리 아들과 함께하면서 협동심도 많이 늘고 남을 배려할 줄도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 교장은 “생산․판매활동을 통해 협동심과 단결심은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생겨 아이들에게 매우 유익했다”며 “창업동아리 경험이 훗날 성인이 돼 경제활동을 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학교장터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