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영세 소상공인 나를 잡아가라

기사입력 2018.08.27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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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퇴직금 1000만원과 아파트 담보 대출 5000만원으로 서울 신길동에 식당을 차린 김창호씨는 14년 전 여의도 한강둔치에서 난생처음 시위에 참가했다. 한국음식업중앙회 회원 3만여명이 “정부가 경기 부양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솥단지 시위’였다. 밥 파는 식당 주인들이 솥단지가 필요 없다고 내던졌다. 김씨는 “우리 식구 먹고살게 해달라”고 소리 지르다 목이 쉬었다.

 

그해 경기는 최악이었다. “IMF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1년 내내 나오던 시절이었다. 300만명이 넘는 소상공인들 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대로는 장사 더 못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데 ‘소득주도 성장’ 한다면서 올해 16%나 올린 최저임금을 내년에도 턱없이 올리면 더 버틸 수가 없다고 했다. 그들은 “최저임금 불복종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했다. 전국편의점 가맹점협회도 “나를 잡아가라”고 나섰다. 최저임금법 위반에 대한 처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이다.

 

결코 가볍지 않다. 그걸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불복종 운동은 혁명·투쟁과 다르지만 그보다 무서울 때가 있다. 힘없는 약자들이 권력의 명령과 지시를 어기고 처벌을 버텨 내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간다. 정부는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국가공무원법개정안을 의결했다. 위법한 명령은 거부해도 되고 그에 따른 인사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단서 조항을 신설했다. 공무원 불복종의 근거를 만든 것이다. 지킬 수 없는 최저임금은 지킬 수 없는 명령과 다른가! 같은가! 정부는 영세 소상공인들이 불복종에 나서면 뭐라고 할텐가! 편의점 주인, 식당 주인이 무슨 대단한 자본가라고 이렇게 몰아세우나. 그들의 불복종 예고는 골목 어귀에 밤늦도록 불을 켜고 손님을 기다리는 자기들 심정을 알아 달라고 외치는 절규로 들린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했다. 전국에서 가장 번화하다는 서울 명동의 한 골목길 상가 1층 매장 25곳 가운데 7곳에 ‘임대 문의’라는 팻말이 붙어있다고 한다. 임대료를 40%나 낮춰도 가게 열어보겠다는 문의조차 없다고 한다. 명동과 묶어 서울 3대 상권으로 꼽는 강남 테헤란도 홍대 부근도 빈 가계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는 전국 상가 공실률이 중대형 상가는 10% 정도이지만 모든 경제지표는 이 공실률이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680만 자영업자가 어렵지 않은 적은 별로 없었지만 이제는 차원이 다른 위기가 올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자영업이 무너지게 되면 서민 경제 모세혈관이 막히고 실업난과 고용 불안이 커진다. 우리 경제는 자영업 비중이 25%가 넘어 미국(6%), 일본(11%)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자영업 비중은 충격 없이 줄여나가야 한다. 잘못하면 경제 전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내년 최저임금 8350원을 확정해 고시했다. 경영계의 재심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불이행 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고시 직후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이 2년 동안 29% 오른 것을 의미하는 총궐기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근로자의 평균 임금 수준과 노동 생산성, 최저 생계비, 사용자의 지불능력, 고용과 투자에 미치는 영향 등 두루 고려해야하는 것이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의 타당성을 결정 과정의 정당성보다 결과의 실효성에 둬야 하는 이유다. 오히려 ‘산업 범위 상쇄분 협상 배려분’처럼 기득권 노조의 주장을 담은 인상분이 포함됐다. 그렇다고 결정과정의 정당성이 확보된 것도 아니었다. 친노동계 편향의 최저임금위원회는 말 그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한계에 내몰린 국민의 아우성에 귀 닫은 정부가 땜질 처방에 혈세 낭비를 반복하는 모습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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