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마녀사냥 믿거나 말거나

기사입력 2010.11.0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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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에는‘카더라 통신’이라는 말이 있다.

‘카더라’는 경상도 사투리‘누가 ~라고 하더라’는 간접 전달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근거나 정보가 부족한 추측이나 억측성 이야기가 많지만 카더라 통신망을 타기 시작하면 일파만파 퍼져나간다. 유언비어, 억측, 괴담, X파일 같은 것은 카더라 통신과 함께 가공할 만한 전파력을 지녔다.

‘가수 타블로가 미국 스탠퍼드대 출신임을 확인했다.’는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부 누리꾼은‘경찰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타블로의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한‘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카페에는 경찰 수사를 비난하며‘장기적으로 싸워나가자’같은 댓글이 올랐다. 타진요는 19만 2800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타블로의 성적표와 출입국 기록 공개를 요구하는 횡포를 부렸다.

‘타진요 현상’은 잘나가는 연예인이 미국 명문대를 나와 영화배우 출신의 예쁜 부인까지 둔 것에 대한 시기심이 빚은 해프닝에 머물지 않는다.

익명의 숲에 숨어‘인터넷 괴담’을 퍼뜨리며 자기들이 믿고 싶은 것만 맞고 나머지는 모두 거짓이라고 몰아가는 집단적 자기최면이자 사회병리 현상이다.

 2008년에는‘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송송 뚫려 죽는다’는 광우병 괴담이 일부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반정부 성격의 폭력시위를 부추겼다.

올해에는 천안함 폭침이 한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 국제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까지 부인하며‘피로좌초설’이니 하는 음모설에 집착하는 온라인 오프라인 세력이 있었다.

 경찰청 사이버 테러대응센터에 따르면 공간의 명예훼손 사건은 2006년 40006건에서 2008년 5005건, 올해 초부터 8월까지 3712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근거 없이 타인의 명예와 사회적 법익을 훼손하면서 이를 단속하면‘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옮긴 게 무슨 큰 죄냐’고 하거나‘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고 되레 반발한다.

 표현의 자유에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할 책임이 따른다.

‘아니면 말고’식 거짓 소문과 비방 제기, 사생활 폭로를 일삼는 일부 네티즌들의 횡포는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탤런트 최진실씨와 정다빈씨, 가수 유니처럼 악성 루머로 촉발된 인터넷의 모진‘인민재판’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가 한둘이 아니다.

비단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들 역시 자칫하면 온라인 마녀사냥의 제물이 되어 직장과 학교를 떠나기 일쑤다. 2006년 국가청소년위원회 조사에서 고교생의 85%가‘사이버 폭력’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할 정도다.

 인터넷 시대의 그늘로 치부해 버리기엔 그 병폐가 너무 심각하다. 네티즌 한 명 한 명이 악성 댓글의 위험성을 새롭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무심코 올린 글 한 줄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자신이 손가락질하는 문제는 자기 내심에 숨어 있는 잠재적 문제이다.

그것 때문에 손가락질을 하며 내가 아니라 저 사람이다 하는 식으로 타인을 지시한다.

자신이 손가락질하는 문제가 바로 자기 문제라는 걸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행위다.

자기 속에 은폐된 문제를 타인을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이중 인격적 행위, 그것이 바로 손가락질이 정체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말 짓는 네 가지 법이 있다고 한다.

남을 속이는 거짓말, 남에게 퍼붓는 욕지거리, 남을 이간시키는 서로 다른 말, 겉과 속이 다른 발림말, 생각해 보면 모두 세상을 어지럽히고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진실한 말은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인생에서 우러난다.

세상에 양식이 되는 말, 세상에 쓰임이 되는 말, 세상에 거름이 되는 말, 세상이 빛이 되는 말, 세상에 소금이 되는 말……. 내가 백련 말의 열매를 모두 내가 거두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람은 말을 경작하는 농부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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