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미 FTA 국익 생각하라

기사입력 2017.04.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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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정에 서겠다고 했다.

펜스 부통령은 주한 상공회의소 환영행사에 참석해 “지난 5년간 한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무역 적자가 두 배 이상 증가했고 미국 산업이 진출하기에 한국시장의 장벽이 너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펜스는 ‘공정한 무역’, ‘무역상대방의 이익’, ‘양국의 밝은 미래’라며 포장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동안 한·미 FTA로 미국이 손해를 봤으니 양국 간 협정내용을 미국에 유리하게 손보겠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FTA에 대한 생각은 ‘미국 노동자의 이익과 미국의 성장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한·미 FTA를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 ‘재앙’이라는 국민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그 근거는 무역적자다. 이는 미국무역대표부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도 반영돼 있다. 미국무역대표부는 한·미 FTA 발표 직전 해인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의 대한 수출은 12억 달러(1조 3800억 원) 줄었으나, 한국제품 수입액은 130억 달러(약 14조 9500억 원)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한국의 의료, 금융, 법률 등 서비스시장 개방도 부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한·미 FTA로 인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미 FTA를 맺지 않았다면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더 큰 무역수지 흑자를 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뿐이 아니다. 이 기간 중 한국의 대미 서비스 수지 적자폭은 확대됐다. 한국의 대미 서비스수지적자 109억 7000만 달러에서 140억 9000만 달러로 28.4% 늘었다. 한국기업의 대미 직접 투자액도 미국기업의 대한 투자액의 두 배가 넘는다. 그리고 한·미 FTA 체결 이후 한국시장 내 미국산 자동차 점유율도 5년 새 두 배 뛰었다.

그만큼 우리가 미국에 반박할 주장도 많다는 것이다. 한·미 FTA 재협상에 들어가면 미국은 대한국 수출품의 관세를 낮추고, 반대로 한국 수출품의 대미국 관세를 높이자고 할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이 유리한 농·축·수산업과 법률 등 서비스 분야의 개방을 한국에 요구할 것이다. 이에 한국 측은 수세적인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협상과정에서 미국에 추가적인 시장개방을 요구할 기회도 있다. 예컨대 기존 한·미 FTA에 없었던 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얻을 수도 있다.
 
한국은 이익균형을 근거로 미국에 요구할 것은 적극 주장해야 한다. 펜스 미국 부통령이 “미국은 100% 한국 편에 설 것”이라고 말한 하루 만에 한미 FTA 개정을 피력한 데 대해 귀를 의심하는 건 어쩌면 한국적 정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협상의 달인인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이 북핵 위협을 막는 대가로 무역 역조를 해소하는 것은 당연한 ‘기브 앤 테이크’ 일수도 있다.

“중국이 미국을 강간하고 있다”며 대중 무역역조를 비판했던 트럼프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북한 압박 대가로 환율조작국 지정을 면제해주는 것과 같은 논리다. 한국으로선 트럼프가 선거 유세에서 한·미 FTA에 대해 “미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 킬러”라고 비난했을 때부터 FTA 재협상이 예고된 것으로 보고 대비했어야 옳다. 최근 5년 동안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세계 교역은 연평균 2% 감소했지만 한·미 간 교역은 오히려 1.7% 증가했다는 무역협회의 3월 발표도 미국에 알렸어야 했다.

그러나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3월 한·미 FTA를 포함한 기존 협상을 재검토할 것이라는 자료를 내놨을 때도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FTA ‘재협상’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이번에도 산업부와 외교부는 재협상이 아닌 ‘미세조정’이라는 안이한 인식이다.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지 말고 한·미 FTA가 양국에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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