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진해운 물류대란 무능정부

기사입력 2016.09.2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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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이 처음 해운사를 세운건 1967년이다. 한 해 전 베트남에 갔다가 미국 화물선에서 40톤 컨테이너가 부두로 내려오는 광경을 처음 봤다.
 
“열두 사람이 한 시간은 옮겨야 할 짐을 2분 만에 내리다니” 그는 귀국하자마자 창업을 준비했다. ‘크게 앞으로 가자’는 뜻으로 회사 이름을 ‘대진’이라 지었지만 1973년 오일 쇼크를 못 이겨 묻을 닫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1977년 한진해운을 세워 재도전 했다. 큰 뜻은 아버지가 세웠지만 해운 사업을 꽃피운 건 셋째 아들 조수호 회장이었다. 그가 대표이사에 오른 1988년 한진해운은 국내 1호 선사 대한상선을 합병하며 국내 1위 자리를 굳혔다.

1992년 매출 5조원을 넘기더니 95년 거양해운을 사들여 유럽·중국까지 노선을 늘렸다. 2000년대엔 해외 해운사들과 손잡고 글로벌 동맹을 만들었다. 그는 아버지처럼 “운송업은 이익이 없어도 국가 경제를 위해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10년 전 조수호 회장이 쉰넷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뜨자 ‘부자 2대의 집념’은 조 회장 아내 최은영씨에게 넘어갔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동생이자 동화면세점 사장 신정숙씨의 딸이다. 그는 한진가 며느리로 평생을 살았지만 회장에 취임한 뒤 이내 자기 목소리를 냈다.
 
선박임차 계약을 10년 넘게 장기로 맺고 사업 확장에도 열을 올렸다. 공격적 경영 덕분에 한때 ‘스타 CEO’로 주목받았다. 8년 전 세계 금융 위기가 터지자 무리한 경영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011년 이후 3년간 1조원넘는 적자를 내자 최 전 회장은 경영권을 시아주머니 조양호 회장에게 넘기고 손을 땠다. 최 전 회장은 연봉과 퇴직금으로 93억원을 받았다. 여의도 한진해운 사옥을 소유하고 있어 해마다 140억원을 임대료로 받아 간다. 석 달 전 한진해운이 자율 협약을 신청했을 땐 갖고 잇던 한진해운 주식 30억원어치를 미리 팔아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후폭풍이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번지면서 정부와 새누리당이 뒷북 대책을 쏟아냈다.
 
‘한진그룹이 추가 담보를 제공할 경우’ 1000억원 이상의 장기저리 자금을 긴급 지원해 한진해운 선박이 해외 항만에 합류되는 상황을 막고 외교부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는 43개국에 스테이오더(압류금지명령)를 승인받을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정의 압박에 조양호 한진해운 회장은 사재 400억원을 포함한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선박 하역 등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대책은 채권단의 한진해운 지우너 거부 때 최소한 법정관리로 국적 선사가 발이 묶이기 전에 나왔어야 마땅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기본적으로 화물을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책임은 화주와 계약한 한진해운에 있다”고 말한 것도 기본적으로만 옳다. 당초 정부는 다각도로 대응책을 검토했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물류에 끼치는 영향을 오판했다는 사실이 이번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기자간담회에서 “물류 대란을 예정하지 못했다”는 임종용 금융위원장의 고백은 박근혜 정부의 실력을 말해준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정부가 법정관리에 앞서 대책반을 미리 꾸려 물류 대책을 수립하고 세계 각국 법원에 협조를 요청했다.

관료들의 역량이 20년 전보다 퇴보했다는 얘기다. 해운물류비상대책을 마련했어야 할 김영석 해양수산ㄴ부 장관은 산업은행과 한진 사이를 오가는 연락책 역할만 하는 무책임한 모습이었다. 한진해운발 물류 대란은 컨트롤타워 부재, 부처 이기주의,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생긴 필연적인 참사다. 이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가 조선 철강 등 남은 구조조정 작업을 이 상태로 추진한다면 산업 개혁은 고사하고 산업의 공멸을 초래할까 걱정스럽다. 논란의 과정을 따져 책임 소재를 가리는 청문회가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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