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반 총장 대선 출마 선언

기사입력 2016.12.2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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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고별 연설을 했다. 그는 “6·25 전쟁 후 유엔의 지원으로 먹고, 유엔이 지원한 책으로 공부했다”며 “나는 유엔의 아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한국정부와 국민에게 나의 가장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하고 싶다”면서 “지난 10년 그들의 전폭적 지원은 제가 세계평화, 개발, 인권을 위해 자랑스럽게 일하는 데 있어 나를 격려해준 원천이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의 공적으로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이 첫손에 꼽힌다. 그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온실가스 감축 체제인 파리기후변화협정을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조약으로 성사시켰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이들 이유로 반 총장을 ‘2016 세계의 사상가’ 100인에 선정했다. 포린폴리시는 “기후변화 회의론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돼 협정 비준을 막는 것의 공포도 있었는데 반 총장이 트럼프보다 빨리 지구를 구했다”고 썼다. ‘가장 둔하다.
 
역대 최악’, ‘한국의 높은 지지율만 즐기는 리더’, ‘투명인간’ 등 혹독한 비판도 엄존한다. 국내에서는 행동은 않고 우려만 한다고 ‘우려 총장’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국에서는 반 총장의 내년 1월 1일 이후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반 총장은 지난 5월 방한해 대권 행보를 했고, “조국을 위해 봉사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사이 국내 상황은 급변했다. 국정 농단 사태로 여권 지도력은 붕괴했다. 반 총장을 대권후보로 옹립하려던 새누리당 친박 세력은 반 총장에게 꽃가마가 아니라 수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 총장으로서는 여권에 몸을 실을지 고민해야 할 처지다. 세력을 갖추지 못한 반 총장의 유일한 무기는 비정치인이라는 점이다.

내년 대선 결선에 앞서 예선 경기장에라도 서려면 기성 정치로부터 자유롭다는 이미지 뿐만 아니라, 국민이 요구하는 새로운 한국에 대한 비전과 구체적 행동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반 총장은 지난 10년간 국제 평화, 개발 협력, 인권 개선 등 유엔의 3대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 사무총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구 언론으로부터 비판도 받았지만 국제 분쟁 해결과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동분서주는 인정받아왔다. 국민이 대선 후보로서 반 총장에게 기대하는 것은 역시 외교·안보 분야일 것이다. 한반도가 강권 스타일의 ‘스트롱맨’ 지도자들에게 둘러싸인 현실에서 외교·안보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반 총장이 미·중·일·러 지도자와 즉각 전화해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일 것이다. 수출로 먹고 살아 온 나라에서 원만한 국제 관계를 유지할 적임자이기도 하다.
 
“내년에 73세가 되지만 건강이 받쳐주는 한 국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출마 선언이다. 유엔 사무총장이 임기를 마치자마자 자국 대선에 뛰어드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반 총장 전임자 7명 중 발트하임이 1986년 오스트리아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퇴임 5년이 지나서였다. 반 총장은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줄곧 1~2위를 지켜왔다. 기존 대선 주자 중에서 국민이 마음을 맡길 만한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반 총장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현재 거론되는 대선 주자 대부분은 국제 경험이 없다. 이런 점에서 세계 각국을 안방처럼 드나든 그의 경험은 특별해 보인다. 10년간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오바마, 시진핑, 아베, 푸틴을 비롯한 세계 정상들과 국제 문제를 다룬 식견은 중규모 개방 국가이자 세계 4강에 둘러싸인 우리나라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 총장이 북핵 문제 해결의 적임자임을 내세우는 것도 근거 없지 않다. 그러나 심화하는 양극화와 비정규직, 청년 실업 문제 등 다음 대통령이 마주할 현안은 산적해 있다. 정치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다. 모두가 반 총장이 어떤 준비를 했고 무엇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신민정 기자 sunday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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