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싱가폴과 평양의 야경(夜景), 그리고 장자강의 불야성(不夜城)

기사입력 2018.07.1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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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이 암흑(暗黑) 속에 한 가닥 빛이 들어왔다. 대기권 내, 대기권 외 및 수중(水中)에 있어서 일체의 핵실험을 금지하는 조약에 관하여 모스크바에서 교섭이 타결되었다.”(J.F.케네디) / 그 뒤 반세기가 훨씬 더 지났는데도 ‘핵실험’이라는 ‘암흑’은 북한 수장(首長)의 손 안에 있고, 미국 수장은 그의 몸짓에 따라 울고 울기도 합니다. 그들이 지난 6월 북미정상회담 때 만났던 싱가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황홀한 빛’을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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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의 야경(夜景)

 

김정은은 북미정상회담 하루 전인 2018년 6월 11일 밤 호텔을 나와 싱가포르 곳곳을 구경했습니다. 그때 숙소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에서 야경을 감상한 김정은은 자신을 수행하던 싱가포르 외무장관에게 "싱가포르가 듣던 바대로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건물마다 특색이 있다"며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당신 나라의 훌륭한 지식과 경험들을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시의 야경을 강성 국가의 수도답게 황홀하고 희한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6월 22일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김정은이 "도시 건축물들과 그 주변의 불 장식을 고상하고 품위 있게 우리 식으로 더 잘하라"며 이같이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평양야경도 황홀·희한하게 하라"는 김정은의 야경 개선 지시가 싱가포르 야경 감상 이후에 나온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싱가포르 방문으로 김정은이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합니다. 대북 소식통은 "싱가포르 방문을 계기로 평양시 야경을 개선하려 할 가능성이 크지만 열악한 전력 사정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이를 보면 북한의 ‘선전선동(宣傳煽動)’은 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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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의 야경(夜景)

 북한의 <로동신문>은 “평양의 밤풍경”이라는 기사에서 “창조와 혁신으로 들끓는 평양의 모습은 나날이 아름답게 변모되여 가고있는데 수도의 밤경치는 더욱 신비경을 펼치고있다. 강성대국건설에 떨쳐나 조선인민의 기상인듯 전설속의 천리마는 어두운 밤하늘을 날며 광휘로운 빛을 뿌리는데 그것을 보는 사람들마다 힘과 용기를 안게 된다. 환희로웠던 조국해방의 력사적인 그날을 추억케하는 장중한 개선문도 김일성주석의 불멸의 업적을 길이길이 전하려는 인민들의 마음담아 천지가 환하도록 밝은 빛을 뿌리고 있다. 그런가하면 남산재에 우뚝 솟은 인민대학습당과 보통강반의 인민문화궁전, 조선민족의 유구한 력사를 전하는 모란봉의 을밀대며 토성랑의 보통문도 불장식으로하여 자기의 자태를 불빛에 담아 자랑하고있다. 영광거리, 천리마거리 등 모든 거리들의 가로수들마다에는 온갖 《열매》들이 주렁지고 하늘의 별무리가 이 땅에 다 내린듯 불꽃들이 반짝이여 평양의 밤경치는 황홀경을 이룬다. 정녕 강성대국의 려명이 밝아온 선군조선의 수도 평양의 밤은 비약하는 래일을 부르며 영원토록 밝은 빛을 뿌릴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북한의 ‘선전선동’은 참 볼만합니다.

 

2016년 5월부터 북한 축구팀을 이끌어 온 노르웨이 출신 예른 안데르센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아 더 머무르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사임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북한을 떠나는 이유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북한 스포츠에까지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농구광 김정은이 축구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외국인 감독을 제대로 대우 못할 지경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외국인 감독으로는 두 번째로 북한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2018년 3월까지 팀을 이끌었습니다. 2년 가까운 재임 기간에 9승6무5패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북한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예른 감독이 남한의 K리그1(1부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사령탑에 올랐다. 그는 6월 9일(한국시각)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와 2019년 12월까지 계약을 맺었다”라고 밝히며 관련 사진을 올렸습니다. 한국에 온 ‘북한의 히딩크’는 6월 15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내 목표 1순위는 인천을 상위권으로 올려놓는 것”이라며 “앞으로 북한 대표팀·리그팀과 교류전, 북한 선수들의 K리그 진출도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1월부터 오후 7시 이후 불을 켜기가 어려웠다. 오후 10시에 꺼지던 훈련장 조명은 오후 6시에 소등했다. 평양 시내를 다니는 자동차 수도 줄었다. 송유관을 막았다는 말이 돌았다. 기름 자체가 부족하다 보니 필수적인 이동을 제외하고는 차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 밤에 창밖을 보면 예전과 달리 깜깜했다. 외국에서 내게 돈을 송금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시스템이 꽉 막힌 기분이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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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장자강의 야경(夜景)

 북한의 전력 생산에 대한 ‘선전선동’은 김일성 시대부터 계속되어 온 것입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장자강의 불야성(不夜城)”을 선군팔경(先軍八景)의 하나라고 자랑했습니다. 월간 화보지 <조선>은 “장자강은 오늘 전력생산기지일 뿐 아니라 관개용수와 공업용수, 음료수 그리고 떼길과 배길로도 리용되고 있다. 약동하는 생활의 랑만과 정서가 한껏 흘러넘치는 장자강은 밤이면 또 밤대로 대낮처럼 밝은 별천지를 펼쳐놓아 황홀경을 이룬다. 하늘의 별무리가 내려앉은듯 강변을 따라 층층이 들어앉은 살림집들에서와 공장, 기업소들마다에서 쏟아져나오는 불빛, 불밝은 창가에 모여앉아 웃음꽃을 피우는 사람들의 창조적 희열과 랑만.”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강도사람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어났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일부 자강도 사람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어날 힘도 없다고 합니다.

 

어느 소설가는 “어두움! 모든 욕심이 이 어두움 때문에 일어난다. 나는 이 어둠과 싸워 이겨야 한다. 나는 어둠 속에서 광명을 찾아내려고 두 눈을 힘주어 크게 떠 보았다. 그러나 어둠은 역시 어둠이었다.”고 했습니다. 누군가는 ‘암흑의 협곡(峽谷)에서도 그 끝에 불빛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 불빛이 독재자들에게는 보이지 않습니다. 김일성은 선량한 백성들을 기아(饑餓)에 허덕이게 했고, 김정일도 ‘고난의 행군’을 감행했지만 가난에서 벗어나질 못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의 ‘황홀한 야경’ 타령을 할 게 아니라, 모든 북한 주민들이 희망의 빛을 볼 수 있게 온 몸을 다 바쳐야 할 것입니다. 김 위원장의 의무는 그들에게 암흑 속에서 빛을 찾아주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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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소장/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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