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북한 1차 핵실험 규탄한다.

기사입력 2016.11.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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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회장 나 경 택 [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신문에 실린 지도를 보니 핵 위협이 피부에 확 와 닿았다. 미연합사령부가 있는 용산에서 핵이 터졌을 때 피해 정도를 그린 지도다. 우리 집은 지도에서 ‘생물체 모두 사망’과 ‘사람 전선 3도 화상’ 지역의 경계쯤에 있었다. 폭탄이 터지는 곳을 폭심지라고 한다.

하늘에서 터지면 바로 아래 지표면을 그렇게 부른다. 미 9·11 테러 이후 ‘그라운드 제로’가 귀에 더 익숙하다. 역사상 실전에서 핵무기가 사용된 경우는 2차 대전 막바지인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두 곳이다. 나가사키는 기념 공원으로 조성돼 분위기가 숙연했다. 히로시마는 뜻밖에 길거리 병원이었다.

그 앞에 작은 비석만 서 있을 뿐이다. 폭발 당시 나가사키 폭심지는 테니스 코트였다. 히로시마 폭심지엔 ‘시마’라는 이름의 병원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이곳 환자의 의료진 80여명이 모두 사망했다. 원장은 다른 병언 부탁을 받고 수술하러 출장을 떠나 살아남았다.
 
원장은 훗날 폐허 위에 다시 병원을 세웠다. 그 역사를 생각하면 병원 건물 자체가 인간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기념비인 듯하다. 근사한 추모비보다 실존적이고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폭발직후 원장이 달려왔을 때 수습한 것은 백골뿐이다. 백골이라도 그나마 행운이었다. 폭심지 인근 수많은 생명체는 그냥 녹아서 사라졌다.

연기로 증발했다. 먼 곳의 수많은 방사선 비극을 피하지 못했다. 당시 히로시마엔 35만명이 살고 있었다. 여기서 13만명이 죽었다. 지금 용산구에만 23만명이 산다. 인근 동네에도 수십만 주민이 다닥다닥 부대끼며 지낸다. 이런 곳에 핵폭탄이 터지면 피해가 얼마나 될지 주민들은 피부로 안다.
 
미 국방부가 모의실험을 통해 추정했다는 ‘62만명’은 과장이 아니다. 북한은 올 1월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 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비웃으며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실험 주기가 과거 3년에서 8개월로 바짝 줄어든 것도 가공할 속도의 기술 진보 때문이다. 이런 점까지 정확히 꿰뚫고 대비해야 할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의 핵탄두 소형화가 당초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빨리 진행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북이 핵탄두 소형화 수준엔 이르지 못한다거나 실전 배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펌하했던 정부는 과연 북의 핵능력을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 것인가. 김정은은 머잖아 핵 능력 완성을 선폭하고 핵보유국의 지위를 자처하며 미국에 핵 군축협상과 평화협정 체결 등을 요구할 것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의 영문을 거는 각오로 특단의 조치를 결단해야 한다. 허장성세의 대북 경고나 구멍이 숭숭 뚫린 유엔 안보리 제재로는 김정은의 핵개발에 제동을 걸 수 없음이 명백해졌다. 긴급 소집된 안보리에서 중국이 더는 북을 봐 주는 꼼수를 부리지 못하도록 전면적인 대북제재를 해야 한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핵 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를 비롯해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입각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했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나 우리가 독자적 핵무장을 할 수 없는 현실에선 한·미 동맹 강화가 필수적이다. 박 대통령은 라오스에서 급거 귀국해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소집하고 “김정은의 정신 상태는 통제 불능”이라고 일갈했다. 이제 박 대통령은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하는데 국론을 결집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군은 “북이 핵무기로 위해를 가할 경우 북의 전쟁지도부를 포함한 지휘부를 직접 겨냥해 응징 보복할 것”이라고 했지만 과연 그럴 태세를 갖춘 것인지 불안해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정치권과 우리 사회 일각의 안보 불감증도 여전하다. 대통령 언급대로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자세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존망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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