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20대 국회 개혁의지 기대한다

기사입력 2016.07.2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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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로마 시민은 소득세를 내지 않는 대신 병역의 의루를 졌다. 국가는 국민들에게 봉급을 주지 않고 숙식만 해결해줬다. 시민은 전쟁에 필요한 칼 방패까지도 스스로 마련해야 했다. 로마의 정치인, 즉 원로원 의원은 봉급 같은 건 받지 않았다.

오히려 퇴역하는 군인의 연금을 위해 상속세를 냈다. 정치나 전쟁은 모두의 것(공화국)을 위한 일이어서 시민이 기꺼이 무보수로 해야 할 일로 받아들였다. 독일 학자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보면 두 종류의 정치인이 등장한다. 정치를 부업으로 삼는 정치인과 주업으로 삼는 정치인이다. 전자는 대개 무보수이고 후자는 유급이다. 베버는 보수가 별 의미가 없던 부유한 명사들 중심의 정치에서 리더를 중심으로 정당 조직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로의 변화를 우려와 기대가 함께 섞인 눈으로 바라봤다.
 
국회의원의 겸직 허용은 ‘부업으로서의 정치’의 잔재다. 프랑스에서는 의원들이 지방자치단체장을 겸하는 경우가 많고 영국의 의원도 거의 모든 직업에 겸직이 허용된다. 반면 미국은 세비의 15% 이상을 외부에서 벌 수 없고 일본은 세비의 절반 이상을 벌면 신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변호사 교수 사장 이사 등의 겸직을 아예 금지한다. 우리나라 세비는 연 1억 4000만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인당 국민소득 대비 3번째로 높다. 겸직 금지를 감안해도 높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세비를 절반으로 줄일 것을 제안했다.

국민은 10%나 20%는 몰라도 절반 축소는 현실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박수를 보냈다. 사실 세비는 의원을 유지하는 데 드는 경비비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 될 것이다. ‘반값 국회’를 만들려면 친인척까지 데려다 쓰는 보좌진을 7명에서 서너 명으로 줄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의당으로서는 세비 절반을 내놓을지언정 정치에 매달려 먹고사는 직업 보좌관들을 줄이기는 더 어렵다. 노 원내대표가 그 일에 앞장선다면 더 큰 박수를 받을 것이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남용 방지법’을 제출했다.
 
국회가 법으로 정해진 기간 내에 체포 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해도 그다음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해 표결에 부친다는 내용이다. 지금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후 72시간 내’에 표결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헌법은 현행법을 제외하고는 회기 중에 국회 동의 없이 국회의원을 체포할 수 없도록 해놓고 있다. 이 불체포특권은 과거 군사정권이 국회 위에 군림하며 억압하던 시절 의원들의 활동을 보호하고자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법망을 빠져나가는 시대착오적 특권으로 악용되고 있다.

19대 국회만 해도 정부가 낸 체포 동의안 11건 가운데 4건이 가결되고 2건은 정부가 철회했으나 나머지 5건은 부결되거나 페기됐다. 뇌물 수수나 횡령 같은 파렴치한 짓을 저질러도 여야가 함께 ‘동료 의원’이라면서 담합하면 버젓이 현역 의원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2013년 내란 음모 혐의를 받던 당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같은 사람마저 이 특권 위에 숨어 연명을 시도한 일도 있었다. 여야는 불체포특권을 없애겠다고 여러 번 국민 앞에 약속했다. 18대 대선 때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모두 공약했고 이후 법안도 여러 차례 제출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법안을 앞으로 제쳐놓고 국민 관심이 사그라들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 국회의원들에게 부여된 특권·특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 무슨 말을 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 특권’을 포함해 손봐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불체포 방지법을 처리하는 이 한 가지를 보고 국민은 20대 국회의 변화 의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여야는 또다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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