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누비옷의 2017년 맑은 정신’과 <침향(針香)>의 6번째 작품전

기사입력 2017.12.0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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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소장/[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白衲淸賓 黑頭陀人; 누비옷의 맑은 정신을 한 흑두타라는 사람은/ 辭國師己 便入三神; 국사 되기를 사양하고 삼신산으로 들어갔다./ 觀磎路 捿一法身; 쌍계의 길을 들여다보니 한 법신이 머물며/ 每食松實 以度空春/ 늘 소나무 열매를 먹고 빈 봄을 보내면서/ 是何境界那; 아~ 아~하는 이는 무슨 경계인가?/ 頭流山色插天碧; 두류산 빛과 하늘이 푸르다.”  

하동 쌍계사에 모셔진 진감선사 혜소(眞鑑禪師 慧昭, 774~850)의 진영(眞影)에 실린 영찬(影讚), 스님의 초상화를 보고 찬양하여 지은 글입니다. 혜소는 ‘남북국 시대 하동 지역에서 활동한 선종의 고승’으로, 804년(애장왕 5년) 당나라에 들어가 창주(滄州)의 신감대사(神鑒大師)에게 출가하였으며, 이후 10년 동안 중국에서 공부하다 830년(흥덕왕 5년) 귀국하여 상주와 지리산 등지에서 남종선(南宗禪)과 범패 음악을 널리 전하여 선종 사상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비록 스님의 영찬을 지은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그 내용은 진감스님의 행장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스님의 삶을 함축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 영찬 속에서 “白衲淸賓 ; 누비옷의 맑은 정신”은 혜소의 삶을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으며, 우리 ‘전통 누비’의 진면목(眞面目)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우리말 큰사전>(한글학회 지음)을 보면 “누비 : 무명, 비단 따위를 안팎을 맞추어서 그 사이에 솜을 두고 줄을 죽죽 지게 박는 바느질.”, “누비옷 : 누비 옷감으로 지은 옷.”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누비 민저고리”, “누비 바지”, “누비 저고리”, “누비 치마” 등도 있습니다. 

북한의 <조선말 대사전>(사회과학출판사)을 보면 “누비 : 천을 겹으로 안팎을 맞추어서 줄이 죽죽 지게 박은 바느질 또는 그렇게 만든 것. 흔히 솜을 두고 박는다.”, “누비옷 : 누벼서 지은 옷. / 두툼한 누비옷을 입은 농군들이 식량 바리를 싣고 싸우는 인민군대들을 찾아 눈 쌓인 철령을 넘고 있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남한보다는 설명이 자세합니다. 그리고 “누비 바지”, “누비 솜옷”, “누비 저고리” 등도 있습니다. 
침향 정의정 회장과 나오미 씨

한국에서 최초로 발견된 누비 유물은 1974년 4월에 조선 시대 광주이씨(廣州李氏) 선산 묘에서 출토된 복식으로 솜을 이용한 전형적인 누비입니다. 이에 비해 1981년 6월 발견된 조선 시대 전주 이씨(全州 李氏) 탐릉군(耽陵君/1636~1731) 묘에서 출토된 누비옷 16점은 솜을 쓰지 않고 두 겹의 피륙만으로 누벼졌습니다. 21세기 들어, ‘누비옷’이 잘 알려지게 된 것은 2001년에 경기도 양주시 광사동 해평 윤씨(海平尹氏) 선산(先山에서 출토된 죽은 아이의 염습 의류로, 누벼서 지은 아기의 옷 때문입니다. 그 선산에서 ‘어린이 미라’가 발견되었는데, 일반적으로 시신을 염할 때 사용되는 삼베 염포(殮布)나 이불을 대신하여 아기 누비옷을 사용하였습니다.  

현재 남한에는 ‘중요무형문화재(重要無形文化財) 누비장’도 있고, 그가 지은 누비옷을 입고 해외를 순방한 대통령 부인도 있습니다. 그 때마다 그는 국내 언론방송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그는 뛰어난 누비옷 장인(匠人)입니다. 그는 연구원을 설립해 후학도 많이 양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누비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발전할 수는 결코 없습니다.  

만 10년 전! 누비를 사랑하는 전통누비연구회 <침향(針香)> 회원들이 창작의 고통을 이겨내고 “첫번째 누비전‘을 2007년 12월 26일(수) 오후 2시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열었습니다. 많은 내외 귀빈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정 의정 회장은 "자랑스러운 회원들"을 강조하면서 회원 모두가 하나 되어 바늘의 향기를 온 누리에 전하겠다고 소신을 피력했습니다. 침향(針香)의 첫번째 누비전은 12월 31일(월)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그 뒤, <침향> 가족들은 착실하게 창작 활동을 해왔습니다. 정 회장이 지은 옷을 입고 여러 차례 해외를 순방한 입법부 수장의 부인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방송은 물론 회원들도 잘 몰랐을 정도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침향> 공방에서 일본인 제자들과 함께 작업하며 한·일 문화 교류도 활발히 했습니다. 올해는 일본 니카타, 교토 등지의 문화단체와 예술인들과의 상호 방문을 통해 작품의 예술성을 높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시즈오카의 나오미 씨는 수시로 한국을 방문해 누비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침향 1번째 누비전
침향 2번째 누비전 도록(2009년경인미술관)
그리고 만 십년 뒤!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전통누비연구회 <침향> 회원들은 “여섯 번째 작품전‘을 2017년 12월 6일(수) 오후 2시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 경인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개최합니다. 정 의정 회장은 “꼬마전구들이 가로수를 친친 감는 철이 왔습니다. 지난 세월을 되돌아 볼 수는 있어도 돌아가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여섯 번 째 침향 문을 열어볼까 합니다. 부디 오셔서 격려와 칭찬 많이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는 초대의 글로 “여섯 번 째 작품전 침향”을 알렸습니다.
침향 6번째 작품전
<침향>의 여섯 번째 작품전은 12월 12일(화)까지 계속됩니다. <침향>은 2018년 5월에 니카타에서 한·일 합동 전시회를 여는 등 다양한 창작활동을 계속할 것입니다. 전통누비연구회 <침향(針香)>의 무궁한 발전을 기대해 봅니다.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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