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성주 사드시위 폭력

기사입력 2018.04.2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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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1943년 겨울 베를린 거리에서 대대적 유대인 검거 작전이 펼쳐졌다. 비유대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혼혈 유대인 남자들이 검거 대상이었다. 이들은 게슈타포 본부 부근 유치장에 갇혔다. 사라진 아들과 남편을 구하러 행동에 나선 것은 아내와 어머니 등 여성들이었다. 6000명 넘게 불어난 여성 시위대가 유치장에 몰려가 갇힌 이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시위라곤 해본 적 없는 여성들 외침에 나치도 당황했다. 그들로선 처음 겪는 여성들 시위였다. 이들의 외침에 붙잡혀 간 사람도 용기를 얻어 유치장에서 저항을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이 죽음 직전에 벗어났다. 그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가 ‘로젠슈타라세’다.

 

유치장 있던 거리 이름을 땄다. 사회 약자들의 자발적 결속과 조용한 분노가 때론 야만과 폭력을 잠재우는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경북 성주에서 열린 사드 반대 시위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위대 맨 앞줄에는 노인과 여성들이 배치돼 있었다.

 

150명 시위대는 비닐 끈, 밧줄로 몸을 묶는 ‘연대 표시’로도 모자랐는지 알루미늄봉을 용접해 그물망 같은 것을 만들었다. 노인과 여성들은 그 안에 들어가 목만 내민 채 앉아 있었다. 흡사 인신을 구속하는 형틀 같아 보이는 녹색 그물망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시위대 중 주민은 많아야 20~30명이라고 한다. 나머지는 외부 시위꾼들이다. 이들은 집회가 있을 때 버스 타고 몰려들었다 연기처럼 빠져나간다. 경찰에 따르면 재작년 성주에서 황교안 총리가 차 안에 갇혔을 때 “불 질러라. 뜨거우면 나오겠지” 선동한 것도 이들이라고 한다. 땡볕 내리쬐던 작년 7월에도, 찬 바람 불던 작년 11월에도 시위대의 앞줄에서 할머니들이 팻말을 들고 연좌농성을 했다.

 

전쟁 때 힘없는 사람을 앞세워 총알받이로 쓰는 걸 ‘인간 방패’라고 한다. 몇 해 전 급진 이슬람단체 IS가 수백명을 인간 방패로 세워 국제사회의 비난을 샀다. 1995년 보스니아 내전 때도 포로와 난민을 총알받이로 썼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교활하고 비겁한 폭력이다. 성주의 사드 반대 시위에서 강자는 시위대, 약자는 경찰이다. 국방부가 주한미군 성주 사드 기지 공사를 위해 건설 자재와 장비를 반입하려 했지만 사드 반대 단체와 일부 주민의 시위에 막혀 실패했다. 경찰 4000여명이 투입했지만 시위대 150여명을 해산시키지 못했다. 시위대는 ‘미군은 떠나라’ ‘미군 위한 공사 중단’ ‘미군 출입 금지’ 등의 피켓을 들었다. 시위대 중 민노총·전농소속의 전문 시위꾼으로 보인다.

 

국방부가 이런 단체와 협상을 한다는 자체가 정부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정부는 반대 단체들에 새 장비와 자재는 들이지 않을 테니 기지에서 녹슬어가는 기존 장비만이라도 반출하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시위대가 이를 허가했다고 한다. 지금 사드 기지엔 한·미 장병 400명이 주둔하고 있는데 창고나 복도에 야전침대를 깔고 임시 숙영을 하는 실정이다.

 

끼니는 전투식량으로 때운다. 부족한 화장실 문제도 심각하다. 주요 군수품은 헬리콥터로 공급받는다. 이미 가동되고 있는 사드 배치 자체를 뒤집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미군에 대한 반감을 확산시키고 사드 운용을 최대한 방해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사드 발사대 등장미를 올려놓는 패드 보강과 기지 내 도로 포장 등 기지 구축 공사는 아직 갈 길이 먼데 시위대에 진입로를 뺏겨 진척이 없다. 2차 공여자를 포함한 70만㎡에 대한 일반환경영향평가도 지지부진하다.

 

얼마 되지 않는 불법 시위대에 식사 화장실 등 기초생활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장병들의 실태를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 특히 미군 가족과 관계자들이 본다면 어떤 심정일까! 한국 정부가 사드 운용에 적극 협력해서 한국민과 동맹국 장병의 안전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그런 나라에 안보 우산을 펼쳐주는 것이 마땅한지 회의하게 될 것이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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