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내 성폭력 범죄, 신고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직‧간접 성폭력 피해 ‘성희롱’이 가장 많아, 피해‘신고’는 제로
기사입력 2018.05.0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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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국회 내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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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유승희 위원장

 [선데이뉴스신문=신민정 기자]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유승희 위원장은 2일(수) 국회본청 519호에서 <국회 내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해당 실태조사는 미투 운동과 관련해 국회 내 성폭력 실상을 파악하고 법제도 개선 등 해결 방안을 국회 스스로 모색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4월 3~5일 약 3일간 실시되었다. 조사 및 분석은 공모를 거쳐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연구책임자 박인혜)’가 맡았다.

 

발표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국회의원 및 국회 의원회관 내 국회의원실 근무 보좌진 2,750여명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자기기입방식으로 조사가 이루어졌다. 총 1,818부를 배포해 958부를 회수해 52.7%의 응답률을 보였으며, 여성은 43.1%, 남성은 56.6%가 응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영역은 ▲기본 인적사항 ▲국회 내 성폭력범죄 피해경험 ▲국회 내 성폭력범죄 피해에 대한 대응방식 ▲성폭력범죄에 대한 국회 내 대응시스템 등 크게 네 부분으로 이루어졌고, 성폭력범죄 실태에 변수가 될 수 있는 요인을 성별과 직급으로 보고 이에 대한 교차분석이 진행되었다.

 

국회 내 성폭력 범죄 피해경험 응답 결과를 살펴보면, 국회에 들어온 이후 지금까지 목격하거나 들은 적이 있는 성폭력범죄는 성희롱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338명) 가벼운 성추행(291명), 심한 성추행(146명), 스토킹(110명), 음란전화나 음란문자, 음란메일(106명), 강간미수(52명), 강간 및 유사강간(50명) 순이었다.

 

직접 피해가 가장 많은 성폭력범죄 역시 성희롱(9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가벼운 성추행(61명), 음란전화나 음란문자, 음란메일(19명), 심한 성추행(13명), 스토킹(10명), 강간 및 유사강간(2명), 강간미수(1명) 순이었고, 직접 피해를 입은 응답자는 모든 성폭력범죄 유형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응답자의 현재 직급은 여성은 7급 이하, 남성은 6급 이상이 다수였으며, 가해자는 6급 이상이 다수였다. 가해자에는 국회의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국회 내의 성폭력 범죄 피해가 상급자에 의한 위계위력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응답자 가운데 성폭력 피해를 입고 누군가에게 알리거나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86명으로 이 가운데 85명이 여성이었고, 도움을 청한 상대는 같은 의원실 동료, 타의원실 동료, 같은 의원실 상급자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57.1%는 적절한 도움을 받았다고 응답했으나, 42.9%가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2차 피해를 당했다고 답변했다. 이는 위력에 의한 성범죄의 경우 주변 동료들의 침묵이 성범죄 방조로 이어지거나 2차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회 내 대응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예방교육, △성희롱고충전담창구 및 현재 추진 중인 국회 인권센터에 대한 설문조사가 이루어졌는데, 특히 직장 내 성희롱ㆍ성폭력예방교육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1.1%가 지난 3년간 국회 내에서 해당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으며, 3년간 교육받은 횟수는 1회(70.7%)가 대부분이었다.

 

또한「국회사무처 성희롱예방 및 처리지침」에 따라 국회사무처 인사과에 성희롱고충전담창구가 있음에도 다수가 ‘모르고 있다’고 답했으며(전혀 모른다 55.9%, 알더라도 내용은 잘 모른다 38.4%), 국회 내 성폭력범죄가 발생한다면 해당기구가 적절히 처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정적인 응답이 64.1%에 달했다. 다만 국회인권센터 설치에 대해서는 국회내 성폭력범죄 예방 및 피해자 인권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이 약간 더 높았다.

 

응답자들이 바라는 성폭력범죄에 대한 개선방안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지원 대책 마련, 사건발생 후 피해자 개인정보 보호(2차 피해 방지) 순이었다. 또한 주관식 답변도 198건이 제시되었는데, 응답자들은 성인지 교육 의무화 및 이수율 공개, 조직문화 개선, 가해자 강력 징계(신상 공개 및 가해자 재고용 제한), 인사 및 고용시스템 개선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유승희 윤리특위위원장은 “국회 내에서 이 같은 실태조사는 처음 이루어진 것으로, 높은 회수율과 남성 응답률은 성폭력 문제가 남녀 구성원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의미있는 결과”라며 “국회 내 성폭력근절을 위한 법ㆍ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마련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유승희 윤리특위위원장이 국회사무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발 등 외부로부터 접수된 성비위행위자에 대한 징계처분이 최근 10년간 9건 있었을 뿐이며, 징계수위도 3개월 이내의 감봉이나 정직 1,2월 등으로 경미한 수준에 그쳤다. 또한 국회 내 성희롱고충전담창구에 접수된 성고충 제기는 3건뿐이었으며, 그 중 1건만 면직처분이 이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실태조사에서 응답자들이 답변한 대로 국회 내 성희롱고충전담창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유승희 위원장의 지적이다.

 

유 위원장은 국회의원 보좌진의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참여율이 다른 사무처직원에 비해 현저히 낮은 부분도 지적했다. ‘국회사무처 실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실시 및 참여 현황’ 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회의원 보좌진의 해당 교육 참여 횟수는 한해 평균 6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교육 참여여부가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국회사무처 직원의 경우 한해 평균 1,233명이 참여한 것에 비하면 18배나 낮은 수치다.

 

또한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들이 제시한 대응책 가운데 조직문화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제시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국회의원들과 상급 남성보좌관들이 조직 내 성범죄에 대해 상당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피해를 키우고 있는 데에는 서열중심, 남성중심적인 조직문화가 국회 내에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유승희 위원장은 “국회의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상급 보좌직원 여성채용할당제, 국회공무원의 성범죄 신고의무 신설, 국회의원 및 보좌진 성인지교육 의무화, 여성보좌진협의회 법제화 등의 법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조만간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토론회를 개최하여 성폭력 범죄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sunday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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