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노동자 나라의 기둥 보호하자

기사입력 2016.07.2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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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노동은 주로 ‘고된 일’ ‘지루함’ 등 부정적 이미지를 연상시키지만 역사적으로 노동이 항상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독일 철학자 칸트는 ‘건강한 상태에서 노동 후에 갖는 휴식’을 가장 큰 감각적 즐거움이라고 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도 마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젊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밭에 나가서 땀을 흘리며 노동하는 것’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18세기 유럽의 변방이었던 독일의 칸트와 괴테가 이처럼 노동을 목가적으로 예찬하는 사이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일어난 영국의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노동의 우울한 미래를 예언했다. 즉 사회적 분업을 통해 노동생산력은 증가할 수 있겠지만 노동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습관을 잊어버리고 어리석고 무지하게 변해갈 것이라고 봤다. 흔히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자비심보다 이기심을 강조한 고전파 경제학 시조로만 알려진 스미스는 자본주의 분업이 몰고 올 ‘두 얼굴’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스미스가 의문을 제기했던 효율성과 노동의 존엄이라는 상반된 가치는 지금까지도 자본주의가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자본주의 발달과 함께 노동에 대한 연구도 노동사회학, 노동경제학, 노사관계학, 노동법학, 인사노무 등으로 분업화됐지만 단 한번도 통합된 학문으로서의 ‘노동학’은 존재한 적이 없다. 이 점에서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가 ‘제1회 노동학 콜로키움’에서 ‘노동학’을 독립학문으로 제안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 연구소 조대엽 소장은 “분업의 가속화, 신자유주의 확대, 자동화기술로 인간을 위한 노동은 위협받고 있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기존의 파편화된 연구로는 현대사회가 직면한 중층적 노동문제를 풀 수 없다”며 경쟁이 아닌 협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구축을 위해 융합학·공공학·미래학으로서 노동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대 청년노동자가 안전교육 없이 방사선 비파괴검사 현장에 투입돼 방사선에 피폭되는 피해를 입었는데도 업체에서 열흘이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피해 노동자는 입사한 지 한 달도 안된 20대인데다 2인1조 안전작업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하철 2호선 스크린도어 산재사망 사고를 연상시킨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 결과 피해 노동자는 지난해 12월 경기 평택시 공사현장에 투입되면서 필수 장비인 방사선측정기도 지급받지 못했다.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해 설비의 균열을 점검하는 위험작업을 하면서 안전관리 규정이 제대로 지켜진 게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피해 노동자가 방사선 피폭으로 붉은 반점이 나타났는데도 회사 측은 열흘씩이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감독기관에 신고도 안 했다는 점이다. 발주처나 원청이 하청업체에 위험작업을 저가에 떠넘기고 하도급업체는 한 푼이라도 이익을 남기기 위해 안전교육이나 안전설비 없이 노동자들을 위험작업에 투입하면서 요행수만 바라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4명이 사망한 남양주시 지하철 공사 폭발사고도 마찬가지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지하에서 고압의 LP가스통을 이용해 용접작업을 했는데도 원청인 포스코는 물론 하도급업체도 아무런 안전교육을 하지 않았고 환풍기·가스경보기 등 기본적인 안전설비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도 속수무책이다. 원청업체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감독관의 눈을 속일 수 있고 몇천만원 벌금만 내면 그만인 상황에서 근로감독관을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 국회에는 기업살인법 수준은 아니지만 산재 사망 시 원·하청업주에게 동일하게 최고 징역 7년의 형사책임을 묻는 법안이 제출돼 있다. 정부·여당은 ‘파견법 통과 없이 다른 노동법도 안된다’고 고집부리지 말고 우선 이 법안이라도 통과시켜야 한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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