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힌 것 있으면 풀고 가는 것이 순리

기사입력 2010.11.09 14:08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국가에서 소통이 문제라니 이 무슨 기막힌 모순인가!

소통의 원활함이 통신 수단의 발달에 정비례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동물들의 의사소통에는 대충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촉각·후각·시각·청각에 의한 소통이 그들이다.

우리 인간은 이 중에서 특별히 시각과 청각에 의존하는 동물이지만, 이 세상 절대다수의 동물들은 주로 촉각을 이용하여 의사소통을 한다.

 인간도 제한적이나마 후각을 사용한다.

 남성에 비하면 여성들이 훨씬 더 후각에 의존하는 편이다.

요사이 밤마다 구성지게 울어대는 귀뚜라미는 우리 못지않게 청각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허구한 날 초저녁부터 울기 시작한 녀석이 새벽녘까지 울어댄다.

귀뚜라미 윗날개를 서로 비벼 소리를 낸다.

만일 당신이 팔을 뒤로 한 채 엇갈리게 움직이는 운동을 11시간 동안 계속한다고 상상해보라. 실로 엄청난 노동이다. 그렇다면 귀뚜라미 수컷들은 밤마다 왜 그리도 끔찍한 육체노동을 하는 것일까! 암컷 귀뚜라미들이 쉽사리 그들이 부르는 세레나데에 넘어와 주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 세계에서 보면 소통이란 원래 잘 안되는 게 정상처럼 보인다.

 동물행동학은 한때 의사소통을“서로에게 이로운 정보를 교환하는 행동”이라고 정의했었다. 하지만 의사소통을 기본적으로 일방적인 설득의 노력 또는 심지어는 속임수로 이해한다.

소통이란 소통을 원하는 자가 소통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일방적으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관계이다. 툭하면 소통이 안 된다고 하소연하는 우리 정부의 푸념은 소통의 근본을 모르는 처사이다.

국민이 이해할 때까지 수천 번이라도 설명과 설득을 반복해야 한다.

 11시간이나 날개를 비벼대는 귀뚜라미 수컷처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패배 기자회견에서 토로한, 길지 않은 문장 속에 리더십에 관한 두 가지 중요한 화두가 숨어있다.

‘대통령의 일’과‘국민의 말’이다. 오바마가 취임할 때 많은 이가 오바마야말로 대국민 소통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았다.

친화적인 외모, 뛰어난 언변, 강한 자신감……. 실제로 오바마는 많은 일을 하면서 많은 소통을 했다. 의료보험 개혁은 보험혜택에서 소외된 3000만 명을 보험지대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는데 오바마는 이 100년의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 의원들과 끊임없이 대화했다.

월가의 부적절한 관행을 고치는 금융개혁도 다수 여론에 바탕을 둔 것이다. 평상시에는 수많은 연설과 기자회견으로 국민에게 자신의 생각을 알렸다.

그런데도 소통이 부족했으며 더 많이 백악관 밖으로 나가겠다고 하니 대통령이란 자리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읽을 수 있다.

오바마의 패배와 기자회견은 이명박 대통령에게‘타산지석’의‘중간 점검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일찍이 소통의 문제를 겪었다.

 2008년 여름 광우병 촛불사태 때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의 소통을 잘 해내지 못한 것을 사과해야 했다. 오바마처럼 이 대통령은 일을 많이 했다.

 경제위기를 선도적으로 탈출했고 400억 달러 원전을 따내고 G20 정상회의를 유치했다. 한·미 동맹을 재건했고 친서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지지율이 50%대다.

그러나 똑같이 오바마처럼 중간선거(6.2 지방선거)에서 참패했으며 여전히 소통의 문제에 잡혀있다. 이 대통령은 좀 더 적극적으로 실용적인 소통에 나서야 한다.

4대 강 도면에 모든 다리와 보를 그려놓고 왜 보가 필요하며 왜 대운하가 될 수 없는 건지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면 사업 반대 여론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통일세 문제도 그렇다. 8.15 경축사에서 불쑥 나왔을 뿐 왜 지금 필요하고 얼마나 거둬야 하는지 국민은 대통령의 자세한 생각을 들은 적이 없다. 감세는 집권공약이었다.

그러니 국회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이 대통령이 나서서 조세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 국민에게 말을 해야 한다!

[나경택 기자 ]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