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노동자 옥죄는 근로기준법

기사입력 2017.11.0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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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총재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근로기준법 59조.’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대포적인 악법’으로 규정하고 폐기를 요구해온 법 조항이다. 민주노총·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장시간 노동을 합법적으로 용인하는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조합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사람 잡는 근로기준법 59조 폐기를 위한 현장 노동자 증언대회’에서 “연장근로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어 ‘묻지마 장시간 노동’을 합법화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조항은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를 포함한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는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을 내려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법정 노동시간으로 인정되고 있다. 1961년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만들어진 특례조항은 모법을 거스르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운수업, 통신업우편, 영화제작, 청소업 등 특례조항 적용 업종은 주당 12시간이 넘는 연장노동과 휴게시간 변경을 허용한 것이다. 특례조항 적용 업종은 산업분류표 변경에 따라 현재 26개로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사업장의 60.6%, 노동자 400만명이 특례조항 적용 대상이다. 한국 노동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2285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긴 것은 특례조항 탓이 크다.

최근 특례조항 적용 업종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근로기준법 59조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운전사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경부고속도로 버스 추돌 사고를 계기로 시외버스 운전기사들의 하루 최대 운행시간이 17시간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만 12명이 숨진 집배원들은 월평균 60시간가량의 초과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동자가 질병·부상·구속 등으로 일할 수 없거나 회사가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로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경우 등이 ‘정당한 이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노동부는 지난해 1월 22일 발표한 ‘공정인사 지침’에 업무·근무성적 부진 등도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법이나 판례로 저성과자 해고를 원칙적으로 금지해왔는데 노동부가 ‘쉬운 해고’의 길을 열어준 꼴이다.

취업규칙은 채용·인사·임금 등에 관한 사내규칙이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지침으로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도입 등을 밀어붙이면서 취업규칙 지침을 적극 활용했다. 기업들의 저성과자 낙인찍기와 부당해고도 줄을 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저성장과자로 분류된 직원 3명을 부당해고하기도 했다.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양대 노동지침 폐기를 요구해왔다. 특히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면서 노사정 대화가 중단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양대 노동지침 폐기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했고, 김영주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약속했다.

양대 노동지침의 폐기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보장을 위한 당연한 조치다. 이를 계기로 노사정위원회가 즉각 복원돼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대화의 물꼬가 트이길 기대한다. 아울러 정부는 행정권력의 노동법 파괴와 노조 무력화에 제동을 걸고, 노동시간 단축과 통상임금에 대한 잘못된 행정해석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8건이 제출돼 있다. 환노위는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조항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 그래야 장시간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을 끊을 수 있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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