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대한민국 헌법 수호하자

기사입력 2017.01.24 10:48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대가 관계와 부정 청탁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특검이 뇌물 공여 협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기각 사유까지 따질 것도 없다. 특검 관계자들은 그동안 뇌물 공여 혐의 입증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했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호언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은 줄곧 있었다.

무엇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다 끝난 다음에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 면담이 있었고 그 뒤에 삼성의 승마 지원이 있었다. 합병 대가라기보다는 박 대통령의 강요 때문이라는 정황이 짙은 것이다. 민담에서 박 대통령은 승마 지원이 부족하다고 이 부회장에게 화를 냈다. 삼성이 합병 대가로 뇌물을 주기로 했다면 지원이 부족하다고 대통령에게 야단맞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보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 삼성의 지원은 회사 공금으로 집행됐다.

뇌물을 공금으로 주는 경우도 드물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이런 이유로 기업에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고 기업을 돈을 뜯긴 피해자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특검이 검찰 수사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면 거기에 합당한 증거를 확보했어야 한다. 지금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박영수 특검은 임명장을 받은 직후 기자회견에서 뇌물 공여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말을 했다.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실제 수사를 시작한 후엔 국민연금본부부터 압수 수색했다. 진술과 증거를 축적해 범죄 사실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리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 뇌물 수수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수사를 꿰맞춰 온 것은 아닌가! 특검이 이렇게 무리한 것은 무엇보다 검찰 수사를 능가하는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 때문으로 보인다.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가 나온다면 법 집행이 아니다.

또 다른 요인은 박 대통령에게 검찰이 적용한 직권 남용과 강요가 아니라 훨씬 형량이 큰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하려는 목적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검법은 명칭부터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규명 특검법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적용했던 직권 남용과 강요 혐의만 충실히 입증해내도 특검법 목적은 달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검은 입증 가능 여부가 불투명한 뇌물 수수를 캐내는 쪽으로 힘을 쏟았다.
 
최순실 국정 농단수사인지 삼성 뇌물수사인지 알 수 없게 됐다. 특검이 뇌물 공여가 된다고 판단했다 해도 기소만 하면 됐다. 도주하거나 증거를 없앨 가능성이 없는 이 부회장을 굳이 구속할 필요가 없었다. 이 역시 나중에 무죄가 되든 말든 피의자를 구속부터 하고 보는 검사들의 잘못된 인습 때문이다.

그럼에도 특검은 SK, 롯데, CJ 등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구너의 강요에 의해 774억원을 출연한 기업들에 뇌물죄를 적요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애초부터 법조계에서 제기됐다. 무엇보다 목적이 정해진 한시적인 특검 수사가 최순실의 국정 농단을 파헤치는 데서 벗어나 광범위한 부패 혐의 수사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 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뭘 안 주면 안 줬다고 패고, 주면 줬다고 패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중간에서 어떻게 할 수 없어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특검도 모두 뛰어난 법률가들이다. 영장 청구가 무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도박하듯이 영장을 청구한 이유가 뭔가! 법리를 본 것인가! 촛불 시위대를 본 것인가. 수사 시한도 많이 남아 있지 않다. 특검은 지금부터라도 수사 방향과 속도를 재점검해 박 대통령과 최순실 국정 농단이라는 특검법이 정한 수사 보류로 돌아가야 한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