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재벌 법질서 우롱 일벌백계를

기사입력 2016.06.23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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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경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검찰이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검찰은 롯데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정책본부와 주요 계열사 사무실 등 17곳을 압수 수색했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과 아들 신동빈 롯데 회장의 집무실과 자택도 압수 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을 직접 겨냥한 수사라는 뜻이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 등 2개 부서를 동시에 투입해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다. 검찰은 롯데 계열사 간 자산 거래를 통한 배임 혐의와 비자금 조성을 통한 횡령 혐의를 수사한다고 밝혔다.

정책본부와 주요 계열사가 포함된 그룹 전반에 대한 수사라는 점에서 수사 규모와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다. 검찰은 배임·횡령 수사라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 로비 의혹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롯데는 이명박 정부에서 숙원 사업이던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를 받았다.

공군이 안전상 이유를 들어 10여년 넘게 반대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인근 성남비행장의 항로를 변경하면서까지 롯데 손을 들어줬다. 맥주 사업 진출과 면세점 확대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검찰 수사는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밝힌 뒤 로비 의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검찰도 "단서가 나오면 수사한다"고 했다. 건전한 시장 경제 질서를 세우기 위해서는 재벌의 불법 행위는 철저히 수사해 엄벌해야 마땅하다.

사실 이번 수사는 롯데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결정적이었다. 형제간 싸움은 소송과 공개적 상호 비방에 그치지 않고 아버지이자 창업자에 대한 정신감정을 의뢰할 정도로 과열됐다. 롯데는 요즘 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판매로 핵심 임원들이 수사를 받는 중이다. 롯데홈쇼핑은 재승인 심사 때 허위서류 제출을 이유로 프라임 시간대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호텔 롯데는 1년 이상 근무한 아르바이트 13명을 해고하면서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갑질'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신 회장의 조카인 전 한진해운  회장은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매매 혐의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롯데그룹은 연매출 80조원이 넘는 국내 5위 대기업이지만 덩치가 걸맞지 않게 폐쇄적이고 전근대적 경영을 하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 최상위에 있는 일본 광윤사는 등기상 직원이 3명뿐인 비상장 회사이다.

롯데그룹 상장사 비율은 전체의 10%에 못 미친다. 신 총괄회장은 0.1%, 총수 일가는 2.4% 지분만으로 그룹을 지배한다. 지배구조가 복잡한 데다 수많은 계열사가 한국과 일본에 나뉘어 있고, 대부분 비공개 기업이다. 계열사 간 부당 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세탁할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비자금을 어떻게 조성했고,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롯데는 저임금으로 유명한 ‘짠돌이’ 기업이다.
 
비자금 조성이 사실이라면 이는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땀흘려 일한 노동자를 착취한 결과이다. 악명 높은 롯데의 하청업체에 대한 횡포와 비정규직 남발, 골목상권 침해 등도 비자금 조성에 일조했을 것이다. 비자금은 총수 일가 배를 불리거나 불법 로비에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비자금을 조성한 총수 일가와 정·관계 인사를 샅샅이 찾아내 엄벌해야 한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롯데그룹 불법행위로 국한해서는 안된다.
 
기업이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에 뇌물을 건네는 불법 로비는 국내 기업의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롯데그룹 압수수색 소식에 많은 대기업들이 자신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고질적인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새로운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는 대수술 기회로 삼아야 한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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