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부익부 빈익빈 사회

기사입력 2016.05.0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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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1993년 2월 27일 첫 국무회의에서 자신과 가족의 재산이 17억 7822만원이라고 밝혔다. 질풍노도처럼 공직 사회를 뒤흔든 재산공개의 신호탄이다. 당시 YS는 ‘내 지갑은 돈이 지나가는 정거장’이라고 했다.

정치자금을 받았어도 호주머니에 넣지 않고 나눠줘 떳떳하다는 말이다. 이 말은 먹혔다. 법적 근거도 없는 공직자 재산공개를 강력한 반발에도 밀어붙인 원동력이다. 우리 재산공개 제도는 1978년 제정한 미국 윤리규정의 영향을 받았지만 더 엄격하다. 미국은 본인과 배우자 재산만 공개하면 된다. 우리처럼 부모 자녀 재산까지 알릴 의무는 없다. 미국 공직자들은 정확한 금액이 아니라 일정한 범위만 밝히면 된다.

실제 지난해 버락 미국 대통령 부부가 밝힌 재산은 180만~700만 달러(약 21억~82억원)로 두루뭉술했다. 공직자들이 공개한 재산을 살펴본 서민은 고단한 삶이 더 퍽퍽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지난해 전체 고위 공직자 10명 중 7명은 재산이 늘었고,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393억원,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1629억원으로 공직자와 국회의원 중 최고였다. 작년 1인당 국민소득이 환율 영향으로 6년 만에 감소했다는 한국 은행 발표가 겹치면서 박탈감은 더 커졌다.

하지만 특정 시점의 공직자 자산과 일정기간 국민소득의 증감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재산공개 이후 부자 공직자는 죄지은 사람처럼 움츠리는 반면 가난한 공직자는 어깨를 편다. 법정에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인지 모르지만 재산공개 때만 거꾸로인 셈이다. 공직자 548명(30.2%)이 뭐가 켕기는지 부모와 자녀의 재산공개를 거부한 것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입맛을 씁쓸하게 한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거부 사유가 의심스러우면 공개를 명령하지만 그런 사례는 극히 드물다. 고지 거부 기준을 강화하거나 재산을 줄여 신고한 사람은 엄벌해야 마땅하다. 누구든 공정하고 합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늘릴 수 있다.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불황이 지속돼 빠듯하게 살아가는 시민 입장에서는 입이 딱 벌어지는 수치인 것만은 분명하다. 공위공직자의 전년 대비 재산 증가액 비율은 4.31%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2.6%를 웃돈다. 무엇보다 부동산 가격과 주가 상승, 재산 상속의 덕을 봤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증시 정책의 수혜자가 ‘가진 자’이며,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일해서 번 것보다 빠르다는 <21세기 자본>의 실증 사례들이다. 박 대통령을 예로 들자. 박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주택 공시가는 1년 새 1억 7000만원 올랐다. 여기에 인세·급여 등 예금이 1억 8000만원 늘어 재산은 35억 1900만원이 됐다.
 
취임 직후 재산이 25억 5000만원이었음을 감안하면 3년 만에 10억 가까이 늘었다. 다른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도 다를 게 없다. 월급이 들어오면 쓰기 바쁜 시민들에 비해 승용차·법인카드 등의 혜택으로 급여를 대부분 재산화하고 있는 점도 이채롭다. 이번에 10명 중 3명은 직계 존·비속 중 1명 이상의 재산고지를 거부했다. 공개 재산 만으로도 박탈감·위화감이 커지는 마당에 숨겨놓은 지갑이 있다면 누가 신뢰할까!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당 평균재산은 3억 4000만원이다. 빚 6000만원을 빼면 순자산을 2억 8000만원으로 고위공직자의 5분의 1 수준이다. 20~30대 가구 소득 증가율이 조사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고위공직자 등의 재산증식은 정책 지향점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대기업과 자산효과만을 우선하는 정책으로는 시민들의 열패감을 풀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창조경제와 규제개혁 등을 통해 경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자화자찬 뿐이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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