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폭염 자연재난’

기사입력 2018.08.0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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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2003년 서유럽을 덮친 폭염은 세계적으로 최악의 자연재해로 꼽힌다. 연일 섭씨 40도를 오르내린 기온으로 선진국인 서유럽 전체에서 약 3만5000명이 사망했다. 프랑스에서만 1만48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만명 가까이가 바캉스 시즌에 도심에 홀로 남겨진 힘없는 노인들이었다. 우리 같으면 나라가 뒤집어졌을 일이다.

 

복지 선진국 프랑스의 어두운 단면이다. 한국에서도 태풍 홍수 산사태 대설 등 여러 자연재해 가운데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재해는 폭염이다. 국립 기상연구소에 따르면 1994년 대폭염으로 인한 탈진 열사병 등으로 3384명이 사망했다. 그 다음은 광복 전인 1936년 남북한을 통틀어 1104명이 사망한 태풍 3693호(당시에는 태풍에 이름을 붙이지 않고 번호로 불렀다), 1959년 768명의 목숨을 앗아간 태풍 ‘사라’였다. 요즘 서울은 낮 최고기온이 36도, 대구는 38도를 넘어가고 있다.

 

올 들어서만 온열질환자가 전국에서 801명이 발생하고 이 중 8명이 사망했다. 행정안전부가 폭염을 혹한과 함께 새로 자연재난에 포함시킬 방침이라고 한다. 폭염 혹한은 계절적 변화에 따라 서서히 변하기 때문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재난에서 제외시켜 왔다. 그런데 이제는 지구온난화와 겹쳐 예상치 못할 정도로 기온이 올라가고 오랫동안 지속되는데다 피해 범위가 넓다는 점이 고려된다. 재난안전법상 자연재난이 되면 이를 대비하는 예산이나 피해 보상에서 이전과 차이가 난다.

 

기상이변은 하늘의 일이지만 이를 막는 것은 사람의 일이다. 2003년 대폭염을 경험한 프랑스는 그 이듬해까지 1년에 걸쳐 사고 원인, 책임 범위와 처리 결과는 물론이고 노인 보호 시스템 개선방안을 담은 방대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살인적인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정부가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범정부 차원에서 폭염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폭염을 재난으로 관리하기를 주저했던 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은 최근 폭염 피해가 속출하면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폭염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8월 초까지 현재와 같은 살인적인 더위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폭염은 가까운 미래에 가장 우려되는 재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금처럼 더워지면 2050년대에는 해마다 폭염으로 165명이 숨질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부가 폭염 대책에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이유다. 현재 폭염이 ‘자연재난’에서 빠져 있어 폭염 대처 매뉴얼도 마련돼 있지 않다.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 그렇다고 국회 입법과정만 지켜보기에는 현재상황이 너무 엄혹하다.

 

정부가 부처 합동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독거노인·농민·어린이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시스템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 쪽방, 지하 생활자 등 에너지 빈곤층이 전력 공급에서 소외받지 않도록 철저한 배려가 필요하다.

 

폭염 피해 방지를 위한 단기 대책과 함께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도 가속화해야 한다. 한국은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5년 기준으로 세계 6위이며, 매출량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화석연료를 줄이고 난개발을 자제하는 등 산업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열아홉 해를 꼽아보면 그 가운데 2000년부터 2017년까지 21세기 열여덟 해가 모두 들어간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를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 없는 강력한 통계 자료다.

 

승용차 이용을 자제하고 자전거 타기를 생활화하는 등 친환경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폭염 피해는 개인 차원에서 감당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와 국민이 노력하면 줄일 수 있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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