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패거리문화

기사입력 2010.11.17 11:26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2년 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감독이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줬다.

 올해 7월 제주은행에 종합검사를 나간 금융감독원 직원 14명 가운데 7명이 피검 기관인 제주은행의 감사와 부행장으로부터 저녁식사 대접을 받았다.

금감원의 감사반장 등 3명은 2차로 양주 접대를 받았다. 제주은행과 같은 계열인 신우종 상근감사가 자선한 자리였다. 원 씨는 금감원 국장 출신이다.

금감원 퇴직 간부가‘낙하산’으로 금융계에 내려가 금감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행태를 보여준 작은 사례다.

이 일로 검사반장은 견책, 직원 2명은 주의 조치를 받는 데 그쳤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저축은행의 감사 자리에 앉은 금감원 퇴직 간부는 인맥과 친분을 활용해 금감원의 동향을 미리 탐지하고 어려운 일을 피해가거나 쉽게 풀도록 한다.

 이런 관행은 금융 선진화를 외치는 이명박 정부에서 더 깊어졌다.

 금감원 현직 간부들은“금감원 출신이 내려가 있는 금융회사와는 이야기가 금세 통하니까 양쪽 다 일하기가 쉽다.”고 말할 정도다.

지난 5년간 금감원 2급 이상 고위직 출신 88명 중 재취업 업체를 밝히지 않은 4명을 제외한 84명 전원이 금융기관에 재취업한 것으로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그 중 감사로 간 전직 간부가 82명이다.

 지난 1년간 퇴직한 간부 38명의 재취업에는 평균 7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갈 자리를 미리 마련해놓고 나갔기 때문이다.

주식 상장이라는 대사를 앞둔 생명보험 업계는 금감원 출신을 줄줄이 모셔갔다.

금감원 일부 직원은 자신이 재취업할 가능성이 있는 금융기관에 대한 감사는 무디게 하고, 그 대신 재취업 가능성이 적은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과잉검사를 한다는 말도 금융계 일각에서 나돈다.

 금감원에서 상사가 부하 눈치를 보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상사가 퇴직 후 재취업한 금융기관을 부하 직원이 훗날 감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존재 이유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확보와 공정한 시장질서의 확립에 있다.

그러나 태광그룹 사건만 해도 수상한 대목이 한둘 아니다.

금감원은 쌍용화재 인수 당시 다른 경쟁업체의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는 막았다가 태광산업에는 2주 만에 허용했다. 인수 승인은 열흘 만에 신속하게 나갔다.

 지난해 흥국생명 검사에서 금감원은 계열사 골프장 회원권을 비싸게 구입한 사실을 적발하고도‘문제 없다’고 결론 내렸다.

고객에게 거둬들인 보험료를 이렇게 써도 되는지 의문이다. 뒤늦게 비난이 일자 금감원은 흥국화재를 검사하겠다고 허둥대고 있다.

 신한금융도 금감원이 제대로 역할을 했다면 사태가 이렇게 악화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지난해 금감원은 금융실명제 위반 정황을 발견해 놓고도 원본서류가 검찰에 압수됐다는 핑계로 그냥 지나갔다.

차명계좌를 알고서도 1년간 덮어둔 셈이다. 참고로 3억 원 이상의 차명계좌는 직무정지 이상의 엄한 처벌이 따르는 중대한 사안이다.

금감원은 신한금융 사태가 사회문제로 비화되자 최근에야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지난해 금감원이 정부의 눈 밖에 난 KB금융에 대해 은행장의 운전기사까지 압박 조사한 것과 너무 대비된다.

신한금융·태광그룹 사태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신한은행 감사는 금감원 국장 출신이고 흥국생명 감사도 마찬가지였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예방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금융 선진화를 위해, 금융규제는 완화하되 금융감독은 한층 강화돼야 한다.

 만일 정당한 이유 없이 실명제 위반과 같은 중대한 사안을 조사도 않고 덮었다면 관련 책임자에 대한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나경택 기자 ]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