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적폐청산 법치 위협한다

기사입력 2017.12.0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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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총재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서울중앙지법 형사 51부는 군 사이버사령부의 인터넷 댓글 사건으로 구속된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에 대한 구속적부심에서 석방 결정을 내렸다.

김관진 전 국방장관 석방 이틀 만이다. 법원은 또 전병현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법원이 제시한 사유는 모두 검찰 적용 혐의가 법적으로 죄가 되는지가 명확치 않고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도 낮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은 검찰의 영장 청구 자체가 무리였다. 김 전 장관이 국방장관이던 기간은 북의 사이버 공격에 우리 군이 대비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정은은 “사이버전은 핵·미사일과 함께 인민 군대의 만능 보검”이라고도 했다. 검찰은 사이버사 대원들이 작성한 댓글 78만건 중 정치 댓글은 1%에 불과한 8800여 건이라면서도 정치 개입 혐의를 적용했다. 하루 10건도 안 되는 그 댓글을 본 사람은 전국에서 몇 명 안 될 것이다. 그걸로 어떻게 정치에 개입하나. 유죄 확결판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헌법 조항(27조 4상)은 피의자에게 충분히 항변 기회를 주라는 뜻이다.

특히 보기에 따라 위법 여부에 차이가 나는 이번 사건은 피의자의 항변권을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신변이 구속되거나 그럴 위기에 처하면 자기 방어가 어렵고 심리적으로도 크게 위축된다. 일느 아침 자녀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압수 수색을 당한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있었다. 재판을 채 받기도 전에 죄인처럼 되는 것이다.

민주 법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의 권력 하청 수사 가운데 구속 기소된 피의자가 재판에서 무죄로 판결 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이때 피의자는 구속 후 포승에 묶인 모습이 노출되는 걸로 어마어마한 인격적 형벌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무죄 판결 다음 검찰이 그 인격 형벌을 배상해 줄 방법이 없다. 국방장관과 안보실장처럼 안보의 상징과 같은 사람을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를 혐의로 포승에 묶어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망신을 주면 군의 사기 저하는 불가피할 것이다. 유죄 증거가 명확치 않을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는 것이 사법 대원칙이다.

검찰 적폐 수사 과정에선 이 원칙이 완전히 무시돼왔다. 싹쓸이씩 몰아치기 수사로 구속영장이 남발되고 있다. 얼마 전 2013년 국가정보원에 파견됐던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와 정치호 변호사가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1주일 간격으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다. 검찰은 구속적부심의 석방 결정이 무리한 수사에 대한 피로감이 법원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지난해 말 국정농단 사건은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그 분노를 에너지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임의 수사는 거침이 없었고, 그 과정에서 무리수도 적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면서 바통을 이어받은 윤석열의 서울중앙지검은 진행 중인 ‘적폐청산’ 수사만 16건일 정도로 적폐 수사를 밀어붙였다. 그러면서 구속영장 청구를 남발하고 영장전담판사들도 여론의 비난을 의식해 구속영장을 쉽게 발부해준 측면이 없지 않다. 이번 구속적부심 결정은 ‘불구속 수사’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입각해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국가정보원의 특별활동비 유용은 꼭 대통령 상납의 형식은 아니더라도 모든 과거 정권에서 관행으로 있었던 것이다. 전 정권의 국정원장 3명만 꼭 집어 이를 문제 삼으니 형평상 논란과 정치보복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특활비 유용이 잘못된 관행이었다면 그 제도를 고치는 데 역점을 두어야지, 관련자 처벌에 힘을 쏟아서는 안 된다.

한풀이식 수사를 벌이다 무죄로 마무리된 과거의 전 정권 비리수사와 궤가 다를 수밖에 없다. 검찰은 구속적부심 결과에 흔들리지 말고 차분히 증거를 보강하고 법리를 구성할 기회로 삼기 바란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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