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부문화 윤리를 행동실천

기사입력 2016.02.23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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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아마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의 상당수는 훈훈한 감동으로 보냈을 것이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프라실리 챈 부부가 딸을 낳은 뒤 페이스북 지분 99%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소식 때문이다. 기부액은 현 시가로 따져 450억 달러 한국 돈으로 계산하면 52조원에 달한다. 이는 저커버그의 재산 96%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는 몇 해 전 재산 중 절반 이상을 자선사업에 쓰겠다고 했으며 에볼라 퇴치 산업, 저소득층 거주 지역 교육 지원, 공공병원 확충 등 공익사업에 이미 2조원 가까이를 기부했다. 이번 그의 기부선언은 과거 약속에서 한발 나아간 것이다. 더 감동적인 것은 갓 태어난 딸 맥스에게 보낸 편지다. 편지에는 딸에 대한 사랑과 함께 저커버그 부부가 미래를 보는 관점이 녹아 있다.

 이들은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가기를 바란다”며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모든 아이들에게 도덕적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 페이스북 최고 운영자인 셰릴 샌드버그의 말 그대로 ‘아름다운 편지이자 훌륭한 약속’이다.

기성세대 잣대로 저커버그는 31세에 불과한 풋내기다. 그 나이에 자신의 부를 인류에게 바치는 일과 같은 인생관과 인격을 어떻게 갖출 수 있는지 놀랍다. 세 자녀에게 1000만 달러씩만 주고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나 재산의 99%를 내놓겠다고 선언한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을 잇는 저커버그의 기부 행렬 동참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버핏은 10년 전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 전부를 기부하겠다면서 “나도 값비싼 전용 비행기를 사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막대한 부가 결국 그걸 소유한 사람을 삼켜 버리는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건강을 제외하면 흥미, 다양성 그리고 오래가는 친구들이 바로 가치 있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게이츠와 버핏은 이후 수백 명의 미국 부자들에게 재산의 50% 기부선언을 제안했고, 기부 행렬이 이어졌다.

 스티브 잡스 이후 애플을 이끌고 있는 팀 쿡조차도 동성애자임을 고백하면서 10세 조카의 교육 지원을 제외한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계적 거부들의 이런 움직임은 단순히 가치관·인생관의 차이 혹은 가진 자의 높은 도덕성, 공감이니 존경이니 같은 설명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이들의 기부 행렬이 더욱 크게 울리는 것은 골육상쟁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부의 세습에 골몰하고, 교도소에 가게 될 때쯤 마지못해 기부 약속을 하는 한국의 가진 자들과 비교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의 기부행위가 주목받는 것은 단순히 시장경제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사회공헌 수준이 아니라 우리를 다르게 하는 사회, 그리고 그 아픈 사회가 요구하는 윤리를 실천하는 행동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삶은 과거보다 훨씬 풍요로워졌지만 그 뒷면에는 가족붕괴, 고립, 소외, 빈부격차, 빈곤 같은 자본주의 사회가 들춰내기 싫은 현실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들의 모습은 약탈과 탐욕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최소한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로 되돌리려는 노력이 아름답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서계 최고의 부호 자리에 오른 이들의 결론이 상생이라는 이름을 가진 공동체의 회생이라는 점은 의미심장이다.

저커버그는 그동안 시장경제에서 부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줬지만 이번에는 부자가 된 다음에 어떻게 행동하고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줬다. 그의 노력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그의 희망대로 딸의 세대가 풍요를 다 함께 누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맞이하기를 바란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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