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세월호 참사 극단적 양극화

기사입력 2017.04.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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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세월호가 갑판 위로 선체 전부를 드러냈다. 배 밑 바닥에 군데군데 긁히고 파손된 곳이 있었지만 대체로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해수부는 “배 왼편도 크게 파손된 부분은 없다”고 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은 이미 밝혀져 있다. 세월호는 불법 증축으로 선체 복원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규정의 두 배가 넘게 짐을 많이 실었다. 더 실으려 평형수까지 뺐다. 이 화물이 균형을 잃어 쏟아지면서 침몰했다. 해수부 퇴직 공무원들은 사무실에서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걸로 화물 적재 검사를 끝냈다. 이런 사실이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다 드러났는데도 괴담은 계속 생산돼왔다.

초기부터 등장했던 미 핵잠수함 충돌설은 나중에 우리 해군 잠수함 충돌설로 바뀌어 유포됐다. 작년 연말 한 TV 방송은 어느 네티즌 주장을 특집 보도까지 했다. 이 네티즌은 세월호 침몰 당시 레이더 영상의 미확인 물체가 잠수함이라고 주장했다. 군 당국은 세월호 적재 컨테이너가 떨어져나온 것이라고 했지만 괴담을 막을 수 없었다. 괴담은 금방 확인하기 쉽지 않은 사실을 먹고 산다.

광우병 사태, 천안함 폭침과 같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증거가 없으면 괴담 세력이 날뛸 마당이 생기는 것이다. 세월호 괴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세월호는 결국 진실과 함께 떠올랐다. 모두의 눈앞에 나타난 세월호 어디에도 잠수함과 충돌해 생긴 흔적이 없었다. 세상엔 별 사람이 다 있다. 그러나 황당무계한 주장도 방송국 전파를 타면 얘기가 달라진다.

다른 방송국에도 “해군이 잠수함 200만m 무사고 기록을 수립하기 위해 진상을 숨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보도됐다. 6800t급 세월호가 1200~1800t급 해군 잠수함과 충돌했다면 잠수함도 크게 부서지고 승조원들도 다쳤을 것이다. 이걸 숨길 수 있다고 보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 TV 전파를 타고 상당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세월호 인양에 3년 걸린 것을 두고도 ‘고의 지체’ 음모론이 나왔다.

중국 인양 업체가 우리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계약금액은 916억원인데 지금까지 쓴 돈이 2000억원이다. 지금도 장비 임대료로 하루 7억원씩 나가고 있는데 중국 업체가 누구 말을 듣고 인양을 고의로 늦춘다는 말이다. 야권이 주도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작년에 “규정을 두 배 이상 넘긴 세월호 화물 2215t 중 410t이 제주 해군기지용이었다”고 발표했다. 제주 가는 선박 화물칸에 제주 기지 건설용 철근을 싣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걸 무슨 불법이나 되는 것처럼 부각했다. 전체 화물의 5분의 1 정도 되는 이 철근 때문에 침몰했다는 괴담도 한때 퍼졌다. 이런 일을 하는 특조위가 또 발족한다고 한다.

3년 전 들뜬 마음을 안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생 250명은 꽃다운 나이에 피어보지도 못하고 싸늘한 주검으로 변햇다. 맹골수도의 사나운 조류는 대부분 17세인 어린 영혼들을 칠흙같이 캄캄한 진도 바닷속으로 밀어 넣었다. 학생들은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 말을 듣다가 배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3년 동안 진도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고 잃어버린 가족을 애타게 찾아온 미수습자 9명 유족의 염원대로 인양된 선체에서 미수습자가 모두 나오길 바란다.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을 참척이라고 한다. 어떤 것과도 비견할 수 없는 참혹한 슬픔이란 뜻이다. 흉물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신체는 말 그대로 참척을 견뎌내야 했던 유족들의 아픔은 물론이고 정부의 무능과 지도자의 불성실, 어른들의 탐욕과 안전 불감증, 사후대책을 둘러싼 국론 분열과 정치인의 이기심, 무엇보다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어린 희생... 그 모든 것의 상징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국가적 상처를 다시 헤집어 분노를 부추기고 정치적인 선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일어서서 앞으로 나가야 할 때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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