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칼럼]여성 투표권 세계는 변하고 있다

기사입력 2016.01.0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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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경택>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텍 칼럼]여성 참정권 역사를 더듬어 보면 뜻밖의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으로 여성의 투표권을 보장한 나라는 1893년 뉴질랜드다. 다음은 호주로 1902년에 참정권을 도입했다. 유럽에서는 북유럽 국가들이 앞장섰다. 핀란드는 1906년 유럽 최초로 보통선거를 실시하면서 여성에게 투표를 부여했다. 이어 인접 노르웨이가 1913년, 덴마크가 1915년 여성 참정권을 보장했다.

마치 도미노처럼 여성 참정권이 인근 국가로 퍼져나간 것이다.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 민주주의 전통이 일찍 확립된 국가에서 여성 참정권이 늦은 것은 아이러니다. 영국은 1918년 30세 이상의 여성에게 제한적으로 참정권을 부여했다가 10년 뒤 21세 여성까지 확대했다. 1870년 흑인 노예에게 참정권을 준 미국이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한 것은 1920년이었다. 여성이 노예보다 늦게 참정권을 행사했다.

프랑스의 여성 참정권 행사는 지난한 투쟁의 결과였다. 1789년 8월 프랑스혁명 중 라파이예트는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을 발표했지만, 이 ‘인간’에서 여성은 제외됐다. 이에 여성혁명가 올랭프 드 구즈는 ‘여성과 여성시민의 권리선언’을 통해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모든 분야에 있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여성의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벽보를 붙이다 체포돼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의정단상에도 오를 권리가 있다”는 절규를 남긴 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자신의 성별에 적합한 덕성을 잃어버린 사람’ 구즈의 죄목은 ‘남성만의 평등을 위한 혁명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었다. 이후 프랑스에서는 기나긴 암흑기를 거친 끝에 1944년에야 여성에게 참정권이 허용됐다. 올해 프랑스에서 여성과 남성 장관이 똑같이 17명씩인 남녀평등 내각이 탄생하기까지 무려 220년이 걸린 셈이다. 이슬람권에는 아직도 ‘명예살인’이란 게 있다.
 
품행이 나빠 가족명예를 더럽혔다며 아버지나 오빠가 딸과 여동생을 죽이는 걸 당연시하는 관습이다. 몇 년 전 사우디에서 모르는 남자와 같이 있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에 체포된 자매를 오빠가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총으로 쐈다. 아버지는 가족의 명예를 지켰다며 아들의 ‘살인’을 용서했다. 요르단의 한 기자는 십여 년간 명예살인 실상을 파헤쳐 ‘명예살인 전문기자’란 말을 듣는다. 그 덕에 국제사회 감시 눈길이 엄해졌는데도 여전히 처벌은 미미하다. 사우디에선 여성들의 운전할 수 없다. 남편이나 가족, 운전기사가 모는 차만 탈 수 있다.
 
여성들은 돈을 벌어도 월급 절반을 대리 운전사에게 떼 줘야 한다. 여성 운전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가 기막히다. 여자가 차를 몰고 마음대로 다니게 두면 가정을 소홀히 하고 사회·윤리적 문제가 생긴다는 보수주의 성직자들의 '파트와' 때문이라고 한다. 파트와란 이슬람 학자가 이슬람법에 대해 내놓는 의견이다. 사우디에선 여성이 신분증을 받으려면 보호자 동의서와 고용주 허가가 필요하다.

사우디 정부는 몇 년 전 여성이 국경을 넘으면 남편이나 후견인에게 자동으로 긴급 문자 메시지를 보내겠다고 한 일이 있다. 여성들은 차라리 전자 팔찌를 채우라며 항의했다. 사우디 여성들의 억압된 삶은 종교 그 자체의 탓이 아니라 전통과 관습 때문에 빚어진다. 인류를 구원한다는 종교를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이런 지옥을 만들 수도 있구나 싶다. 사우디 여성들이 지난해 말경 지방선거에서 건국 83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후보를 내고 투표도 했다. 여성 당선자도 나왔다. 난생처음 한 표를 던지고 울음을 터뜨린 여성도 있었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막대한 부를 쌓아 국제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사우디는 민주주의와 정치 발전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을 뗐다. 여성의 정치참여는 사우디의 미래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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