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외면한 설익은 탁상행정

기사입력 2010.10.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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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에는 날씨가 좋아 채소와 과일이 모두 풍작이었다.

 값싸고 싱싱한 과일 채소가 넘쳐나 소비자는 신났지만 산지에서는 배추와 무값이 폭락해 수확을 포기한 농민이 밭을 갈아엎을 정도였다.

작년에도 배추 농사가 잘되는 바람에 김장용 배추 최대 산지인 전남에서는 가격 폭락을 우려해 배추 생산을 줄이고 김치 소비 촉진 행사를 벌였다.

풍년이 들어도 제값을 받기가 힘든 농민은 씁쓸했다. 올해는 지난 3년 동안과는 딴판이다. 시중 배추값이 작년의 서너 배 이상으로 뛰어오르고 식당에서는 김치를 구경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배추 대란이다.

 김장파동이 닥칠까 걱정이다. 정부는 중간상인들의 매점매석으로 채소값이 앙등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단속에 나섰으나 예년에 비해 배추 생산량이 워낙 줄어든 탓이 크다. 농촌경제연구원은 강원 고랭지에서 고온과 강우 피해로 출하량이 50% 이상 감소했고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경기 충청권의 출하 물량도 줄었다.” 고 분석했다.

가격이 올라도 수확이 없으니 농민도 중간상인도 주부 못지않게 울상이다. 야당의 민주당은 채소값 폭등의 원인을 4대강 공사 탓으로 돌렸다.

 전협회 대변인은 이상기후 탓도 크지만 4대강 공사로 시설(비닐하우스) 재배면적이 16%나 감소했다.” 채소값 폭등은 예견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4대강 사업에 편입되는 채소 재배 면적은 3662ha로 전국의 채소 경작지(작년 7월 기준) 262995ha1.4%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채소값에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만으로는 실상을 알기 어렵다. 4대 강변 경작지의 채소 생산량을 구체적으로 밝혀 폭등 원인을 차분히 따져볼 일이다.

농산물 가격은 수요 공급에 극히 민감하기 때문에 조금만 모자라거나 남아도 가격이 급등락 한다.

한 해 생산과잉으로 밭을 갈아엎은 다음 해에는 재배면적이 줄어 값이 폭등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일쑤다.

 채소값 폭등이 백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이상기후 탓이라면 농식품부만을 탓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올해 배추 생산이 절반이나 줄어 김치가 벌써 금치가 됐는데도 농식품부가 중국산 수입 같은 대책을 내놓으니 게으르다는 비난을 들어 마땅하다.

 이마트의 배추 구매 담당자는 배추 육모장의 파종량이 감소한 사실을 올해 7월 파악하고 서둘러 대비하기 시작했다. 최근 일부 대형마트들이 값이 폭등한 일부 채소류를 할인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예측과 대비의 결과다.

배추 담당 부처인 농식품부는 농촌경제연구원의 가격 전망만 믿고 책상에 앉아 안이하게 대응하다 배추값 폭등 사태를 악화시켰다.

농촌경제연구원은 9농업관측에서 배추값을 강세정도로 전망했다. 10월에는 평년보다는 높지만 9월보다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장과 동떨어진 전망이었다.

정부가 업계 정보만 잘 활용했더라도 배추 파동이 이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뒤늦게 배추대책회의를 열었다. 뒷북 회의에 국민의 눈총이 따갑다. 회의 참석자들이 배추 수급의 구조와 현장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제라도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등 장기적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고 말했다. 과거에도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말하지 않은 정부는 없었고 국민 세금도 상당액 투입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5종합대책까지 내놓았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부터 유통구조 잘못 때문에 소비자가 배추를 산지값보다 5~6배 비싸게 사먹고 있다고 폐해를 지적했지만 유통구조는 바뀐 게 없다.

 현실을 외면한 설익은 구호나 탁상행정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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