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대법원 유죄판결 온정주의

기사입력 2017.09.0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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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총재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불법 정치자금 9억원 수수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만기 출소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 전 총리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그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를 ‘사법 적폐’로 규정했다. 김현 대변인은 “억울한 옥살이에서도 오로지 정권교체만을 염원한 한 전 총리님, 정말 고생 많으셨다”며 “향후 사법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추미애 대표는 “기소도 잘못됐고 재판도 잘못됐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한 전 총리를 타깃으로 이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 전 총리 사건은 그가 건설업자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나와 유죄가 확정된 사안이다. 사법개혁이 필요한 이유로 여당이 한 전 총리 재판 결과를 거론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한 전 총리가 민주화운동을 하다 투옥된 것도 아닌데 출소현장에 여당 지도부가 우르르 몰려가 영웅맞이하는 듯한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명박 정부 검찰은 당시 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였던 한 전 총리를 표적 수사했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달러를 받았다는 1차 뇌물사건이 무죄가 난 것이 확실시되자 2010년 4월 검찰은 또 다른 혐의로 한 전 총리를 옭아맸다. 대법원이 2년 가까이 시간을 끌고 사건을 전원합의제에 올려 표결하는 등 불필요한 억측과 오해를 산 측면은 있다. 그런데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은 정황 증거가 드러났다. 건설업자가 발행한 1억원짜리 수표가 한 전 총리의 동생의 전세자금으로 사용된 것이다.

한 전 총리 비서도 건설업자로부터 2억원을 받았다. 2015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건설업자가 건넨 수표를 한 전 총리가 받아 동생에게 줬다고 판단하고 대법관 8대 5로 유죄를 확정했다. 당사자인 한 전 총리로서는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재판을 다시 해도 사법적 진실이 달라지기는 어렵다. 게다가 일부 무죄 의견을 낸 대법관 5명도 한 전 총리가 건설업자로부터 최소 3억원을 받았다는 점은 인정했다. 한 전 총리의 대법원 판결에 참여했던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근거 없는 비난은 사법부의 신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 전 총리의 유죄 판결은 대법관 13명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에서 결정됐다. 한 전 총리느 전혀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면 한 전 총리 동생의 전세자금에서 어떻게 건설업자가 제공한 1억원의 수표가 발견될 수 있겠는가! 대법관 모두 이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다. 사실 한 전 총리의 수사 및 재판 과정을 보면 일반인보다 오히려 혜택을 받았다. 9억원이나 되는 거액의 정치자금을 불법수수하면 보통 피의자를 구속하는 게 관행이지만 검찰은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1심과 달리 2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이 선고됐지만 법원은 그가 현직 의원이라는 이유로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사건 선고를 2년 가까이 끌어 그는 2015년 8월 24일 수감될 때까지 국회의원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 억울하다기보다는 특혜를 누린 셈이다. 한 전 총리와 집권 여당은 2011년 10월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재판부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3년 9월 항소심에서 유죄로 바뀌자 “정치적 판결”이라고 재판부를 비난했다.

부패에 눈감고 권력에 굴종하는 사법부를 개혁한다면서 사법개혁의 깃발을 내걸고 있는 민주당이다. 그럼에도 한 전 총리 감옥행을 사법 적폐라고 하는 것은 이 사법개혁의 정당성을 의심케하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온정주의 때문에 시대적 과제인 사법개혁의 순수성을 훼손해도 되는지 성찰해 보기 바란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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