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대한민국 어쩌다 이리됐노

기사입력 2016.11.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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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언론사들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실상 관련 기사를 보도하며 ‘대통령 비선실세’, ‘고 최태민 목사의 딸’ 이란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범상치 않은 관계의 시발점은 최씨의 부친 최태민(1912-1994) ‘목사’다. 그런데 기독교계가 최씨는 목사가 아니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가 1975년 4월 목사 안수를 받았다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란 교단이 존재했는지 확실치 않고, 있었다 해도 사이비 교단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독교계는 신학교도 나오지 않은 최씨에게 목사 칭호를 붙이는 건 부적절하며 선량한 목회자들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태민씨는 1974년 육영수 여사 사망 후 사실상 퍼스트레이디가 된 박 대통령에게 위로의 편지를 보내며 인연을 맺었다. 각종 이권 개입으로 권력형 비리 의혹이 그의 주변에 들끓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바다.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후 중앙정보부가 국정을 농단한 혐의로 최씨를 조사한 문건 등을 볼 때 그가 신학대학이나 교계에서 인정받은 신학교에서 교육받았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때 승려였던 최씨는 천주교 세례를 받기도 했으며 난치병을 치료한다며 사이비 종교 행각을 벌였다는 설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재판에서 ‘최태민은 사이비 목사’라고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변이 뛰어나고 박학다식했다는 증언을 감안하면 종교적 능력이 뛰어났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최씨는 다섯째 달 최순실씨를 무척 아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말동무였다는 최순실씨를 두고 부친의 종교적 능력을 이어받은 후계자란 평가도 나오고 있어 부친을 많이 닮기는 닮은 것 같다. 최씨가 사이비 목사였다는 점이 그리 새삼스럽진 않다. 기도교계가 억울해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최순실씨가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초부터 최근까진 아무런 통제 없이 청와대를 드나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이 운전하는 차량에 앉아 ‘11문(정문)’을 통해 검문 없이 오갔다는 것이다.

장관들도 출입증 제시와 얼굴 대조를 거친 뒤에야 진입이 가능한 곳이라고 하니 최씨의 위세는 장관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법과 시스템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사적 인연에 의한 통치를 행한 것이며 이 나라 ‘박근혜-최순실 공동정부’였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최씨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났을 것이란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박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고 온갖 국정에 개입했을 것이다.

최씨가 청와대로 올라오는 각종 기밀분서들을 훑어보고 직접 들고 나왔을 수도 있다. 그동안 현 정부에서 장관들의 대통령 대면보고가 차단돼 있으며 이는 매우 비정상적이란 우려가 높았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장관들과의 대면보고가 적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전화 한 통으로 빨리빨리 하는 게 편리하지 않느냐는 이유를 댔다. 그런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는 수시로 청와대를 드나들도록 허용했다는 소식은 정말로 경악스럽다. 청와대는 최씨의 과거 출입기록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각종 의혹에 대해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나라를 위해서 좀 냉정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한 것은 정말 무책임하다. 사실이 아니라면 떳떳하게 공개 못할 이유가 없다.

검찰은 최씨가 언제 청와대를 출입했는지, 누구와 만났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최씨가 자주 청와대를 드나든다는 얘기는 진작부터 돌았다. 친박 실세들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사생활일지라도 그것 때문에 온 국민이 충격과 자괴감에 빠지고 국정이 마비될 지경에 이른 만큼 검찰은 철저히 수사해 의혹을 밝혀야 할 것이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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