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魯 이용웅 칼럼]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 ‘모란봉악단’과 ‘현송월’

기사입력 2018.01.2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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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소장/[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립교향악단(State Symphony Orchestra of DPRK)-‘조선국립교향악단’은 북한의 대표적인 교향악단으로, 북한에서는 '평양 국립 교향악단' 또는 '국립교향악단' 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1946년 8월 8일에 '중앙교향악단' 이라는 명칭으로 첫 공연을 가졌고, 1948년에는 한반도 역사상 최초의 본격 오페라인 김순남의 <인민유격대>를 비롯한 여러 무대 작품의 공연에 참가했습니다. 그리고 1980년 현재의 명칭으로 개명한 악단은 1982년에는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를 윤이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주했으며, 2000년 8월에는 북한 예술단체 최초로 서울을 방문해 각각 두 차례씩의 단독 공연과 KBS 교향악단과의 합동 공연을 가졌습니다. 이들 서울 공연은 남북정상회담 축하공연였습니다. 

 

교향악단은 기본적으로 3관 편성의 서양 관현악단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4관 편성으로도 확대가 가능하며, 저대나 단소, 장새납 등 북한에서 개량한 민족관악기 연주자들도 정식으로 편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편성(북한에선 배합이라 함)의 배경은 북한에서 발행된 <음악의 원로 김정일>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정일은 “우리의 주체교향악은 오늘 선군시대에 최전성기를 수놓으며 비약적인 발전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하고, “교향악을 우리 인민의 비위와 감정에 맞게 우리 식으로 발전시킬데 대한 당의 방침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하여 헌신분투한 국립교향악단의 창작가, 예술인들의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조선예술>은 김정일이 “교향악분야에서도 혁명을 하여야 합니다.”라고 하고, “창작가, 예술인들을 만나신 자리에서 교향악이 인민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극장무대에서 점차 사라져 가게 된 것은 유럽교향곡을 한데 있으며 우리나라 교향곡을 하는 경우에도 다른 나라의 교향곡을 본따서 누구의 교향곡 1번이요, 2번이요 하면서 우리의 것인지 다른 나라의 것인지 알수 없게 한데 있다.”고 하면서, “교향악도 주체적립장에서 우리 인민의 사상과 생활감정에 맞는 것을 해야 한다...우리 식의 교향악을 창조하기 위한 방도를 구체적으로 밝혀주었다”고 했습니다.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
연주곡의 비율은 대략 ‘조선관현악곡’(북한 창작곡)이 70%, 그 외 서양 관현악곡이나 현대음악이 30% 정도인데, 북한 작품들 대다수는 김정일이 음악 부문을 지도하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의 곡들이 주로 연주되었습니다. 김정일의 자국 관현악곡의 창작 지도방침은 완전히 창작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기존 노래 선율을 최대한 살리는 편곡식 작곡을 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북한 관현악곡 거의 모두는 조선인민군 공훈합창단, 보천보전자악단, 왕재산경음악단 등에서 작곡된 성악곡과 민요, 가요에 종속되는 2차 창작 편곡물이라는 형태를 보입니다. 

 

물론 김정은 시대에도 국립교향악단의 공연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령 2013년 7월 8일에는 “김일성동지의 서거 19돐 국립교향악단 회고음악회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시네>가 모란봉극장에서 진행되였는데, 무대에는 남성독창 ‘우리 수령님’, 현악합주 ‘초소에 수령님 오셨네’, 녀성독창 ‘수령님 사랑속에 우리 행복 꽃피네’를 비롯한 곡목들”이 연주되었습니다. 그 뒤, 악단은 북한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평창올림픽에서는 ‘조선국립교향악단’에 대한 이야기가 거론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한반도 축제에 어울리는 수준 높은 음악단체인데...  
북한 모란봉악단

지금 평창올림픽의 뉴스거리는 ‘북한 선수단 46명 참가’ 보다 ‘모란봉악단’, ‘삼지연악단’ 그리고 ‘현송월’입니다. 모란봉악단(牡丹峰樂團)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자악단으로서 여성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2012년 7월 6일 첫 시범공연에서 첫 곡 ‘아리랑’의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모란봉악단 단장 현송월은 2014년 5월 17일 <로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악단의 이름 ‘모란봉’은 김정은이 직접 지어준 것이라고 했습니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의 작품입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의하면, 김정은은 "문학예술부문에서 혁명을 일으키기 위한 원대한 구상을 안고 새 세기의 요구에 맞는 모란봉악단을 친히 조직해 주었다"고 했습니다. 악단은 첫 공연에서 하이힐과 미니스커트 차림의 여성들이 영화 '록키' 주제곡과 '마이 웨이(My Way)'를 연주했습니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디즈니 영화의 주인공 인형들이 무대에 등장하고 '원쑤'의 나라인 미국의 상업영화 '록키'의 영상을 무대 대형 스크린에 보여주고 주제곡까지 연주했습니다. “미제국주의의 사상문화적 침투”를 단속하고 통제했던 북한으로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변화였습니다. 여기서 김정은과 은하수관현악단 가수 출신인 퍼스트 레이디 리설주, 그리고 현송월의 삼각구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의 모란봉악단의 위상은 2012年 10月 22日 자(字) <로동신문>에서 확인됩니다. 신문은 “인민은 영원히 조선로동당을 노래한다: 조선로동당창건 67돐경축 모란봉악단공연-<향도의 당을 우러러 부르는 노래>에 대하여”에서 “조선로동당의 총비서로 높이 모신 10월 8일, 당창건기념일인 10월 10일, 우리 당의 시원이 열린 10월 17일”을 들먹이며,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소개했습니다. 이 기사는 이례적으로 장문(長文)인데다가 모란봉악단을 북한 최고 수준의 음악단체로 선전했습니다. 그때까지는 조선국립교향악단, 조선인민군협주단 등이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고 떠들어 왔는데, 김정은 시대에는 모란봉악단이 최고의 음악단체가 된 것입니다. 

 

북한 내각의 문화상은 <로동신문> 2016년 5월 8일 자(字)에서 “모란봉악단은 노래 소리 높은 곳에 혁명의 승리가 있다는 이치를 구현한 이른바 음악 정치의 전위대로서 로동당의 선군정치를 뒷받침하여 이른바 주체혁명의 새 시대를 선도해나가는 사상 전선의 기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악단을 대한민국 언론매체들은 ‘북한 최고 걸그룹’이라고 소개하고, 단장 ‘현송월’에 대해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녀에 대한 보도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 그리고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대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삼지연 관현악단은 ‘만수대예술단’의 ‘공훈여성 기악중주조’를 모체로 지난 2009년에 결성되었는데, 바이올린과 첼로, 하프 등 정통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악기 뿐 만 아니라, 기타와 드럼, 트럼펫 등으로 대중음악도 소화하는 '팝페라 악단'으로, 주로 해외 국빈 방문 행사를 도맡아 왔다고 합니다. 

그 중심에 김정은 최측근이라는 현송월이 있습니다. 2015년에 악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했던 그녀는 당시 모란봉악단을 통해 북·중 관계 개선을 도모했지만 공연이 갑자기 무산된 바 있는데, 당시 중국이 김정은을 찬양하는 노래를 빼달라고 요구하자 “원수님의 작품에 점 하나 뺄 수 없다”며 공연을 갑자기 취소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 현송월이 1월 20일부터 21일까지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평창올림픽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있습니다.  
서울역과 강릉역의 현송월

‘현송월’이 누구길래 대한민국 언론들이 난리굿일까요? 남남북녀(南男北女), 그것은 아니고...‘사유(四維)’ 부재의 독재국가를 장악하고 있는 독재자의 꼭두각시? ‘사유(四維)’는 “나라를 유지하는 데 지켜야 할 네 가지 대강령(大綱領). 곧 예(禮), 의(義), 염(廉), 치(恥)”를 말하는데, <사기(史記)·열전(列傳)>에 “사유가 흔들려 풀어지면 나라는 망한다.”고 했는데, 북한은 아직...현송월은 평창올림픽에 참여할 5,6백 명 중의 한 사람일 뿐입니다. 북녘땅 사람들이 참여해서 더 훌륭한 올림픽이 되기를 빌어봅니다.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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