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청와대 새 출발하자

기사입력 2017.06.0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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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 경 택[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2008년 부임한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캡코) 사장은 공기업 특유의 인사 문란 등 조직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파격적 시도를 했다.

여성을 인사부장으로 발탁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조치는 신의 한 수 였다. 이 전 사장은 “여자를 인사부장으로 앉히자 여기저기서 동문회 향우회 등 남자가 중심이 된 파벌이 툭툭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고 회고한다. 이 인사부장이 현재 명지대 경영학과 노정란 교수다. 나이 교향 학교 등의 공통분모를 탐색하고 몇 사단에 근무했는지를 알아내서라도 서열을 정하는 게 남자의 속성인지 모르겠지만 연고주의는 분명 봉건사회의 유산이다. 한국사회의 4대 연고는 혈연, 지연, 학연 그리고 관연이다.

형님 동생 하며 한통속으로 돌아가는 사적 연고가 공조직을 오염시키는 게 인사비리다. 반면 이유가 무엇이든 지연과 학연 네트워크에는 잘 끼이질 못한다는 점에서 여자는 인사당담자로서 경쟁력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본인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재임 기간 여성가족부 장관을 제외하고 여성으로는 윤진숙, 조윤선 두 사람만을 장관으로 발탁해 여성계를 실망시켰다.

여성 리더는 자신 하나로 충분하다는 뜻이었을까!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인사수석을 부활하고 첫 인사수석에 조현옥 이화여대 초빙교소를 임명한 것은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인사수석의 신설 자체가 다양한 인재를 널리 뽑겠다는 취지라면 그 자리에 여성을 발탁한 것은 사적 인연에 기대지 않은 공정한 인사로 남녀 동수내각을 실현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국책기관과 시민단체에서 두루 경력을 쌓은 조 수석은 노무현 정부 말기 문재인 비서실장 아래에서 균형인사비서관을 지내 인사를 다뤄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정찬용 인사수석은 인물로는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정부 자체는 아마추어리즘과 자기 사람만 쓰는 이른바 ‘코드 인사’로 실패하고 말았다. 조 수석이 노 정부의 실패를 거름으로 삼고 공정하고 섬세하다는 여성을 장점을 활용해 인사로 성공하는 정부를 만드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 문 대통령이 임시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청와대 직제를 개편했다.

박근혜 정권에서 폐지됐던 장관급 정책실장을 부활하고, 그 아래에 일자리 수석을 새로 두기로 했다. 또 국가안보실의 기능도 강화해 안보실장이 외교안보비서관을 지휘하면서 위기상황 대응은 물론 외교 현안 및 국방전략까지 통합 관리하도록 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번 직제 개편의 핵심은 청와대가 정부 부처를 틀어쥐지 않겠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비서실의 역할을 개별부처 현안 대응에서 정책어젠다관리로 바꾼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면서 큰 국정과제를 관리하는 데 집중하고, 나머지 일상적으로 정부가 할 일은 각 부처가 장관 책임 아래 스스로 한다는 취지다. 청와대의 조직 개편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지금까지 정부 부처들은 헌법상의 권한과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청와대가 국정의 컨트롤타워라며 부처의 모든 사항을 좌지우지 했다. 부처를 틀어쥔 것을 마치 국정을 잘하는 것인 양 여기기도 했다.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한 터라 부처의 자율과 책임을 강화할 필요성은 더 커졌다. 부처가 효율적으로 일하려면 장관들이 지휘해야 하는데 청와대가 간섭하면 장관이 설 자리가 없다. 이런 것들이 제왕적 대통령의 한 원인이 된 만큼 이제 바로잡을 때가 됐다. 청와대가 대통령 뜻이라며 부처 일에 간섭하기 시작하면 해당 부처는 업무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에서 근무해본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대통령들이 부처를 장악하려는 욕구가 커진다고 한다. 조직 비대화 가능성을 스스로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결국 부처의 자율성을 보장하려면 문 대통령 자신이 끊임없이 분권 의지와 권력 위임을 행동으로 보이는 수밖에 없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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