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대한민국 이기주의 공화국

기사입력 2016.12.1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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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한때 “미국산 쇠고기는 굳이 먹을 일이 없을 것 같다”고 했던 정세훈 국회의장이 미국에서 한미동맹 강화를 역설했다. 정 의장은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설에서 “한미동맹은 한국에는 사활적 요소”라며 한국의 번영에 기여한 것에 헌사를 아끼지 않았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 면담 때는 “한국 야당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사드 반대가 아니라니 반갑기는 하지만 그의 과거 발언과는 달라 고개를 기웃하게 된다. 정 의장은 미국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땄고 1980년대엔 무역상사주재원으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30대를 보냈다.

하지만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그는 미국산 쇠고기의 체험적 진실엔 시치미를 뗀 채 72시간 연속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국민이 싸우고 있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뒷걸음쳐서는 안 된다”는 개인 성명을 냈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접고 국회에 동원할 땐 당 대표로서 수배 중인 광우병 대책회의 간부들을 찾아가 양해도 구했다.

2011년 민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재협상을 요구할 때 그는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으로 이익균형이 깨졌다며 이를 만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이번 방미에선 “한미 FTA는 완전히 이행돼야 한다. 지금까지도 양국에 이익이 됐고 앞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을 바꿨다.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사드에 관한 정부 태도를 비판해 국회의장이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을 일으킨 뒤 미국에서 톤을 낮춘 경위가 궁금하다.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 방미한 정 의장이 북한의 5차 핵실험에 경각심을 느껴 초당적 외교를 펼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듣는 사람이 좋게 때와 장소에 맞춰 말을 바꾼 것이라면 미국이 과연 진정성을 느낄지 모르겠다. 하긴 요즘 야당의원 중엔 운동권 시절 ‘반전 반핵 양키 고 홈’을 부르짖으며 미국의 전술핵 철수를 요구해놓고 정작 북핵엔 침묵하는 이들도 있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정치인의 언행. 검증이 필요한 세상이다.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직후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이라는 발표문까지 내며 반대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사실상 철수를 공식화한 것이다. 국가안보를 위해 사드 반대에서 철수한 것은 흠이 아니다. 오락가락하는 안보관이 문제다. 그는 당초 “사드 배치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선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적 협상을 생략하고 갑자기 발표했기 때문’이라며 정부 탓을 했다. 안보주권인 방어무기 도입을 놓고 적의 동맹국과 협상하는 나라는 없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여론조사에서 사드배치가 ‘공감한다’ 62.9%는 ‘공감하지 않는다’ 31.9%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안 의원의 국민의당이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국회의장 등이 사드 반대 주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것도 이런 여론에 압박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야당은 안보 현실에 대한 깊은 고려와 책임의식 없이 사드 반대부터 주장함으로써 한국을 겁박하는 중국의 입장을 강화시켜준 점부터 반성해야 한다. 안 의원이 꼭 4년 전 2012년 대선 도전을 선언한 날 이다. 그는 국민의당 창당 전후 “종북 소리 듣지 않는 정당을 창당할 것” “국민의당은 안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으나 안보관이나 남북관계에서 일관된 소신이나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선 전에 펴낸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 북한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평화체제’를 주장했고 대선 공약에선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 북핵 해결을 상호 연계하지 않고 병행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보수우파의 ‘대북 압박’과 진보좌파의 ‘대화 중시’에서 중간 지점을 찾다가 길을 헤매는 모습이 딱하다. 정계입문 4년이 되도록 안보관이 흔들리는 대선주자에게 정권을 맡기기에는 국민이 불안하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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