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종은 누구를 위해 울리는가

기사입력 2018.05.0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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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한국GM 노사가 법정관리 신청 기한인 23일 임·단협 잠정안에 합의했다. 정부 지원의 전제조건 중 하나였던 노사합의안이 도출돼 한국GM이 법정관리로 가는 것만큼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협의안을 들여다보면 한국GM 문제가 일단락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노사 간 핵심 쟁점이었던 군산공장 폐쇄 이후 희망퇴직을 하지 않기로 했으며, 잔존 인력에 대한 처리 방안도 명확하지가 않다. 희망퇴직을 추가로 받기로 했지만 희망퇴직을 거부하는 인력에 대한 처리는 그때 가서 보자는 식이다. 인건비를 추가로 줄이기로 했지만 이미 합의한 임금 동결 등을 제외하고는 어느 부분에서 얼마나 줄일지도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GM 본사는 부평공장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창원공장에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신차로 배정하기로 했지만 물량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가동률이 떨어지는 부평2공장에 대해서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차후에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곳곳에 불씨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내용으로라도 노사가 합의했다면 정부와 KIDB산업은행은 존중해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원금 5000억원을 들인다면 관련 직원과 협력회사 등 15만명이나 되는 사업장의 일시적 붕괴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연쇄도산과 대량실업,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지는 파국만큼은 피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와 산은은 GM과 협상을 벌여 정부 지원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GM은 세계 곳곳에서 철수 협상을 벌인 경험이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현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는 것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일정을 모를 리 없다. 군산공장 폐쇄를 우리와 단 한번의 협상도 없이 갑자기 발표한 뒤 한국에 와서 여야 원내대표 등 정치인들을 가장 먼저 만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GM을 상대로 2대 주주인 산은은 최소한 10년간은 한국 시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확약을 받아낼 것이라고 한다. 그런 확실한 보장 없이 5000억원이나 되는 세금을 추가 투입하고, 부평공장을 세금을 감면해주는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해주는 혜택은 곤란하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문제는 남는다. 수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GM 본사의 글로벌 전략과 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한국GM의 노동생산성이다.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GM 공장 폐쇄 문제는 언제 터져도 또 터진다. 당장 급한 불은 끈다고 하지만 더 과감한 구조조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한국 GM도, 근로자도, 협력업체도 모두 오래갈 수 있다.

 

노조의 ‘벼랑 끝 전술’에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이 또 흔들렸다. 노사협상이 GM 본사가 정했던 사한을 넘기자 곧바로 정부가 개입한 것부터 문제였다. 미국 출장 중인 경제부총리가 국내에 있는 장관들과 전화회의까지 열어 협상 시한을 사흘 연장시켰다. 벼랑 끝까지 버티면 정부가 나설 것이라는 노조의 예상대로였다. STX조선 사태와 똑같다. 한국GM과 STX조선을 보면 이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은 두 가지다.

 

노조 뜻대로 해주고, 그 뒷감당은 국민 세금 퍼부어서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태도도 석연치 않다. 정부는 그동안 GM 구조조정의 3대 원칙으로 대주주 책임, 이해관계자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를 거론하며 GM에 대한 실시보고서를 전제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입장을 바꿔 계속 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며 노사가 자구안에 합의하면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전환했다.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환부를 도려내야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이 순간만 지나면 된다’는 식이다. 한국민 세금 내놓으라는 GM과 노조는 목청도 크고 실력 행사까지 한다. 그런데 세금 내는 국민은 자기 돈이 부실기업 노조원들 월급으로 없어져도 방관한다. 국민은 ‘봉’ 신세를 면할 수 없고 제대로 된 구조조정은 공염불일 뿐이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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