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성난 민심 참담하다

기사입력 2016.11.0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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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전은 물론 취임 후 상당 기간 최순실씨에게 연설과 홍보에 관한 의견을 물었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좀 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도 안 돼 최씨가 연설 홍보만이 아닌 국정 거의 모든 분야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각 언론 보도로 무더기로 드러났다. 청와대 민정수석 인사 관련 서류 , 북한 관련 정보가 최씨나 그 측근 사무실에서 나왔다.

정부 차관이 최씨 측근에게 수시로 이력서를 보내며 인사 청탁을 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 국정 농단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흔들지 마라”고 하더니 이날 자신의 국기 문란에 대해 국민에 사과하는 자리에서까지 거짓말을 한 것이다. 심지어 최순실 의혹을 덮기 위해 개헌이라는 국가적 사안을 이용하기도 했다.

지금 시중에는 대통령 탄핵까지 요구하는 격양된 민심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제 국민을 설득할 있는 최소한의 도덕성을 상실했고 권위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무너졌다. 이것은 단순한 레임덕(임기 말 현상)이 아니다. 대통령 국정 운영 권능의 붕괴 사태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안보와 경제의 복합 위기에 빠져 있다.

이 와중에 1년 이상 남은 박 대통령의 권위·권능이 무너졌다. 여기서 대통령이라는 직위 자체까지 공백이 될 경우 국가적 재난을 감당할 수 없다. 박 대통령과 야당 모두가 나라를 지키고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숙고해야 한다. 이제 헌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모든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구속된 박관천 전 경정은 감찰 수사 과정에서 “우리나라 권력 서열은 최순실씨가 1위, 정윤회씨가 2위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당시엔 근거 없는 소리로 치부됐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말이 됐다.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고 기업들이 800억원 가까운 돈을 바친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도 결국 박 대통령의 비호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이라며 깔아뭉개려 들었다.

‘신뢰와 원칙’의 정치를 자부했던 대통령이 국민을 속인 것이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의 표현대로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사실임을 인정한 것이지만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대통령이 공사를 구분 못 하고, 법치가 아니라 봉건시대에나 가능한 인치를 해 왔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러니 박 대통령에게는 장관들의 ‘대면 보고’가 필요 없었던 모양이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수사 내용 유출 의혹를 “국기문란 행위”라고 질타한 바 있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말씀자료 및 국가 기밀자료를 외부로 유출해 비선실세가 주물럭거렸다는 것은 국기 문란보다 더한 헌정 문란 사태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선택도 땅에 떨어졌다. 앞으로 박 대통령의 ‘권위’가 유지될 수 있을지, 과연 경제·안보 위기보다 더한 초유의 위기를 어떻게 수습할지 국민이 대통령을, 나라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최씨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가의 백년대개를 설계할 개헌론도 하루아침에 동력을 잃게 될까 봐 개탄스럽다. 역설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의 실정으로 국가가 한순간에 마비 상태에 빠질 수 있는 5년 단임제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안보·경제 위기에 국가마저 무너져 내린 사실상의 국가 비상사태다. 박 대통령은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전적으로 수용해 철저히 진상 규명을 통해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히고 필요하다면 조사도 받아야 한다. 새누리당도 정신 차려야 한다. 이제는 국민이 마음을 크게 먹고 나라를 지켜야 할 때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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