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생결단 정치 해산하라

기사입력 2016.10.05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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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항의해 단식 중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소속 의원들에게 국정감사에 복귀할 것을 당부했으나 2시간여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이 대표는 ‘정세균 사퇴 관철을 위한 새누리당 규탄 결의대회’ 도중 불쑥 “내일부터 국감에 임해 달라”고 말했다. 당황한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표결로 국감 복귀를 무산시켰다.

오히려 의원들이 번갈아 이 대표와 동반 단식을 벌이기로 해 출구가 안 보이는 상황이 됐다. ‘모기 보고 칼 빼기’식의 단식에 돌입한 이 대표가 지도부와의 상의도 없이 ‘국각 복귀’를 선언한 것은 전략 부재를 드러낸 것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의 국감 복귀 선언에는 일말의 충정이 있다.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할 주요 기회를 방기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어긋난다. 당 내에서 정 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와 국감 정상화를 분리해 투 트랙으로 가자는 유화론이 힘을 얻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 어설프게나마 국감 복귀의 속내를 드러낸 만큼 공은 정 의장에게로 넘어갔다.
 
정 의장은 “만약 의장이 헌법과 국회법을 어기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지만 지금까지 직무를 수행하면서 헌법과 국회법을 어긴 적이 없다”며 새누리당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사퇴 요구가 무리하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 의장의 사과와 이 대표의 단식 철회를 동시에 하자는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중재안까지 거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새누리당 의원 129명은 헌정 사상 처음 현직 국회의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지난달 정 의장은 방미 출장 때 정 의장 부인의 1등석 탑승, 정 의장 이름의 손목시계 배포, 딸이 거주하는 샌프란시스코 방문 등을 ‘황제 출장’이라고 공개까지 했다. 집권 여당이 과거 여당 출신 의장들도 했던 ‘관행’을 문제 삼는 치졸함으로 정치를 하니 나라가 이 모양인 것이다.

의장 직속으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까지 구성한 정 의장이 ‘내 특권은 예외’로 여기는 것도 국민을 실망시킨다. 중심을 잃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나 문제 해결보다 오기로 맞서는 집단적 퇴행성을 보노라면 새누리당을 국정의 책임을 짊어진 집권당이라고 부르기 민망하다.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는 국회 거부에 압도적으로 부정적이었다. 정 의장과 야당이 여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처리했지만 국회법 절차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 표결을 밀어붙인 것을 정치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지만 절차적 정당성에 하자가 없는 한 수용하는 게 옳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깡그리 거부하며 국회를 마비시켰다. 그동안 민생을 외면한다고 야당을 비판해온 것에 비추면 이런 자기당착이 없다.

2년 전 이 대표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하는 야당 의원들에 대해 “선거제도가 정착된 나라 중 단식투쟁을 하는 국회의원이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에서 “이번 단식이 정 의장이 정치생명을 잃거나 이 대표가 목숨을 잃어야 끝난다고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어영부영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여야가 주고받으며 타협하라는 정 의장의 비공식 발언이 과연 서로 죽기 살기식으로 싸워야 할 사안인지 묻고 싶다. 극단의 정치를 넘어서자는 이야기를 한 지 꽤 오래됐다. 민생문제 하나 해결 못한 집권당 대표가 국회의장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생결단을 하겠다는 것은 경중을 가리지 못하는 분별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자세로 어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며,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20대 국회 출범 때 여야가 앞다퉈 내려놓겠다고 한 특권 가운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있다.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라.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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